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대림성탄] 예수 성탄 대축일(12월 25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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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04-10-29 | 조회수3,740 | 추천수0 | |
메리 크리스마스 - 12월 25일, 예수 성탄 대축일
"메리 크리스마스!"
12월이 되면 성탄이 다가온다. 사람들은 이 달이 되면 마음이 설렌다. 벌써 거리가 연말 분위기와 함께 좀 들뜬 것 같다. 한때 경기가 위축되었을 때 한동안 거리의 모습도 달랐지만, 경기가 풀리고 호전될 기미가 보이면서 이 달의 거리의 모습도 예년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12월은 한 해를 마감하는 달이면서, 우리는 ’예수 성탄 대축일’을 크게 지낸다. 그런데 왜 믿는 이들보다 믿지 않는 이들이 더 호들갑인지 모르겠다. 아니 그들의 들뜬 마음만큼이나 우리도 설레는 마음으로 이 달을 맞는 것 같다.
"메리 크리스마스!" 이 인사말은 ’기쁨이 가득한 예수 성탄의 미사가 되기를’ 기원하는 축원의 인사이다. 이 인사가 축원하는 핵심은 ’예수 성탄의 축일 미사’에 있다. 성탄이 되면 어두운 거리나 나무에 전깃불을 밝히고 장식하며, 이웃들과 카드나 선물을 주고받으며 기쁨을 나눈다. 더 나아가 젊은이들은 ’올나이트’(밤샘)를 한다고 들썩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이런 모습들이 성탄의 본래 모습은 아닐 것이다. 성탄 인사말이 뜻하고 있듯이 이런 기쁨의 표현들은 부차적인 것이다. 오히려 예수 탄생을 내 안에 겸손되게 받아들이는 일이 먼저이다. 그래서 성탄 축제는 ’축일 미사가 중심’이 되어야 하며, 거기서 기쁨이 흘러 넘치는 표현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이 기쁨은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심으로써 "모든 사람을 구원하시려는 하느님의 은총이 우리 인간에게 나타났다."(디도 2,11)는 사실로 기뻐하는 것이다.
이렇게 교회는 초세기부터 예수 성탄 축제가 되면, 축제의 중심이 미사 전례에 있기에 여러 번의 미사를 봉헌하였다. 성탄절 미사는 현재 모두 네 번의 미사가 있다. 전야 미사, 밤 미사, 새벽 미사, 낮 미사이다. 원래 성탄절 미사는 낮 미사부터 시작되었다가 점차 다른 미사들로 확대, 발전하였다.
늦어도 5세기까지만 하더라도 베드로 대성전에서 성탄 낮 미사만 봉헌하였다. 한편 성모 마리아에 대한 신심이 널리 전파되면서 ’성모 마리아 대성전’에서 구유 경당을 마련하고, 베들레헴에서 한밤에 거행하던 전례를 따라 하기 시작하였다. 이것이 6세기에 와서 생겨난 밤 미사이다.
또 로마 중심에 아나스타시아 성당이 있었는데, 이 성전의 봉헌 축일이 12월 25일이었다. 그래서 교황님이 낮 미사를 드리기 전에 이 성당에서 새벽 미사를 봉헌하였다. 그런데 이 성당의 축일이 성탄 축일과 겹치므로 성탄 축일 기도문으로 미사를 봉헌하였다. 이것이 성탄 새벽 미사의 유래이며, 7-8세기에 정착되었다. 전야 미사는 교황님의 미사와는 다르게 로마가 아닌 다른 지역 교회에서 거행되던 미사를 로마 교회가 받아들여 거행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하여 전야, 밤, 새벽, 낮 등 네 번의 미사를 봉헌하게 되었다. 이 역사는 그만큼 예수 성탄 축일이 미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축제임을 잘 드러내주는 사실이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일찍이 신자들이 아닌 사람들에게 12월 25일은 태양신의 탄생 축제일이었고 절제가 없는 ’광란의 축제일’이었다. 동지가 지나고 해가 길어지기 시작할 때이기 때문이었다. 이것을 극복하고 복음화하기 위해 교회는 이날을 택하여 예수 성탄 대축일로 지정하였으며, ’빛이신 그리스도께서 우리 가운데 오셨다.’는 의미를 부여하였다.
예수 성탄 대축일에 갖는 네 번의 미사를 보면, 하느님께서 우리 인간이 되어 오셨다는 사실을 구원 역사의 관점에서 차분하게 서술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를 들려줌으로써 그리스도께서 구약의 약속된 메시아이심을 분명하게 말하고(전야 미사), 오늘밤 구세주께서 아주 가난하고 나약한 인간으로 오셨다는 가난과 겸손을 보여주며(밤 미사), 별의 인도로 목자들이 아기 예수를 방문하여 경배 드리는 모습을 통해 우리의 목자로 오신 것을 드러내신 것이며(새벽 미사), 태초에 계셨던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는 강생의 신비를 통해 하느님과 우리 인간이 통교를 이루어 구원이 시작되었음을 말해 준다(낮 미사).
이렇게 예수 성탄은 이날 미사들이 말해 주듯, 고요하고 거룩한 밤의 시간을 통해 미천한 아기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오시는 분, 그래서 그분을 찾아 뵙고 인사(경배)드리며 예수님을 우리 마음속에 깊이 모심으로써 구원의 기쁨으로 충만 되는 것이다. 그것은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에서처럼, 진정 그리스도의 미사, 예수 성탄의 미사 전례를 통해 그리스도를 모신 우리 교회가 기뻐하고 이 기쁨을 이웃들에게 나누고 전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 제법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있고 때가 되면 "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치지만, 오히려 부차적인 것들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경향이 많다. 징글벨이 울리듯 소란하고, 썰매를 타듯이 들뜬 마음에 ’올나이트’에 이르기까지 오히려 초기 교회 로마 시대의 이른바 ’광란의 축제’의 모습에 더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다. 우리 교회마저 그럴 수 없다. 성탄의 모습은 고요함이며, 미천함이며, 나약함이다. 그래서 겸손함이 그 중심 주제이다.
우리 모두 차분한 마음의 준비로 성탄 미사 전례에 참여하자. 그리고 진정으로 주님을 모시는, 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기쁨의 표현이 되도록 노력해 보자. 그렇게 될 때 ’크리스마스’가 ’메리’할 것이고, 다가올 21세기 새해에도 ’뉴 이어’가 ’해피’할 것이다.
* 나기정 다니엘 - 신부, 대구 효성 가톨릭 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경향잡지, 1999년 12월호, 나기정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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