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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사] 기도합시다 : 본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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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9-07-02 조회수2,163 추천수0

[전례 해설] 기도합시다 : 본기도

 

 

“신부님, 저는 요즘 기도가 잘 안돼요.” 어느 상담 고백자의 말이다. “식사는 잘 하시지요?” “그러믄요. 오늘은 특별히 점심 초대를 받아 포식을 했습니다.” “식사 후 주인에게 감사하셨습니까?” “그 정도 예의야 당연히 지켜야 되지 않겠어요?” “그러면, 이런 생각 좀 해보셨습니까?” “무슨 생각인데요.” “음식을 먹으면 그것이 살과 피가 되도록 하고 또한 하나뿐인 나의 소중한 생명이요 삶이 되도록 하신 분은 누구이겠습니까?” “아! 예, 그야 물론 하느님의 섭리이지요.” “그러면 음식을 대접한 사람에게는 깍듯이 인사를 하면서 음식을 통하여 당신에게 삶을 주시는 하느님께는 인사가 안된단 말인가요?”

 

나의 귀한 목숨, 소중한 생명, 평안한 삶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는 것이 기도이다. 평생은 하루하루의 연속이기에 하루의 첫 순간과 끝을 하느님과 대화하며 인사드리고 찬미와 영광을 바침은 올바른 신자의 하루 생활이 아니겠는가.

 

 

흠숭, 감사, 청원, 통회

 

전통적으로 보면 기도에는 네 가지 형태가 있다. 즉 흠숭과 감사와 청원과 통회에 따른 기도이다. 전능 전지하신 하느님께 의존하며 예배하는 흠숭 기도, 받은 은혜에 대한 감사 기도, 죄에 대한 통회의 심정을 드러내는 회개의 기도, 병이나 위험에서 구해 주길 간청하는 청원 기도이다. 이런 기도들은 모두 개인 기도와 공식적인 전례 기도에 포함되어 있다. “당신을 그리면서 성소(聖所)에 왔사오며 당신의 힘, 당신의 영광을 뵈오려합니다”(시편 63,2). 시련 중에 바치는 이런 기도는 자연스런 신앙의 표현이다. 그런데 어떤 기도자들은 기도로 하느님을 설득하거나 위협하려 든다. 내 뜻대로 안되면 믿음을 버릴지도 모른다는 식이다.

 

기도에도 우선 순위가 있고 청할 것이 있으며 청해도 무방한 것이 있고 청할 수 없는 것도 있다. 주의 기도와 같이 하느님의 영광, 하느님 나라의 도래, 아버지의 뜻, 일용할 양식, 용서, 유혹과 악에서의 구제는 바른 기도의 순서이다. 가정, 동료, 이웃, 교회, 국가를 위하여 기도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러나 구원에 해로운 것 즉 과도한 욕심, 저주와 시기, 징벌을 요구함은 하느님의 자비심에 어긋난다. 미사에 수록되어 있는 여러 가지 기도는 인간의 청원을 비롯한 개인 기도를 종합하여 참 신자로서 하느님 아버지께 어떻게 말씀 드려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고 있다.

 

 

본기도, 모둠 기도

 

미사는 축제이다. 축제에는 축사가 따랐다. 본기도라는 단어(Oratio)도 축사에서 시작되었다. 즉 짧은 축사, 간단한 말씀이다. 그것은 사회자의 기도요 주례자가 큰소리로 낭독하는 기도였다. 교회 전례에서는 백성들의 기도와 찬송을 대표자가 종합하여 종결짓는 말씀으로 되었다. 미사 경본에는 본기도, 봉헌기도, 마침기도 등 세 가지가 들어 있다.

 

현재의 본기도는 개회식을 종결짓는 기도이다. 교우들이 하고픈 기도를 모아 주례자가 대표로 바치는 기도(collecta)란 뜻으로 5~6세기부터 시작되었다. 본기도의 특징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공동체의 첫 자리에서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드리는 주례자의 기도이다. 둘째는 주교 또는 사제가 공동체의 이름으로 바친다. 셋째는 사제의 말로 그날 축제의 성격이 드러나고 그리스도를 통하여 성령 안에서 성부께로 기도가 바쳐진다.

 

본기도는 모든 이의 기도이다. 사제는 개인적인 지향이 아닌 신자 공동체의 지향을 말씀 드린다. 그래서 ‘나’ 중심이 아닌 ‘우리’ 중심으로 드리는 기도이다. 우리가, 우리를 위하여, 우리의 주님께 바치는 기도이다.

 

누가 대표자인가. 겉으로 보아 주례자인 사제이다. 그러나 사제는 한 도구로서 말할 뿐이다. 사제를 도구로 선택하신 분은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예수께서 백성을 하느님께로 불러 인도하셨다. 그리고 이 백성을 위하여 기도하셨다.

 

 

왜 팔을 벌리는가

 

양팔을 벌리는 자세는 고대로부터 전해진 기도자의 태도이다. 공식적인 기도에서 주례자는 팔을 벌렸다. 벌린 팔은 솔직한 원의와 수용 태세를 상징한다. “치켜 든 손 저녁의 제물로 받아 주소서”(시편 141,2). 사제는 개인 기도와 공동체의 소원을 함께 모아 하느님께 바친다. 팔을 벌린 사제의 모습에서 십자가에 못박히신 그리스도의 손을 연상할 수 있다. “예수께서는 항상 살아 계셔서 그들을 위하여 중재자의 일을 하시니 당신으로 말미암아 하느님께 나아오는 사람들을 언제나 구원해 주실 수 있으십니다”(히브 7,25).

 

 

권고, 침묵, 기도

 

본기도의 구조와 내용은 권고, 침묵, 기도, 아멘의 순서로 되어 있다. 처음에 ‘기도합시다’라고 사제가 권고한다. 그것은 명령이 아니고 기도에 동참하도록 인도, 권유, 설득하는 표현이다. 지난 한 주간의 기도, 성서 봉독, 묵상, 평일 미사 참여, 성체 조배 등 모든 정성을 다모아 함께 기도하자는 뜻이다.

 

두 번째 부분은 침묵이다. 침묵은 숨 돌릴 틈을 준다거나 망각 상태에 빠지라는 것이 아니고 개인적으로 잠깐의 마음 정리와 소원을 제시하라는 시점이다. 잠깐이 얼마인지 꼭 시계를 보며 따지고자 한다면 1~2초는 너무 짧고 30초는 너무 길다. 주일 미사의 경우엔 몇 초에서 10초까지면 무난할 것으로 본다.

 

셋째 부분은 기도 본문이다. 전례 시기, 축제의 성격과 내용을 표현하고 있다. 가령 여기 10월 1일자 기도문이 있다. “어린이와 같이 겸손한 이들에게 당신 나라를 허락하시는 천주여, 우리로 하여금 데레사의 길을 충실히 따르게 하시고, 그의 전구로 당신의 영원한 영광을 뵈옵게 하소서.”

 

본기도의 첫 구절은 하느님 구원의 회상과 기억을 담고 있다. 둘째 구절은 주례자의 겸손한 기도 자세를 표한다. ‘비오니’라고 간단히 표현하기도 한다. 가령 “주여. 비오니…….”라고 기도하면 첫째와 둘째 구절이 끝난 셈이다. 셋째 구절은 원의와 간청을 드러낸다. 이 세 구절에서 구원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나타난다. 따라서 본기도는 하느님 구원을 믿는다는 신앙 고백, 죄의 고백, 구원의 실현을 고대하는 희망을 포함하고 있다.

 

 

기도하는 사제

 

신자들은 사제의 자세와 말씀을 듣고 따르며 함께 기도한다. 팔을 벌리는 사제에게서 십자가의 예수를 연상한다. 그래서 항상 경건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다음에 본기도는 읽는 것이 아니고 기도의 소리로 내용을 명백히 전달해야 한다. 즉 읽는 사제가 아닌 기도하는 사제여야 한다. 끝으로 진정한 은총의 전구자이어야 한다. 예수께서 아버지께 기도하듯이 정성을 드려야 할 것이다.

 

 

예수의 이름으로

 

이름은 인격의 표시이고 그 인물과 만나도록 하며 말씀으로 서로 상통할 수 있게 한다. 구약의 하느님은 스스로 당신 이름이 ‘야훼’라고 알려 주셨다. 그리고 “대대로 이 이름을 불러 나를 기리게 되리라.”(출애 3,15 참조)고 하셨다.

 

신약성서에선 예수의 이름으로 병자를 낫게 하고, 마귀를 쫓으며, 기적을 행하셨다. 예수란 이름은 세상 해방과 구원을 가져오는 표시가 되었다(필립 2,10-11 참조). 예수란 말은 공관 복음에서 150번, 바오로 서간에서 213번, 사도 요한의 글에서 251번이 나온다. 초기 교회는 역사적인 예수를 또한 신앙의 예수로 나타내었다. 로마 시대의 기도문에도 “당신의 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란 표현이 나오고 ‘중재자의 일’(히브 7,25)을 계속 사업으로 표현했다.

 

 

아멘

 

신자들은 사제의 본기도 끝에 ‘아멘’으로 대답한다. 즉 이 기도에 마음을 합하고 동의의 표시로서 응답하며 자신의 기도로 만들어야 한다. 아멘은 동의요 외침이며, 응답이요 선언이다. ‘아멘’이란 대답이 약하게 퍼지는 신자 공동체는 활기가 없고 ‘아멘’이 우렁차게 울리는 본당이야말로 살아 발전하는 공동체이다. 크고 분명한 ‘아멘’이란 대답이 향상 아쉽다.

 

[경향잡지, 1991년 10월호, 안문기 프란치스꼬(천안 봉명동본당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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