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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림성탄] 성탄, 공현 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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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4-12-30 조회수2,720 추천수0

성탄 · 공현 축일

 

 

원래 성탄과 공현 축일은 강생의 신비를 고유한 주제로 삼고 있는 동일한 축일이었으나, 동방과 서방 교회에서 공현(동방 교회)이란 이름으로 1월 6일에 또는 성탄(서방 교회)이란 이름으로 12월 25일에 이 축일을 지냈다. 이 두 축일의 내용이 달라지게 된 것은 4세기 말에서 5세기 초에 이르러서였다.

 

 

성탄 축일

 

성탄 축일은 부활 축일과는 달리 구약 전승과의 관계에서가 아니라 고대 희랍 및 로마 문화권에서 영향을 받았다. 희랍인들과 로마인들은 생일 축제, 특히 황제의 탄신 축제나 저명한 사람들의 생일 축제를 관습적으로 지내왔다. 그러나 생일 축제를 정하는데 있어 태어난 바로 그 날에 생일 축제를 지낼 뿐만 아니라, 때로는 그 장본인과 관련된 어느 의미 있는 날을 정하여 지내기도 하였다. 이런 관습의 영향과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을 부정하던 그 당시 아리아니즘을 배격하기 위하여 그리스도 신자들은 하느님의 아들로서 참 신이신 그리스도가 인간이 되신 탄생 축제를 성대하게 경축하고자 하였다.

 

그런데 예수 그리스도의 실제적 탄생일이 전승되어 오지 않고 실제로 그 날을 정확히 알 길이 없기 때문에 상징적으로 뜻 깊은 다른 어느 날을 선정하는 것이 필연적이었다. 이렇게 해서 선정된 날이 새로운 해가 다시 소생하는 날로서 태양의 탄일인 12월 25일이었다. 왜냐하면 예수 그리스도를 높은 곳으로 떠오르는 참 빛이시요 태양으로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수 성탄 축일은 고정 축일이 되었다.

 

이에 따라 주의 탄생 예고 대축일이 9개월 전인 3월 25일로 되었고, 요한 세례자 축일은 세례자 요한이 예수님보다 6개월 전에 잉태되었기 때문에(루가 1, 36) 6월 24일로 정했다.

 

 

공현 축일

 

동방 교회에서는 서방 교회의 성탄 축일의 내용을 가진 주의 공현 축일을 이미 지내고 있었다. 그 유래는 성탄 축일의 유래와 비슷하나 동방 특히 이집트에서는 겨울철 해가 바뀌는 축제를 1월 6일에, 즉 태양의 탄일 축제를 1월 6일에 지내는 관습이 있었기 때문이다. 공현(에피파니아)이라는 용어는 인간들 가운데 신이 출현한다는 뜻으로 사용되기도 했으므로, 이 명칭으로써 빛의 상징과 연관시켜 참 빛이신 그리스도가 이 세상에 나타나셨음을 뜻하였다.

 

동방 교회에서 지내오던 주의 공현 축일이 4세기 말엽에 서방 교회에 도입됨으로써 예수 성탄 축일과 혼동을 막고 차이점을 둘 필요성이 생겼다. 그래서 동방 교회에서는 이 공현 축일을 예수의 세례와 연관시켜 후대에는 완전히 주님 세례 축일로 지내게 된 반면에 서방 교회에서는 새로 탄생한 왕을 전 세계에 공포하는 뜻에서 동방으로부터 온 현자들의 조명을 부각시켜 「삼왕내조」(三王來朝)라 칭하기도 하였다.

 

성탄과 공현 축일의 동기를 보았을 때 이 두 축일은 강생의 신비를 고유한 주제로 삼고 있다. 구태여 차이점을 둔다면 「성탄 축일」은 가정의 축제와 같이 하느님의 아들이 보잘 것 없는 인간이 된 강생의 신비에 더 치중하고, 「공현 축일」은 세계적 축일로서 이 어린 아기의 신적 차원으로 눈을 돌려 세상에 밝게 나타났음에 치중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뜻에서 요르단 강에서의 예수님의 세례나 가나의 영적 사건이 이 공현 축일과 연관을 갖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가톨릭신문, 2004년 12월 19일, 정의철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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