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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미사

제목 [미사] 그리스도의 몸과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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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09-07-02 조회수2,042 추천수0

[전례 해설] 그리스도의 몸과 피

 

 

예비 신자들이 가장 궁금하게 여기는 것은 교회의 제사 문제이다. 한 예비자가 이런 질문을 하였다. “미사가 제사라면 유교 전래의 제사와 무슨 차이가 있습니까?” 그래서 몇 가지 반대 질문을 하였다. “조상 제사의 대상은 누구입니까?” “그야 조상님이지요.” 글자 그대로 조상이 제사의 대상이라고 하였다. 그러면 미사의 대상은 누구인가. 물론 하느님이란 사실을 알고 있다. 이런 쉬운 것에서부터 몇 가지 비교해 보자.

 

제사의 중요한 3요소는 제관, 제물, 제사 대상이다. 주의 만찬 예식을 보면 대상은 하느님이지만 제관이나 제물 모두 예수 그리스도이셨다. 현재의 미사 집전자는 사제이지만 그리스도를 대신할 뿐이며, 최후 만찬의 파스카 제사와 십자가 제사의 재현이므로 사제의 미사가 아니라 실제로는 예수 그리스도의 미사이다.

 

특히 제물의 변화에서 제물인 빵과 포도주는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하기 때문에 그리스도의 봉헌 없이 미사를 생각할 수 없다. 이로써 십자가 상 성제가 계속되는 것이다.

 

 

희생과 봉헌

 

제사에 쓰이는 제물을 희생이라 하고 제물을 하느님께 드리는 행위를 봉헌이라고 한다. 희생은 남을 위해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고 사랑을 실천한다는 뜻도 있으나 여기서는 우선 성서 상의 희생을 이해해야 한다.

 

구약 성서에서 이스라엘은 하느님께 제물을 봉헌하기 전에 양이나 소 같은 짐승을 잡아 피를 흘려 먼저 희생 의식을 행하였다. 이처럼 구약의 제사는 희생 의식과 봉헌 의식을 구분하여 거행하였다.

 

신약 시대에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자신을 제물로 삼아 “과월절 양으로 희생되셨고”(1고린 5,7) 또한 우리를 위하여 “희생 제물”(에페 5,2)이 되셨다. 즉 최후의 만찬 석상에서 봉헌 의식을 행하였고 십자가 상에서 피흘려 죽으심으로써 희생 의식을 마치셨다.

 

유교의 조상 제사 예식에서 음식물을 바치는 것을 봉헌이라 한다면 이것은 자손들이 제사를 위한 아무런 희생 정신도 없이 음식만 차려 놓고 자신들이 먹고 난 후, 그것을 제사 지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현재 미사 중 ‘봉헌’을 단지 헌금이나 빵과 포도주를 바치는 것이라 한다면 너무나 부족한 생각이다. 즉 봉헌은 그리스도의 희생과 인간의 희생을 다 포함하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성찬례는 첫째로 흠숭의 봉헌이요, 둘째로 감사의 봉헌이며, 셋째로 화해의 봉헌이다. 그리스도의 십자가 상 봉헌은 어느 시대에나 성사 안에 현존하시고 인류의 머리인 그리스도의 봉헌이다. 인간의 구원이란 바로 이 봉헌에 참여하는 것이다. 즉 그리스도인은 “자신을 하느님께서 기쁘게 받아 주실 거룩한 산 제물로”(로마 12,1) 바쳐야 한다.

 

 

교회의 봉헌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하느님의 뜻을 따라 단 한번 몸을 바치셨고 그 때문에 우리는 거룩한 사람이 되었습니다”(히브 10,10). “그리스도께서는 단 한 번 죽으심으로써 죄의 권세를 꺾으셨고 다시 살아나셔서는 하느님을 위해서 살고 계십니다”(로마 6,10).

 

트리덴티노 공의희는 1562년 ‘미사의 봉헌에 관한 교령’을 가결하였다. 제1장에 이런 표현이 있다. “최후의 만찬 때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이 사랑하는 정배인 교회에 인간 본성에 합당한 봉헌(Sacrificium)을 남기 셨다. 여기에 십자가 상에서 한 번 성취된 유혈 봉헌이 계속되고 그 기억은 세상 마칠 때까지 계속되며 …… 사제직을 계승할 자들에게 ‘나를 기념하여 이 예식을 행하여라.’고 명하셨다.” 또한 공의ghl는 성찬례가 산 이와 죽은 이를 위하여 봉헌되는 것이 옳은 일이며 풍성한 열매를 맺는다고 가르쳤다.

 

성찬례가 봉헌이라면 바치는 자는 누구인가? 그리스도 자신이라고 가르쳤다. 그러나 그리스도만이 성찬례를 봉헌하는 것이 아니고 교회 전체도 봉헌하고 있다. 우리가 그리스도를 바친다는 말은 그리스도께서 우리 안에 현존하시고, 우리 생명의 목적과 모범이며, 우리 구원의 유일한 원천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전례 헌장(48항)은 신자들이 의식적이고 능동적으로 미사에 참여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신자들은 티없는 제물을 사제의 손으로뿐 아니라, 사제와 함께 봉헌하면서 자기 자신을 봉헌하는 것도 배워야 한다.”

 

 

성찬 기도

 

미사 통상문의 성찬 기도에 보면 맨 먼저 감사송이 나온다. 다음에 ‘거룩하시다’라고 신자들이 세 번 환호의 응답을 한다. 이어서 연결 기도가 있고, 예물을 축성해 주시도록 변화를 기원한다. 가장 핵심적 말씀인 성체 제정 서술과 축성이 있고, 기념과 재현, 봉헌, 전구, 끝 영광송의 순으로 이어진다.

 

성찬 기도의 전체 의미는 주님이 만찬을 베풀면서 행하신 말씀과 행위를 중심으로 엮는 감사와 성화의 기도이다. 즉 주님의 수난과 부활 그리고 그분의 구원 업적을 기리며 감사드린다. 또한 참석자뿐 아니라 산 이와 죽은 모든 이가 그리스도와 일치하며 구원에 참여하는 기도이다. 미사의 가장 핵심 부분으로서 기념, 감사, 찬미, 봉헌 그리스도와의 제사, 그리고 일치가 담겨 있다.

 

따라서 성찬 기도는 미사의 중심이며 절정이다. 미사의 심장이며 지성소이다. 각 부분에 대한 해설은 다음으로 미루고 우선 네 가지 성찬 기도 양식을 살펴본다.

 

 

네 가지 성찬 기도 양식

 

성찬 기도는 원래 고정된 하나의 기도문이 아니라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났다. 초세기 주교들은 성찬 기도를 신앙 전통에 충실하게 자유로이 기록하고 낭송할 수 있었다. 로마 교회에서는 여러 번 변경과 첨삭이 있었고, 적어도 3세기초까지는 자유롭게 바쳤다. 4세기 후반부터 성찬 기도는 점차 고정되었다.

 

그레고리오 1세(590~604년) 교황 때에 로마 미사 전문(典文)이 결정되어 거의 변동 없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까지 계속되었다. 그러나 동방 교회에는 더 긴 성찬 기도가 있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교회는 로마뿐 아니라 동방 교회의 전통도 존중하여 종래의 로마 전문 이외에 세 가지 성찬 기도문을 미사 경본에 넣게 되었다. 미사 경본을 접할 수 없는 신자들에게 장황한 비교 설명은 불필요하므로 간단히 요약해 본다.

 

성찬 기도 제1양식은 로마 미사 경본의 중심이며 1500년 간이나 별 변동 없이 사용되어 왔다. 새 기도문은 전통을 고려하여 부분적으로 삽입시켰다. 주의 만찬 의미를 살리고 전체 구조와 내용을 쉽고 명백하게 하였다. 전체적으로 보아 구원 역사, 교회, 성령, 보편성, 일치의 정신이 풍요롭게 되었다. 제1양식은 성탄, 공현, 부활, 승천, 강림, 세례, 서품, 사도 축일 등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다.

 

제2양식은 짧기 때문에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로마의 유명한 주교 히폴리토(Hippolyto)가 215년경에 쓴 “사도 전승”이란 책에 들어 있었다. 성찬 기도의 요점을 적어 사제들에게 전해 주려 하였는데 오늘날 제2양식으로 결정되었다.

 

제3양식은 새로운 창조가 중심 내용이다. “성신의 능력으로 만물을 살리시고 거룩하게 하시며, 끊임없이 주의 백성을 모으시어 …… 깨끗한 제물을 주께 드리게 하시나이다.” 이렇게 시작된다. 주일과 축일에 알맞은 기도이며 사목적으로도 가장 좋다.

 

제4양식은 동방 안티오키아의 전통을 이어받은 바실리오 전례를 라틴어로 옮긴 내용이다. 동방의 긴 성찬 기도문을 짧게 줄였지만 그래도 다른 세 성찬 기도보다 훨씬 길다. 고유한 감사송이 있어서 다른 감사송은 사용할 수 없다. 인류의 창조로부터 시작된 하느님의 구원 업적과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 성신 강림까지 감사하고 있다. 성서 중심의 구세사와 구원 역사를 일깨우고 있다. 고유 감사송이 없는 날 그리고 시기와 축일의 특성이 없는 연중 주일과 평일에 사용할 수 있다.

 

[경향잡지, 1992년 5월호, 안문기 프란치스꼬(천안 봉명동본당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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