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순부활] 십자가의 길 기도 14처가 꼭 있어야 되나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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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04-10-29 | 조회수4,898 | 추천수0 | |
십자가의 길 기도 14처가 꼭 있어야 되나요?
Q: 신부님, 안녕하세요? 저는 미국에 살고 있는 교포 신자입니다. 미국에서도 평화신문을 받아보면서 신앙생활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얼마 전부터 사순절이 시작되었고 사순절 기간동안 본당에서는 매 금요일마다 신자들이 함께 모여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금요일에는 가끔 어떤 사정으로 인해 성당에 갈 수 없게 되어 십자가의 길 기도에 참여하지 못하곤 합니다. 그래서 집에서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려고 하니까 주위의 신자들이 말하기를 십자가의 길은 14처가 모셔진 성당이나 경당에서만 바칠 수 있다고 합니다. 집에 모셔져 있는 고상 앞에서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면 안되나요?
A: 십자가의 길 기도는 15세기 도미니코 수도회의 알바르 신부님께서 만든 기도라고 합니다. 알바르 신부님은 예루살렘 성지를 순례하고 난 다음에 성지순례를 하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도 이 기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그러한 필요성에 따라 이 기도를 만든 것이지요. 그러나 오늘날 우리 신자들이 바치는 십자가의 길 기도의 형식은 17세기 인노센트 11세 교황님 때에 이르러 확정되었고, 또한 이때부터 모든 성당에 십자가의 길이 설치되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19세기에 이르러서 이 신심은 전세계에 퍼져 나가면서 예수님의 수난을 묵상하는 가장 좋은 기도로서 특별히 사순절 기간 동안 널리 행해지고 있습니다.
14처의 각 장면들은 빌라도로부터 사형 선고를 받으신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 언덕으로 올라가 십자가 위에서 못박혀 숨을 거두실 때까지의 중요한 사건들을 엮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오늘날도 예루살렘의 구시가지에는 예수님께서 걸으신 그 길이 그대로 남아있고, 주님의 발자취를 순례하는 수많은 순례자들이 그 길을 걸으면서 주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합니다.
이렇게 유래되는 십자가의 길 기도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교회는 전대사를 허락하고 있는데 이는 1726년 베네딕도 13세에 이르러 모든 신자에게 확대되면서 오늘날까지 이어오는 교회의 좋은 관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신자들은 예루살렘으로 갈 수 없기 때문에 교회는 성당이나 경당에 14처 성화나 성상을 축복해서 걸어놓고 신자들이 기도하도록 권유합니다. 이런 이유로 해서 십자가의 길은 성당에서 해야한다는 말이 나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성당에서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는 신자들에게도 전대사의 은사가 베풀어진다고 교회는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렇듯이 십자가의 길 기도는 주님께서 걸으신 십자가의 길에 간접으로 참여하는 일종의 신심행위가 되는 것이고, 이러한 신심행위에 대해서 된다, 안된다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요. 전대사와 관계없이 예수님께서 걸으신 십자가의 길을 묵상하기 위해서라면 고상 앞에서 바치는 십자가의 길 기도도 매우 훌륭한 기도가 될 것입니다.
[이동익 신부님 홈페이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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