제목 | [축일] 예수 성심 대축일과 사제 성화의 날: 사제의 맘은 예수 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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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04-10-29 | 조회수3,810 | 추천수0 | |
예수 성심 대축일과 사제 성화의 날 - 사제의 맘은 예수 맘
옛말에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마음은 알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 사람의 마음이 자연의 어떤 사물을 바라보듯이 그렇게 쉽게 헤아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속내를 잘 모르기에 서로 오해도 하고, 단순히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여 편협한 생각을 갖기도 한다. 이처럼 누구의 마음을 알고 헤아린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까? 우리가 예수님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 마음을 배워 닮을 수 있다면, 주님과 더 가까운 신앙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믿는 이들은 자기의 마음이 아니라, 예수님의 마음을 알고 그 마음을 따라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그 중에도 특히 교회를 위해 봉사하고 자신의 전 존재를 투신하는 봉사자, 곧 사제들이 있다. 그들은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보여주신 여러 가르침과 당신의 삶을 배우고 자신도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는 이들이다. 온유와 겸손, 소외되고 작은 이들에 대한 봉사, 자기를 희생하는 생활, 잃어버린 양을 되찾으려는 깊은 사랑의 마음을 배우고 그렇게 사는 이들이다.
신자들을 위해 봉사하고 사랑하는 사제의 마음과 삶을 그리스도에게서 배우기에, 교회는 예수 성심 대축일을 ‘사제 성화의 날’로 지정하였다. 이날은 예수님의 거룩한 마음에 감사드리고 예수님의 상처받으신 마음을 묵상하는 날이다. 이 축일의 의미를 되살려 사제들이 자신의 삶을 그리스도의 삶으로 채우고 그리스도의 마음을 더욱 닮으며, 복음 선포의 직무를 되새기고 완전한 성덕으로 나아가도록 하려고 여러 행사를 갖기도 한다.
그렇다면 예수 성심 대축일은 어떻게 지내게 되었을까? 중세 때 일찍부터 예수님의 성체께 대한 신심은 널리 퍼졌지만, 예수님의 거룩한 마음(성심)에 대한 공경은 늦은 13세기에 본격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하지만 17세기에 와서 예수 성심께 대한 공경이 보편화된다. 결정적으로는 성녀 마르가리타 마리아 알라콕 수녀에 의해 널리 퍼지게 되었다. 축일 미사를 이때부터 봉헌하기 시작한 것이다. 19세기에 와서는 성령강림 다음 셋째 주 금요일로 축일이 지정되었으며, 20세기에 와서 오늘처럼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다음 첫 금요일로 고정하였다. 또 1995년부터 이날을 사제 성화의 날로 지정하게 된 것이다.
이날에 말해주는 예수 성심의 신심은, 첫째 한없이 풍요로우신 성심께 감사드리는 일이다. “가장 작은 나에게 사도의 은총을 주셔서 이방인들에게 헤아릴 수 없이 풍요하신 그리스도에 관한 복음을 전하는 일을 맡게 되었다.”(에페 3,9 참조)는 바오로 사도의 표현 그대로이다. 둘째는 우리의 잘못으로 상처받은 성심을 통회의 마음으로 묵상하는 일이다. 아무 잘못도 없으시면서 “친히 십자가를 짊어지시고” 우리의 죄를 대신하여 “골고타로 올라가 처형되신 것”(요한 19,17-18 참조)을 통회의 심정으로 묵상하는 일이 그것이다.
그래서 복음도 예수님의 거룩하신 마음을 잘 설명해 준다.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신 분이시기에, 고통받는 이들을 모두 멍에를 가볍게 해주시는 당신께 초대하시는 말씀(가해, 마태 11장), 아울러 우리를 대신하여 고통과 죽음을 당하신 그리스도의 심장이 창에 찔리어 거기서 피와 물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 믿는 이들(교회)이 그리스도께 속해있다는 말씀(나해, 요한 19장), 잃었다가 되찾은 양의 비유 이야기를 통해 목자의 사랑 깊으신 마음을 일깨워주는 말씀(다해, 루가 15장)을 들려준다. 그래서 우리는 하느님께 대한 감사와 인간의 속죄를 기억하고(본기도), 아담의 옆구리에서 하와가 나왔듯이, 그리스도의 옆구리에서 교회와 성사와 구원이 나온 것을 선포한다(감사송).
이날은 예수님의 사랑의 마음을 기억하는 축일이다. 그 거룩한 마음을 다 헤아릴 수는 없다. 하지만, 자식이 부모의 마음을 백 분의 일이라도 헤아린다면 효자 소리를 듣게 되듯이, 미약하지만 주님의 깊으신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헤아리도록 노력해 보자. 사랑의 마음에 대해 감사드리고, 충실하게 기억하고 넉넉하게 보답해 드리지 못하여 불편을 끼친 것을 기억해 보자.
또한 사제 성화의 날이므로 그리스도의 사제로서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성덕을 위해 노력하는 그들을 마음으로 돕도록 하자. 그들을 통해 우리는 그리스도의 마음을 오늘 이 시간에 더 구체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경향잡지, 2002년 6월호, 나기정 다니엘 신부(대구 가톨릭 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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