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위령] 개정 시행된 장사법과 천주교 상제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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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08-11-26 | 조회수2,763 | 추천수0 | |
개정 시행된 ‘장사법’과 천주교 상제례
사람은 태어나서 성장하여 어른이 되면 결혼을 하고, 나이가 들어 육신이 쇠해지면서 죽음의 순간을 맞는다. 이렇게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면서 겪어야 하는 과정을 우리는 흔히 통과의례 또는 통과제의라고 한다. 사람이 사는 동안 겪는 일들은 본인 스스로 책임을 지거나 권리를 가진다. 그러나 죽은 뒤의 시신은 전적으로 다른 사람의 돌봄이 필요하다. 그러기에 죽음은 개인적인 사건인 동시에 공적이고 사회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죽음의 공적인 사회성을 상장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초상을 치르는 동안 가족들과 친지는 돌아가신 분을 추모하며 갖가지 예를 다한다. 죽음을 맞는 우리의 정서는 슬픔과 두려움이다. 호상이라 하여 복을 누리고 오래 살다 돌아가신 분의 죽음을 기쁘게 애도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우리는 가까운 혈육과 친지의 죽음 앞에서 슬픔과 두려움을 느낀다.
죽음이 임박하여 임종을 맞이할 채비를 차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운명을 한 뒤에 시신을 처리하고 각종 제의례를 통해 일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기까지의 의식절차를 정한 예를 상례라 한다. 아울러 시신을 수습하여 처리하는 과정과 관계된 수시(收屍), 염습, 입관, 발인을 하고 매장하고 묘를 치장하고 돌아오기까지의 예를 장례라 한다. 상례는 장례를 포함한 더 넓은 범위의 개념이다(허윤석, 한국 ‘천주교 상제례 문화의 토착화’ 참조).
이렇듯 개인적 ? 가족적이면서도 사회적 행사인 상장례 일체에 관한 것을 법으로 규정한 것이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사법)’이다. 지난해 4월 30일 2년여의 검토심의 기간을 거쳐 국회본회의에서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전부 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고, 국무회의에서 1년 뒤인 2008년 5월부터 시행하기로 의결?공포했다. 현행 ‘장사법’의 내용과 문제점을 살펴보고, 천주교의 상제례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11월은 교회력으로 위령성월이다. 위령성월은 세상을 떠난 영혼들을 기억하며 기도하는 달이다. 또한 죽음을 묵상하고 죽음 앞에 서게 될 나의 모습을 성찰하는 시간이다. 죽음은 삶과 분리된 것이 아니라 삶을 완성시키면서 하느님께 나아가는 길인 것이다. 죽음은 나의 사건인 동시에 남의 사건이기도 하다. 천주교의 상제례와 ‘장사법’에 대한 이해는 죽음과 관련한 문화를 한층 성숙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1.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사법’)이란 무엇인가?
사람이 죽으면 우리는 시신을 염습하여 땅에 묻거나 화장을 한다. 이렇게 죽은 사람을 땅에 묻거나 화장하는 일을 장사라고 한다. ‘장사법’에서는 그 목적을 “장사의 방법과 장사시설의 설치와 조성 그리고 관리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하여 보건위생상의 위해를 방지하고 국토의 효율적 이용과 공공복리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2. 우리나라는 언제부터 ‘장사법’을 시행하였는가?
일제가 식민지 정책의 일환으로 1912년 ‘묘지, 화장장, 매장 및 화장 취체 규칙’을 제정 공포하면서 처음으로 장사 관련 법규가 생겼다. 이는 “신분제에 따른 분묘의 산재와 비효율적인 국토 이용, 불합리한 관습을 타파한다.”는 명분으로 개인묘지를 집단묘지 정책으로 바꾸려는 목적이었다. 이때부터 공동묘지와 화장장이 제도적으로 도입되어 기타 묘지 설치를 금하고 공동묘지에 매장토록 하였다. 그러나 국민들의 정서를 무시하고 시행한 이 법규는 저소득층과 무연고자만이 공동묘지나 화장장을 이용하게 되면서 결국 실효를 거두지 못하였다.
1919년 일제가 한 차례 개정한 ‘묘지, 화장장, 매장 및 화장취체 규칙’을 해방 뒤에도 계속 시행해 오다가 1961년 ‘매장과 묘지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였다. 이 법의 목적은 ‘매장, 화장 및 개장과 묘지, 화장장, 납골당 시설에 관련된 사항’을 규정하는 것으로, 이때부터 국토 이용과 보건위생적 측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1968년 ‘매장과 묘지 등에 관한 법률’을 1차 개정하여 “묘지 설치 기준, 분묘 면적, 각종 장묘 시설의 설치 및 사용 및 관리 등에 관한 제반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시신을 대함에 보건위생상의 위해를 방지하고, 국토의 효율적 이용과 공공복리 증진 기여를 목적으로 하게 된다. 그 뒤 1973년, 1981년 두 차례에 걸쳐 위의 법을 개정하였으나 전통적인 관습과 행정 규제가 미비하여 대부분의 내용이 사문화되었다.
사회가 다변화하면서 다양한 사회 현상 속에서 장사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준수되지 않는 법령의 실효성 확보를 문제 제기함에 따라 1991년 ‘장사제도에 관한 지도 장려 기준’을 마련하여 이를 보완(1993년), 시행하였다.
1997년 이후 ‘화장장 ? 납골당 현대화 계획’을 수립하여 “묘지의 단위 면적 축소, 묘지 사용기간 제한, 화장 및 납골제도 보급 확대, 각종 규제완화”를 내용으로 법령 개정에 필요한 여론 수렴과정과 관계부처의 협의를 통해 재개정을 추진하였으며, 1999년 9월 개정안을 마련한 이후 2001년 1월 ‘장사 등에 관한 법률’로 개정 시행하였다. 2004년 보건복지부에서 장사제도 개선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장사제도의 비합리적 비효율적 반문화적 요인을 검토하여 개선안을 마련하여 2007년 국회를 통과하여 확정되었다. 그리고 2008년 개정안에 따른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확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3. ‘장사법’ 개정안엔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가?
‘장사법’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자연장제도의 도입(안 제2조 제3호, 제13호, 제14호, 제10조와 제13조 제3항과 제4항 신설).
? 장사시설의 무분별한 설치로 자연환경이 훼손되는 문제점을 개선하려면 수목장 등 자연장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자연장이란 화장한 유골의 골분을 수목이나 화초 잔디 등의 밑이나 주변에 묻어 장사하는 것으로 국공유림에 수목장림 등 자연장지를 조성할 수 있도록 하였다.
2. 지방자치단체의 화장 시설 확보 의무(안 제4조 제2항 신설).
? 화장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나 지역주민들은 혐오시설로 인식하고 있어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할 필요가 있다.
3. 사설자연장지의 조성허가 및 신고(안 제16조 신설).
?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자가 자연장지를 조성하는 경우에는 허가를 받거나 신고를 하도록 하고, 산림 등의 훼손을 막으려면 시설물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4. 봉안묘의 시설기준 제한(안 제18조 제3항 신설).
5. 공설 장사시설의 사용료 및 관리비의 차등 부과(안 제23조 신설).
6. 사설 장사시설업자에 대한 관리금 적립 의무 부과(안 제25조 신설).
7. 장사시설의 정비 ? 개선 및 사용제한 명령(안제30조 신설).
4. ‘장사법’ 개정안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장례의 의미는 첫째, 고인에 대한 추모와 둘째, 유가족에 대한 위로 그리고 셋째, 공동체 안에서의 화합에 있다. 그러나 일련의 개정 과정을 통해서 마련된 장묘문화에 관한 ‘장사법’은, 매장 방법에 관련된 장사시설 부족이나 효율적인 국토 관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여러 종교들의 장례문화와 종교적 관습 등을 고려하거나 우리 전통안에 있는 효(孝) 사상이나 인간의 존엄성과 시신을 예우하는 데는 소홀한 측면이 있다.
의정부교구 천주교상장례지도사 학교 교장 허윤석 신부는 이렇게 지적한다. “가족과 친지들이 돌아가신 고인을 추모하고 그에 따라 장례 절차와 안식처를 설치 관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장사법’은 고인에 대한 애도나 인간 영혼의 문제는 간과한 채, 자연 친화와 국토 활용이라는 물질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추모시설을 기피 또는 혐오시설로 규정하여 ‘우리 지역에는 설치할 수 없어!’ 하는 식의 지역이기주의의 벽을 높이고 있습니다.”
한편 전문가들은 ‘장사법’은 “명칭과 목적, 장사시설의 설치 제한 규정, 장례식장 규정 등 어느 하나 제대로 된 내용이 없어” 개정해야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장사법’에서는 시신을 시체라 하고, 추모시설을 혐오시설로 규정짓게 한다. 또한 ‘장사법’의 목적을 “보건위생상의 위해를 방지하고 국토의 효율적 이용과 공공복리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으로 보아, 이 법이 살아있는 사람들만을 위한 법률이라는 것이다.
‘장사법’이 죽은 자에 대한 사후 처리를 규정한 유일하고 특별법임을 감안한다면 헌법에서 정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의 규정 등에 관한 취지를 살려야 하는데도, 오히려 혐오를 부추기는 내용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5. 천주교 상제례 문화에 대하여
천주교회는 전통적인 효사상과 그리스도교의 부활 사상을 전례 안에서 토착화해 오면서 이땅의 상제례 문화의 한 모범을 보여주었다. 여기에 죽음을 삶과 분리시키는 국민 정서를 삶과 통합시키는 작업을 병행함으로써 좀 더 성숙한 장묘문화를 뿌리내리게 하려면 “자연친화적인 것은 물론 삶과 친화된 장묘문화가 뿌리를 내려야 한다.”고 허윤석 신부는 강조한다.
그리스도 신비체의 지체인 인간의 죽음에 대한 장례 예식은 ‘흙에서 온 인간이 하느님께로 돌아가는 거룩한 예식’이다. 따라서 천주교의 장례 예식은 교회법과 전례의 적용을 받는다.
‘연도’는 천주교 상제례 문화를 잘 보여준다. 예로부터 천주교 신자들은 초상이 나면 “연도났다.”고 하였고, 문상을 갈 때에도 “연도하러 가자.”고 하였다. 또한 명절이나 제사 때는 연도를 바쳤다. 연도란 “연옥에 있는 영혼을 위하여 기도한다.”는 뜻이다. 신자들은 장례에서 축문 대신에 독서와 기도를 드렸고 호곡 대신에 연도를 바쳤다.
연도는 장례 예식 중 말씀의 전례 형태로 밤샘기도에 해당하며, 우리의 전통가락으로 역사적인 발전을 거듭한 노래이다. 어떤 개신교 목사는 천주교 신자의 상가에서 한국 특유의 가락이 실린 연도를 감명 깊게 들었다면서, 전통에 뿌리 내린 모습이 아닐 수 없다고 고백한다.
연도는 시대의 문화에 따라 발전해 왔으며 오늘날 한국 천주교회의 전례적이고 영성적인 유산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연도는 천주교 신앙생활의 토착화한 기도요 봉사의 행위였다. 그러기에 천주교 신자들이 상가에서 보여준 연도와 봉사행위는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전해준다. 일반사회에서는 염장이라 하여 낮추어보거나 꺼리는 일도 마다하지 않고, 직접 시신을 염습하고 매장하였다. 그러한 활동은 오늘날에까지 연령회나 선종봉사회로 이어져 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무보수의 봉사도 장례지도사 자격증 시대가 도래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를 위하여 교구별로 장례지도사 학교가 속속 문을 열고 있기도 하다.
“교회는 신자들의 장례를 통하여, 믿는 마음으로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를 경축하며,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와 세례로 한 몸이 된 신자들이 죽음으로써 그리스도와 뽑힌 이들과 함께 하늘나라에 들게 하며, 육신은 복된 희망을 품고 그리스도의 재림과 죽은 이들의 부활을 기다리게 하는 것이다”(장례예식 시안, 1항).
그래서 그리스도인의 부활 신앙은 “죽음은 그리스도의 십자가상의 희생 제사를 통해 영원한 생명으로 들어가는 하느님 나라의 문”(이한택 주교, 2005년 위령성월 교서)이 되었음을 고백한다.
“믿는 이들에게는 죽음이 죽음이 아니요 새로운 삶으로 옮아감이니”(위령감사송 1).
[경향잡지, 2008년 11월호, 박상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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