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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미사] 하느님 말씀의 풍성한 잔칫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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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0-08-13 조회수2,542 추천수0

하느님 말씀의 풍성한 잔칫상

 

 

“신부님, 가해, 나해, 다해로 구분하는 삼 년 주기가 뭐지요? 또 짝수 해 홀수 해는 무슨 뜻이죠?” 이 질문은 많은 신자들이 흔히 던지는 물음이다. 이렇게 한 해를 여러 가지로 구분하는 이유는 말씀 전례에서 우리가 듣게 되는 신구약 성서 독서의 배열이 다양한 체제로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성서의 보고를 더 활짝 열어, 일정한 햇수 안에 성서의 더 중요한 부분들이 백성에게 봉독되어야 한다” (전례헌장 51항)고 천명했다. 우리네 잔치에는 다양한 맛과 빛깔의 음식이 풍성하게 차려져 있어야 초대받은 손님들이 신명나고 또 잔치 맛이 절로 난다. 말씀 전례도 풍성한 잔치와 같다. 우리가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형형색색 맛깔스럽고 풍성한 하느님 말씀이 풍성하게 차려져 있음을 알게 된다. 지난 호에서 우리가 살펴본 ‘미사 전례 성서’ (미사 독서집)에 풍성한 성경 독서가 어떤 방식으로 차려졌는지를 평일 독서와 주일, 대축일 독서로 나누어서 구체적으로 음미해 보자.

 

 

평일 미사 독서

 

평일 미사에는 독서가 항상 둘이다. 다만 사순 시기의 시작을 알리는 재의 수요일 미사에만 예외적으로 독서가 셋이다. 첫째 독서로 구약이나 복음서가 아닌 신약성서가 오고, 둘째 독서로는 복음서가 온다. 평일 독서 배열은 크게 보면 1년 주기 또는 2년 주기로 되어있다.

 

우선 1년 주기는 특수 시기 (대림과 성탄 시기, 사순과 부활 시기) 평일에 해당되는 것으로서, 첫째 독서와 복음서 독서에서 우리는 해마다 같은 성서 말씀을 듣게 된다. 대림과 사순 시기에 첫째 독서는 복음의 주제와 관련 있는 구약성서를 선택하지만, 요한 1서를 읽는 성탄 시기와 사도행전을 듣는 부활 시기의 평일에는 복음의 주제와 일치되지는 않는다.

 

다음으로 연중 시기 평일 미사에서 복음서 독서도 1년 주기로 해마다 동일하다. 예수님이 수난당하시기 전까지의 공생활 전반에 관한 내용을 듣게 된다. 연중 제1주간에서 제9주간까지는 다른 평일에 읽는 마르 6장의 두 이야기를 제외하고는 (마르 6,35-44: 오천 명을 먹이신 빵의 기적; 6,45-52: 물위를 걸으신 기적) 마르코 복음 1-12장을 준 연속 방식으로 읽고, 제10주간부터 21주간까지는 마르코 복음에 없는 마태오 복음의 고유한 부분을 듣고, 그리고 제22주간에서 34주간까지는 루가 복음의 고유한 부분을 읽는다. 특히 종말론적인 복음 내용은 모두 루가 복음에서 오고 전례주년 마지막 주간에 자리 잡는다. 반면에 연중 평일의 첫째 독서는 짝수 해와 홀수 해로 되어있는 2년 주기로 배분되어 있다. 그러니까 2004년 올해는 짝수 해이고 2005년 다음 해는 홀수 해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2년을 주기로 하여 구약과 신약성서 (사도 서간, 묵시록) 가운데 중요한 부분을 준 연속 방법에 따라 읽게 된다. 도표로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도표는 성서와함께 9월호 참조

 

 

주일, 대축일 미사 독서

 

주일과 대축일 미사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독서가 항상 셋이다. 첫째 독서로는 항상 구약성서를 읽는다. 이 구약 독서는 그날 복음의 주제에 가능하면 가깝게 연결되어 있다. 셋째 독서인 복음서 독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된 구원 사건을 말하고, 첫째 독서인 구약성서 독서는 이 구원 사건을 미리 준비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이 두 독서의 긴밀한 관계를 통하여 하느님 말씀으로 계시된 신비로운 구원 사건의 계속적인 발전을 강조하고, 신?구약 성서의 자리매김을 통하여 그리스도 안에 그리고 그분의 파스카 신비 안에 집중된 두 계약과 구원 역사의 단일성을 배우게 된다.

 

이것은 특히 연중 시기 주일 독서에서 잘 드러난다. 이 시기의 구약 독서는 복음의 주제에 맞추어 있기 때문에 준 연속 방법에 따라 배정되지 않았다. 따라서 적어도 구약 독서의 논리적인 배열에 대해 말할 수는 없다. 반면에 연중 시기 주일의 둘째 독서는 첫째 독서와 복음과는 독립적인 것으로서 주로 바울로 서간을 준 연속 방법에 따라 듣는다. 따라서 복음과 큰 연관성이 없다고 볼 수 있다.

 

특수 시기와 대축일에는 주제 면에서 볼 때 세 독서의 관계가 매우 밀접하다. 제1독서는 구약성서 독서로서 그날 성찬례에서 거행하는 신비에 대한 이해를, 제2독서는 신약 서간 독서로서 그날 거행하는 신비에 대한 구체적인 삶 안에서의 증거를, 그리고 복음서 독서는 그 날 성찬례에서 거행하는 신비 자체를 드러낸다. 이 세 독서의 밀접한 관계는 오직 부활 시기에만 파괴된다. 고대 교회의 관행에 따라 부활 시기 50일 동안 주일 첫째 독서는 구약성서가 아니라 사도행전에서 취하기 때문이다.

 

주일과 대축일의 성경 독서는, 1년이나 2년 주기로 되어 있는 평일 미사와는 달리, 3년 주기, 곧 가해, 나해, 다해로 마련되어 있다. 기원 후 1년부터 차례로 3배수로 계산하여, 기원 후 1년은 가해, 2년은 나해, 3년은 다해에 해당하고, 6년, 9년, 12년은 다시 다해가 된다. 그래서 2004년 올해는 다해가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주기는 일반 달력과는 달리 교회의 전례주년에 따라 셈하기 때문에, 바로 전 해 12월에 오는 대림 제1주일부터 새로운 해가 시작된다. 사실 3년 주기 배분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결정한 것은 아니다. 공의회에서는 “일정한 햇수 안에”라는 말로 성서의 중요한 부분을 하느님 백성이 경청할 수 있게 하는 큰 방향만 제시했다. 우리가 지난 호에서 본 바대로 공의회 후에 전례 개혁을 실현해 나가면서 3년 주기 배분을 선택한 것이다.

 

3년 주기 방식으로 하면 연중 시기 주일 말씀 전례에서 각 공관 복음을 한 해에 읽을 수 있고 요한 복음은 해마다 일정한 기간, 특히 부활 시기에 읽을 수 있다. 그래서 크게 보면 연중 시기 가해에는 마태오 복음을, 나해에는 마르코 복음을, 그 다음 해에는 루가 복음을 준 연속 방법에 따라 읽게 된다. 특수 시기의 주일과 대축일에도 독서는 몇 가지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 3년 주기로 배열되어 있다 (성서와함께 3월호 참조).

 

이처럼 교회는 1년이나 2년, 또는 3년 주기로 다양하게 배분하여 성서에 담겨있는 하느님 말씀을 전체적으로 들려준다. 우리가 음식점에 가서 식사를 할 때 미리 메뉴를 보는 것처럼, 미사 독서가 어떻게 배열되었는지를 미리 알고 말씀 전례에 참여한다면 말씀의 식탁에 풍성하게 차려진 말씀의 음식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이고, 그 말씀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살과 피가 될 것이리라.

 

[성서와함께, 2004년 9월호, 인 끌레멘스 신부 /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홈페이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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