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미사] 신자들의 미사 참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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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05-01-06 | 조회수6,737 | 추천수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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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들의 미사 참례
머리말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거룩한 전례에 관한 헌장」(약어 ‘전례 헌장’) 48항은 본고의 주제와 사실상 동일한 “신자들의 능동적인 미사 참여”라는 소제목 아래 다음과 같이 천명하고 있다. “… 교회는 그리스도 신자들이 이 신앙의 신비에 마치 국외자나 말 없는 구경꾼처럼 끼여있지 않고, 예식과 기도를 통하여 이 신비를 잘 이해하고 거룩한 행위에 의식적으로 경건하게 능동적으로 참여하도록 깊은 관심과 배려를 기울인다.” 왜냐하면, 이러한 미사 참여를 통하여 “신자들은 하느님 말씀으로 교육을 받고, 주님 몸의 식탁에서 기운을 차리고, 하느님께 감사하고, 사제의 손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사제와 하나 되어 흠 없는 제물을 봉헌하면서 자기 자신을 봉헌하는 법을 배우고, 중개자이신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날이 갈수록 하느님과 일치하고 또 서로서로 일치하여 하느님께서 모든 것 안에서 모든 것이 되시도록 하여야” 하기 때문인 것이다.
이 「전례 헌장」 48항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신자들의 미사 참여’가 그리스도교 신자생활에서 아주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례로 거행되는 신앙의 신비에 능동적으로 참여할수록 더 큰 결실을 맺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본고의 주제인 ‘신자들의 미사 참례’에 접근하면서, 먼저 ‘참례’라는 단어를 살펴보자. 국어사전에 나타난 단어의 의미는 “參禮: 예식에 참여함”이다. 그렇다면 ‘신자들의 미사 참례’라는 것은 ‘가톨릭 신자들이 미사 예식에 참여함’을 말할 것이다. 어휘 ‘미사 참례, 미사참례하다.’는, 한때 교회 안에서 사용된 ‘미사 보러 간다.’라는 표현 대신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우리에게 친숙하게 되었고, 명사형이건 동사형이건 이제는 널리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미사 참례’에 대한 교회의 공식 가르침을 공부하다 보면, 교회 문헌 안에서 ‘참례’라는 단어를 의외로 발견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구체적으로, 미사와 관련된 교회 문헌을 살펴볼 때, 겨우 「교회법전」에 1회(제923조), 「가톨릭 교회 교리서」에 4회(1388항 2회, 2180항 2회) 발견될 뿐이고, 「전례 헌장」과 「미사 전례서 총지침」 (2002년)에는 아예 나타나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들 다섯 가지의 경우를 라틴어 원문과 비교하여 살펴보면, 네 번은 participatio(참여), participare(참여하다)를 ‘참례, 참례하다’로 번역한 경우이고, 한 번은 assistere(옆에 서다, 옆에서 거들다, 옆에서 모시다, 옆에서 도와주다)를 ‘참례하다’로 번역한 경우이다. 그러므로 ‘참례’를 공부하는 자리이지만, 교회 문헌을 살펴볼 때에는 ‘참여’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공부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서는 ‘참례’와 ‘참여’를 혼용할 것이고, 교회 문헌에 대해서는 공식 번역본의 표기를 따르기로 하겠다.
1. 신자들의 능동적 미사 참례의 역사적 변천
고대로부터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준행하였고 교부들이 지속적으로 언급하였던 전례에 대한 회중의 능동적 참여는 중세 이후 거의 소멸되어, 신자들은 미사와 그 밖의 전례에서 마치 “국외자나 말 없는 구경꾼처럼 끼여있게” 되었다.
교황 비오 10세(1903-1914년 재임)는 신자들이 전례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세웠다. 그는 1903년 교회 음악의 규범을 제시하면서 그레고리오 성가를 장려하는 자의 교서 Tra le sollecitudini를 통하여, “교회가 거행하는 거룩한 성사와 공적이고 장엄한 기도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참된 그리스도교 정신을 길어올리는 첫째 샘이며 또 반드시 필요한 샘”이라고 강조하면서 전통으로 돌아갈 것을 호소하였다. 「전례 헌장」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는 ‘능동적 참여(participatio actuosa)’라는 개념은, 사실 이렇게 비오 10세의 자의 교서에 이미 언급된 것으로, 이 자의 교서는 사목적 단계에서 전례운동의 출발을 위한 진정한 토대라고 말할 수 있다.
베네딕도회 수도자인 보두엥(†1960년)은 교황 비오 10세의 이 자의 교서를 자신의 전례적, 사목적 활동의 화두로 삼았는데, 1909년 9월 벨기에에서 개최된 전국 가톨릭 단체 대회에서 행한 그의 연설은 전례운동의 진정한 출발점으로 여겨진다. 보두엥의 연설로 전례운동은 수도자들의 범위를 넘어 훨씬 더 넓은 지평을 향하여 전개되었고, 이제 평신도들도 참되게 거행된 전례를 통하여 진정한 그리스도교 생활을 건설한다는 생각에 동의하였다.
교황 비오 11세(1914-1939년 재임)는 신자들이 전례에서 능동적 참여라는 역할을 별로 수행하고 있지 않는 것을 한탄하였으며, 교황 비오 10세의 호소를 받아들여 전례운동을 활성화시키고자 많은 연구활동을 장려하였다.
교황 비오 12세(1939-1958년 재임)는 적극적인 미사 참여를 위한 신학적 근거들을 설명함으로써 그와 같은 전반적인 움직임에 찬성하였다. 전례운동은 수많은 의심과 반대들에 부딪히면서 특히 독일에서 드러난 위기 때문에 주춤하였다. 계속되는 논쟁 속에서 교황 비오 12세는 전례운동의 노력을 인정하고 몇몇 개념을 정확하게 하는 등 전례적 요구에 대응하는 가운데 신자들의 미사 참례 방식에 대한 자세한 지침을 내어놓았으며, 전례의 부분적인 개혁도 시도하였다. 또한 교황 비오 12세는 이탈리아 아시시의 한 집회에서 신자들의 미사 참례에 대해 격려하였다. “전례운동은 이 시대를 향한 하느님의 섭리적인 배려의 표징으로, 또한 당신의 교회 안에 성령의 움직임으로 드러나는데, 이 운동은 전례(생활)에 대한 신자들의 능동적 참여를 통하여 신앙의 신비들과 은총의 풍요로움을 향하여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마침내 교황 요한 23세(1958-1963년 재임)는 세계 교회의 다양한 활동 영역 가운데 특히 교회의 ‘아조르나멘토(aggiornamento)’, 곧 ‘현대화’ 작업을 목적으로 하여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소집하였다. 공의회의 교부들은 그들이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이러한 생각을 교회의 공적 예배인 전례에 적용시키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오랜 토론과 연구 끝에 1963년 12월 4일 「전례 헌장」이 선포되었는데, 이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첫 결실이며, 교회 역사상 가장 중요한 문헌들 가운데 하나로 여겨지는 뛰어난 헌장이다. 여기서는 전례와 전례개혁에 관한 내용들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2. 신자들의 능동적 미사 참례
신자들의 미사 참례에 대해 「전례 헌장」은 “능동적 참여”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만, 이것은 신자들의 전례에 대한 참여의 다양한 측면을 대표하여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신자들의 참여가 어떠해야 하는지 「전례 헌장」을 통해 살펴보면 “능동적으로(actuose)” 이외에도 11항의 “잘 알고(scienter)”, “효과적으로(fructuose)”, 14항의 “의식적(consciam)”, “완전한(plenam)”, 19항의 “내적 외적으로 능동적으로(actuosam internam et externam)”, 21항의 “온전히(plena)”, 48항의 “의식적으로(conscie)”, “경건하게(pie)”, 50항의 “경건하고(pia)” 등의 형용사 또는 부사로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이들 어휘를 중심으로 미사 참례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살펴보자.
1) 잘 알고(scienter) 참여
「전례 헌장」은 신자들의 여러 가지 참여자세 중에서 “알고”를 맨 앞에 제시하여, 사목자들이 신자들에게 갖추도록 돌보아야 할 첫 번째 참여자세로 내세우고 있다. “이렇게 완전한 효과를 거두려면 … 천상은총을 헛되이 받지 않도록 은총에 협력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거룩한 목자들은 … 신자들이 잘 알고(scienter) 능동적으로 또 효과적으로 전례에 참여하도록 돌보아야 한다”(11항).
미사 전례를 잘 알고 참례한다는 것은 지금 거행되는 전례를 이해하고 전례에 참여한다는 것을 말한다. 미사 전례에 대해 ‘잘 알고 참여’하려면 적어도 ‘전례’, ‘표징’, ‘성사 일반’, ‘성체성사’, ‘미사’, ‘미사의 각 부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1) 전례에 대한 이해
「전례 헌장」에 따르면, “전례는 당연히 예수 그리스도의 사제직을 수행하는 것이다. 전례 안에서 인간의 성화가 감각적인 표징들을 통하여 드러나고 각기 그 고유한 방법으로 실현되며, 그리스도의 신비체, 곧 머리와 그 지체들이 완전한 공적 예배를 드린다”(7항).
또한 전례의 종말론적 성격에 대해서도 이해하여야 한다. “우리는 이 지상의 전례에 참여하며 나그네들인 우리가 걸어 나아가는 거룩한 도성 예루살렘에서 거행되는 천상 전례를 미리 맛본다. 그곳에서는 그리스도께서 지성소와 참다운 성막의 사제로서 하느님 오른편에 앉아계신다. … 구세주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생명으로 나타나시고 우리도 그분과 함께 영광 속에 나타날 때까지, 우리는 그분을 기다린다”(8항).
(2) 표징에 대한 이해
전례와 성사, 준성사에 대해서는 “전례 안에서 인간의 성화가 감각적인 표징들을 통하여 드러나고 실현된다.”(7. 59. 77항)라고 하며 “성사는 인간의 성화와 그리스도 몸의 건설, 그리고 하느님께 드리는 예배를 지향하며 교육에도 기여하는 표징들”(59항)이라고 한다. 또한 “준성사는 어느 정도 성사들을 모방하여 특히 영적 효력을 교회의 간청으로 얻고 이를 표시하는 거룩한 표징들”(60항)이라고 하기에, 표징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거룩한 전례에서 볼 수 없는 신적 사물을 표시하고자 사용하는 가시적 표징들은 그리스도께서 또는 교회가 선택한 것이다”(33항). 전례에서 그리스도와 성령께서는 교회의 성사적 표징을 통해 성화활동을 하신다. 그리스도께서 또는 교회가 선택하여 사용하는 교회의 거룩한 표징들은 물질세계와 사회생활의 풍부한 모든 표징과 상징을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들을 정화하고 수용한다.
이러한 신약의 표징들, 곧 교회의 시대에 전례 안에서 사용되는 표징(signum)들은 구약의 예표(typos)와 형상들을 완성하는 원형(anti-typos)이 되고,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구원을 상징하고 실제로 현존하게 하는 성사가 되며(sacramentum), 미래에 우리가 보게 될 하늘의 영광을 미리 맛보게 하고(praegustare) 예시한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152항; 「전례 헌장」, 33항 참조).
(3) 성사에 대한 일반적 이해
트리엔트 공의회(1545-1563년)는 아우구스티노 성인(†403년)의 견해를 받아들여 성사에 대해 “거룩한 것의 표징이며, 보이지 않는 은총의 보이는 형태”라고 정의하였다. 「전례 헌장」은 이 노선을 계승하여 “성사는 말씀과 사물로 신앙을 기르고 굳건하게 하고 드러낸다. … 성사는 참으로 은총을 가져다주며, 그 집전은 신자들이 그 은총을 알차게 받고 하느님을 바로 예배하며 사랑을 실천하도록 매우 잘 준비시켜 준다.”(59항)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것은 또한 「가톨릭 교회 교리서」에서도 잘 설명되어 있다. “성사들은 우리 인간이 감지할 수 있고 다가갈 수 있는 표징(말씀과 행위)이다. 성사들은 그리스도의 행위와 성령의 힘으로 그것들이 가리키는 은총을 실제로 이루어준다”(1084항).
결국 “성사는 그리스도께서 세우시고 교회에 맡기신 은총의 유효한 표징들로서, 이 표징들을 통하여 하느님의 생명이 우리에게 베풀어진다. 성사 거행의 가시적인 예식은 각 성사에 고유한 은총을 나타내며 이를 실현한다. 성사는 합당한 마음가짐으로 받는 사람들에게서 열매를 맺는다”(1131항).
(4) 미사(성체성사)에 대한 이해
「전례 헌장」 47항은 다음과 같이 미사의 주요한 두 가지 성격, 곧 ‘희생제사적’ 성격과 ‘잔치적’ 성격에 대해 말하고 있다. “우리 구세주께서는 팔리시던 그 밤에 최후 만찬에서 당신 몸과 피의 성찬의 희생제사를 제정하셨다. 이는 다시 오실 때까지 십자가의 희생제사를 세세에 영속화하고, 또한 그때까지 사랑하는 신부인 교회에 당신 죽음과 부활의 기념제를 맡기시려는 것이었다. 이 제사는 자비의 성사이고 일치의 표징이고 사랑의 끈이며, 그 안에서 그리스도를 받아 모시어, 마음을 은총으로 가득 채우고 우리가 미래 영광의 보증을 받는 파스카 잔치이다.”
① 성찬례의 희생제사적 성격
희생제사적 성격에서 성찬례는, 성부께 드리는 감사와 찬미의 제사, 그리스도와 그 몸(교회)의 희생을 기념하는 제사, 그리스도의 말씀과 성령의 힘으로 그리스도의 현존을 실현하는 제사이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358항).
- 성부께 드리는 감사와 찬미의 제사 : 성찬례는 성부께 드리는 감사의 제사, 곧 하느님께서 주신 모든 은혜와, 창조와 구속과 성화로 이루어주신 모든 것에 대한 ‘감사의 제사’이다. 또한 성찬례는 교회가 모든 피조물을 대표하여 하느님의 영광을 노래하는 ‘찬미의 제사’이다.
- 그리스도와 그분의 몸인 교회의 희생을 기념하는 제사 : 성찬례는 그리스도의 파스카의 기념제로, 그분의 몸인 교회의 전례 안에서 그분의 유일한 ‘십자가의 희생제사’를 재현하고 현재화하고 성사적으로 봉헌하며, 그 결과를 실제로 적용시키기 때문에 또한 희생제사이다. 사실 그리스도께서 바치신 희생제사와 교회가 바치는 성찬례의 희생제사는 동일한 제사이기 때문에 교회의 성찬례도 또한 ‘속죄의 제사’이다.
- 그리스도의 말씀과 성령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그리스도의 현존 : 성찬례에서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하는 실체변화(transsubstantiatio)를 통하여, ‘온전한 그리스도(totus Christus)’께서 ‘참으로, 실재적으로 그리고 실체적으로(vere, realiter et substantialiter)’ 현존하게 된다. 그리스도께서는 성체가 축성되는 순간부터, 성체의 형상이 존속하는 동안 계속해서 그 안에 현하신다. 우리는 주님께 대한 흠숭의 표시로 무릎을 꿇거나 몸을 깊이 숙여 절함으로써 빵과 포도주의 형상 안에 그리스도께서 실제로 현존하신다는 믿음을 표현한다.
② 성찬례의 파스카 잔치적 성격
‘파스카 잔치(Convivium Paschale)’적 성격에서 성찬례는, 주님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는 거룩한 친교의 잔치이다. 성찬례를 거행하고자 교회가 그 둘레에 모이는 제단은 한 신비가 지닌 두 가지 측면, 곧 주님께서 희생되신 제단과 주님의 식탁을 나타낸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의 화해를 위해 바쳐진 제물로서, 그리고 우리에게 주시는 천상 음식으로서 당신 신자들의 모임 가운데 현존해 계시는 것이다. 전례는 수많은 기도들에서 이러한 희생제사와 영성체의 불가분적 관계를 표현하고 있다.
(5) 미사의 각 부분에 대한 이해
미사의 중심은 말씀전례와 성찬전례 두 부분이다. 이 둘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단 하나의 예배행위를 이룬다. 이렇게 미사에서 하느님 말씀과 그리스도 몸의 식탁이 마련되어 신자들이 가르침과 양식을 얻는다. 그 밖에 시작예식과 마침예식이 처음과 끝에 덧붙여져 있다.
① 시작예식 : 말씀전례에 앞서 거행하는 예식으로 각 구성요소들은 한곳에 모인 신자들이 일치를 이루어 말씀전례에서 선포되는 하느님의 말씀을 올바르게 듣고, 성찬전례에 합당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미리 자신을 준비하게 도와준다.
② 말씀전례 : 성서봉독과 그 사이의 노래들로 이루어진 중심부분과 이 중심부분을 발전시키고 끝맺는 부분인 강론, 신경, 보편지향기도로 구성되어 있다.
③ 성찬전례 : 그리스도께서는 최후의 만찬에서 파스카 제사와 잔치를 제정하시고 교회 안에서 십자가의 제사가 언제나 계속되도록 하셨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말씀과 행동에 맞추어 성찬전례의 순서를, 그리스도께서 손에 드셨던 재료인 빵과 포도주를 제대로 가져가는 예물준비, 구원업적 전체에 대해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예물을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시키는 감사기도, 빵의 나눔과 영성체를 통해 그리스도와 한 몸을 이루는 영성체 예식으로 정해놓았다.
④ 마침예식 : 주례사제가 집회를 마치는 예식으로, 공지사항, 인사, 마침강복, 파견, 제대인사, 퇴장행렬과 마침성가로 구성되어 있다.
2) 의식적(consciam) 참여
「전례 헌장」은 “어머니인 교회는 모든 신자가 전례 거행에 ‘의식적이고’ 능동적이고 완전한 참여를 하도록 인도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한 참여는 전례 자체의 본질에서 요구되는 것이다.”(14항)라고 하면서, 전례 자체에서 요구되는 참여 가운데 의식적 참여를 으뜸으로 내세우고 있다. 또한 신자들이 전례에 의식적으로 참여하도록 관심을 가지고 배려해야 하는 교회의 사명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교회는 그리스도 신자들이 이 신앙의 신비에 마치 국외자나 말 없는 구경꾼처럼 끼여있지 않고, 예식과 기도를 통하여 이 신비를 잘 이해하고 거룩한 행위에 ‘의식적으로’ 경건하게 능동적으로 참여하도록 깊은 관심과 배려를 기울인다”(48항).
‘의식적’ 참여란 무의식적 참여가 아니라 의식이 깨어있는 참여이다. 무관심한 참여가 아니라 관심을 갖는 참여이고, 졸음이나 잠에 빠지는 참여가 아니라 잠을 깬 청명한 정신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또한 건성으로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정성을 다하여 참여하는 것이고, 습관적인 참여가 아니라 마치 단 한 번뿐인 것처럼 새로운 마음으로 전례에 참여하는 것이다.
3) 경건한(pia) 참여
“교회는 … 거룩한 행위에 의식적으로 ‘경건하게’ 능동적으로 참여하도록 깊은 관심과 배려를 기울인다”(「전례 헌장」, 48항). 이처럼 「전례 헌장」은, 교회는 투철한 사명감으로 신자들이 전례에 경건하게 참여하도록 관심을 가지고 배려해야 한다고 언급한다. 또한 “미사 통상문은 각 부분의 고유한 본질과 상호 연관성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나고, 또한 신자들의 ‘경건하고’ 능동적인 참여가 더 쉽게 이루어지도록 개정되어야 한다.”(50항)라며, 신자들의 경건한 참여를 증진하는 방향으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따른 전례문 개정 특히 미사 통상문의 개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경건한’ 참여란 공경심을 갖추고 조심스럽게 이루어지는 참여를 말한다. 전례에서 주례자로서 교회와 함께 모인 공동체의 이름으로 기도를 바치는 사제 또한 자신의 봉사 직무를 더욱 열심하고 경건하게 수행하고자 사적으로 기도를 바치며 스스로를 가지런하게 정돈하여야 한다.
4) 내적 외적으로 능동적(actuosam internam et externam) 참여
“영혼의 목자들은 부지런히 또 꾸준히 신자들의 전례 교육에 힘써 … ‘내적 외적으로 능동적으로(actuosam internam et externam)’ 참여하게 하여야 한다”(「전례 헌장」 19항). 「전례 헌장」은 이러한 “능동적 참여를 증진하도록, 백성의 환호, 응답, 시편 기도, 따름 노래, 성가와 함께 행동이나 동작과 자세를 중시하여야 한다. 또한 거룩한 침묵도 제때에 지켜야 한다.”(30항)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 회중들의 능동적 참여를 이루는 요소들을 간단하게 살펴보자.
(1) 환호, 응답
“미사 거행은 본성상 공동체 행위라는 특성을 지니므로 집전자와 모인 신자들 사이의 대화 및 환호는 매우 중요하다. 이 대화와 환호는 미사가 공동체의 거행임을 외적으로 드러낼 뿐만 아니라 사제와 백성의 일치를 이루고 촉진시키기 때문이다”(「미사 전례서 총지침」, 34항). “사제의 인사와 기도에 응하는 신자들의 환호와 화답은 그들의 능동적 참여를 한층 더 강화한다”(「미사 전례서 총지침」, 35항).
막상 처음에 교회에 들어갈 때 사람들은 그저 개개인이 모인 한 무리에 불과하다. 사람들은 육체적으로 함께 모이지만, 정신적으로도 함께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서, 뜻과 마음이 하나가 되고 모두가 공동체임을 자각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되는 데는 같이 기도하거나 노래하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 이렇게 함으로써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2) 노래와 성가
“사도는 주님의 재림을 기다리면서 한자리에 모이는 그리스도교 신자들에게 시편과 찬미가와 영가를 함께 노래하라고 권고한다. 노래는 마음의 기쁨을 드러내는 표지이기 때문이다”(「미사 전례서 총지침」, 39항). 그러므로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노래를 부르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의 특징”이고, 또 “성가는 두 배의 기도”라고 하였다. 노래와 음악은 전례행위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것들을 선용하는 기준은 기도의 아름다운 표현, 회중 전원의 일치된 참여와 전례 거행의 장엄함에 있다. 이처럼 노래와 음악은 하느님의 영광과 신자들의 성화라고 하는 전례적 언어와 행위의 궁극 목적에 이바지한다.
(3) 회중에게 속한 전례문
“모인 회중 전체에게 해당되는 부분으로서 신자들의 능동적 참여를 드러내고 증진시키는 데 매우 유익한 다른 부분은 특히 참회행위, 신앙고백, 보편지향기도와 주님의 기도 등이다”(「미사 전례서 총지침」, 36항).
(4) 동작과 자세
모든 이의 동작(몸동작-입당 행렬, 복음 전 행렬, 봉헌 행렬, 영성체 행렬, 퇴장 행렬; 손동작-합장, 팔을 벌림, 십자성호, 가슴을 침)과 자세(일어섬, 앉음, 무릎 꿇음, 절함)는 거행 전체가 기품 있고 고상하며 간결하게 수행되는 데 기여해야 한다. 모든 참여자가 지켜야 할 통일된 자세는 거룩한 전례에 모인 그리스도교 공동체 구성원의 일치의 표지이다. 이는 참석자들의 마음과 정감을 표현해 주는 동시에 그것을 길러준다. 행위와 행렬들은 각 동작에 대한 규범에 따라 품위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
(5) 침묵
“거룩한 침묵 또한 거행의 한 부분으로서 제때에 지켜져야 한다. 침묵의 성격은 각 거행에서 그 침묵이 시행되는 순간에 따라 다르다. 참회 행위와 각 기도의 초대 다음의 침묵은 자기 내면을 성찰하는 데 도움이 되고, 독서와 강론 후의 침묵은 들은 것에 대해 잠깐 묵상하는 데 도움을 주며, 영성체 후에 하는 침묵은 마음속으로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의 기도를 바치도록 이끌어준다. 거행에 앞서 이미 성당, 제의실 그리고 주위에서 침묵을 지키는 것이 권장된다. 이렇게 모두 곧 시작될 거룩한 예식을 경건하고 합당하게 거행하도록 마음을 준비한다”(「미사 전례서 총지침」, 46항).
5) 온전하고 완전한(plena) 참여
「전례 헌장」은, ‘완전한’ 참여는 전례 자체의 본질에서 요구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인의 권리와 의무라고 설명한다(14항). 또한 온전한 참여를 돕는 방향으로 전례 자체의 쇄신, 곧 전례문과 예식의 쇄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천명한다. “거룩한 어머니인 교회는 그리스도교 백성이 거룩한 전례에서 풍성한 은총을 더욱 확실히 받도록 전례 자체의 전면 쇄신을 적극 추진하고자 한다. … 그리스도교 백성이 될 수 있는 대로 그것들을 쉽게 깨닫고, 공동체 고유의 전례 거행에 ‘온전히’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21항).
‘완전한’ 또는 ‘온전한’ 참여란, 부족함이 없는 충분한 참여이고, 결점이나 흠결이 없는 참여를 말한다. 미사에 완전하게 참여한다는 것은, 미사가 시작되기 전에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미사 거행장소에 도착해서 미사를 준비하고 또 미사가 마칠 때까지 그곳에서 공동체와 함께하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전례헌장」은 “사제의 영성체 후에 신자들이 같은 희생제사에서 주님의 몸을 받아 모시는 ‘더욱 완전한(perfectior)’ 저 미사 참여는 크게 권장된다.”(55항)라고 한다. 결론적으로, ‘완전한’ 참여란 미사의 처음부터 마침까지 전례거행에 참여하여 성체를 모시는 것이다.
영성체의 슬픈 퇴조 현상은 아마도 동방교회에서 시작되었던 것 같다. 문제를 일으킨 것은 성사이신 하느님(예수 그리스도)께서 성부이신 하느님과 전적으로 동등하지는 않다고 믿는 아리우스의 이단적 교설 때문이었다. 성자는 영원으로부터 존재하지 않았고, 또 성부께 종속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그리스도께서 진짜 하느님은 아니라는 주장이 나왔다. 교회는 당연히 325년 니케아 공의회에서 그 주장을 단죄했다. 그러나 아리우스주의는 공식적으로는 생명이 끊겼지만 굴복하지는 않는 이단들 가운데 하나가 되어, 놀랄 만큼 많은 추종자들을 끌어당겨 세계의 여러 지역에서 오랫동안 존속했다. 이런 이유로 가톨릭 신학자들은 그리스도의 신성에 특별한 강조점을 두어야 했다. 그러나 아무도 의도하지 않았고 예견할 수도 없었지만 실제로 초래된 결과는 신자들이 하느님이신 그리스도의 그 큰 위엄에 대한 경외감으로 너무 압도되어 그분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그 이전 세대 사람들은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형제이시고, 하느님과 사람 사이의 중개자로서 다가가기 쉬운 분이시라는 사실에 대한 기쁨에 찬 인식을 하고서 그분의 몸과 피를 먹고 마셨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분께서 지니신 신적인 위엄에 대한 경외감으로 대체된 나머지 그분과 거리를 유지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태도는 서방교회에도 파급되어 신자들이 점점 더 드물게 성체를 모시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급기야는 1215년 제4차 라테라노 공의회에서는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누구나 성체를 모셔야 한다는 것을 의무로 규정하기에까지 이르렀다. 초기와는 이 얼마나 대조적인가!
트리엔트 공의회 이후에는 사정이 다소 개선되었다가 17세기에는 존경에 찬 경외심을 지나치게 독려하는 얀세니즘이라는 또 하나의 이단의 영향으로 영성체는 다시금 퇴조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이 두 극단, 곧 존경심의 결여와 그 지나친 강조를 피해야 한다. 신자들이 영성체 바로 전에 함께 말하게 되어있는 본문은 그러한 올바른 균형을 잡아준다.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가 곧 나으리이다”(마태 8,8 참조).
6) 효과적인(fructuose) 참여
전례에서 “이렇게 완전한 효과를 거두려면 … 천상은총을 헛되이 받지 않도록 은총에 협력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거룩한 목자들은 … 신자들이 잘 알고 능동적으로 또 효과적으로 전례에 참여하도록 돌보아야 한다”(「전례 헌장」, 11항). 「전례 헌장」은 사목자들이 신자들에게 갖추도록 하여야 할 중요한 참여자세 가운데 하나로 이 효과적 참여를 말하고 있다.
‘효과적인’ 참여란, 무위로 끝나버리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 참여, 다시 말해 뚜렷한 효과를 내는 참여를 말한다. 「미사 전례서 총지침」은, “하느님의 백성은 … 근원적으로 거룩하지만 성찬 신비에 의식적이고 능동적이고 ‘효과적으로’ 참여하는 가운데 끊임없이 그 거룩함을 완성시켜 간다.”(5항)라고 하면서, 효과적인 참여가 그리스도교 신자의 성화 의무를 수행하는 것이 된다고 설명한다. 또한 “주교는 사제와 부제, 평신도 그리스도교 신자들이 항상 전례 예식과 본문의 본연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여 능동적이고 ‘결실 있는’ 성찬례 거행에 참여하도록 마음을 써야 한다.”(22항)라고 강조한다.
「미사 전례서 총지침」은 미사의 효과적인 참여를 위해 다음과 같이 덧붙이고 있다. “긴 독서 또는 짧은 독서를 선택할 때는 독서의 ‘결실’과 함께 독서를 듣는 신자들의 능력을 고려해야 한다. 신자들의 본문에 대한 이해 능력은 본문을 설명하는 강론으로 보충된다”(360항). “사제는 그리스도의 성체와 성혈을 ‘효과적으로’ 받아 모시기 위해 조용한 기도로 준비한다. 신자들도 침묵 가운데 기도하면서 같은 준비를 한다”(84항). 그리고 효과적 참여를 수행하는 세부적인 방법으로 전례 예식과 본문의 본연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 독서 본문에 대해 이해하고 강론으로 도움을 받는 것, 성체와 성혈을 받아 모시는 것 등을 제시한다.
전례 예식과 본문에 대한 이해는 이미 앞에서 살펴보았으므로, 여기에서는 말씀전례의 효과와 영성체의 효과에 대해 알아보자.
말씀전례의 효과는 말씀전례를 통한 열매 맺기라고 부를 수 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성사는 합당한 마음가짐으로 받는 사람들에게서 ‘열매를 맺는다.’”(1131항)라고 하며 성사의 열매 맺기에 대해 말한다. 이를 말씀전례에 적용해 본다면, 독서들 본문과 화답송, 복음 전 노래 등의 성가, 강론 등을 통하여 들려오는 하느님의 말씀, 기도, 가사 등에 비추어 개인의 삶을 조명해 보고, 그 말씀과 본문에서 위로를 얻으며, 생활개선과 이웃사랑을 실천하겠다는 결심을 가지는 것이다.
영성체가 이루는 효과는 다음과 같다.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모시는 거룩한 영성체는 주님과 이루는 친교를 증대시키며, 소죄를 용서해 주고, 대죄에서 보호해 준다. 성체를 모시는 사람과 그리스도 사이에 사랑의 유대가 굳건해지므로, 영성체는 그리스도의 신비체인 교회의 일치도 강화한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416항).
나가는 말
지금까지 ‘신자들의 미사 참례’라는 주제를 다음과 같이 살펴보았다.
전례행위는 “교회의 몸 전체에 관련되고 그 몸을 드러내며 영향을 끼친다. 교회의 각 지체는 위계와 임무와 실제 참여의 차이에 따라 각기 다른 모양으로 관여한다” (「전례 헌장」, 26항; 「가톨릭 교회 교리서」, 1140항). “전례거행에서는 누구나 교역자든 신자든 각자 자기 임무를 수행하며 예식의 성격과 전례 규범에 따라 자기에게 딸린 모든 부분을 또 그것만을 하여야 한다”(「전례 헌장」, 28항; 「가톨릭 교회 교리서」, 1144항). 그래서 신자들의 보편 사제직을 수행하는 다른 특별한 직무들이 있는데, 성품성사로 축성되지 않은 복사, 독서자, 해설자, 성가대, 예물봉헌자, 성체분배자 등의 전례 봉사 직무들은 전례 전통과 사목적 필요에 따라 주교가 정한다(「전례 헌장」, 26항; 「가톨릭 교회 교리서」, 1143. 1348항 참조).
그러나 또한 “‘아멘’으로 참여를 표현하는 전체 회중은 각자 나름대로 전례거행에 능동적으로 참여한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348항.) 바로 이때 “온 회중은 모든 사람 안에서 일하시는 ‘성령으로 하나 되어’ 각자의 임무에 따라 ‘전례 거행자(liturgus)’가 된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144항).
* 이 논문은 본래 200자 원고지 230여 매 분량이었으나 필자의 양해를 구하여 발췌, 요약하였다. - 편집자 주
[사목, 2004년 3월호, 장신호(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전례학 교수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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