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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재미있는 전례 이야기20: 성무일도와 시간전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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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2-01-22 조회수5,329 추천수1

[재미있는 전례 이야기 ‘전례 짬짜’] (20) Officium divinum(성무일도)와 Liturgia Horarum(시간전례)


‘함께’ 기도할 때 교회 참모습 드러난다

 

 

몇몇 주임신부님들이 교우들과 함께 성무일도를 바치는 본당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작년에 우리 본당에서도 사순시기와 대림시기에 화, 목요일 아침마다 교우들과 성무일도를 바쳤다. 비록 많은 수의 교우들은 아니지만 하루하루가 지나면서 교우들의 마음과 목소리가 일치됨을 느낄 수 있었고 기도 후에 이어지는 미사에 참례하는 태도가 달라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교우가 나에게 질문을 했다. “신부님! 성무일도는 무엇이고, 시간전례는 무엇이죠? 어느 신부님은 성무일도를 바친다고 하고, 다른 신부님은 시간전례를 행한다고 하고…. 어느 것이 맞지요?”

 

‘전례에 관심을 지닌 많은 교우들이 이런 의문을 지니고 있겠구나!’ 라는 깨우침을 주는 질문이었다. 같은 것인데 역사적 과정과 강조하는 내용에 따라 다르게 부르는 용어들임을 잘 밝혀줄 필요가 있기에 설명을 하기 위해 라틴어로 제목을 적어보았다. 

 

오피치움 디비눔(Officium divinum)을 성무일도(聖務日禱)라고 번역을 했는데, 실제로는 ‘신성한 직무’라는 의미이기에 聖務라는 말로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단어이다. 그러나 이 직무가 뜻하는 ‘하루의 성화’라는 의미의 日禱를 지혜롭게 추가한 것이다. 오피치움 디비눔(Officium divinum)이 언제부터 교회에서 사용했는지는 정확히 모른다. 그러나 이 용어는 성 베네딕토의 ‘수도회 규칙(Regula Monasteriorum)’에서 수도회 공동체의 성가로 기도하는 ‘오푸스 데이(Opus Dei)’ 의 영향을 기반으로 선택적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여하튼 법적인 직무를 의미하고 시간마다 기도를 통해서 성화한다는 의미가 잘 드러나지 않아서 리투르지아 호라룸(Liturgia Horarum)이라는 용어를 1959년부터 여러 출판물에서 사용하기 시작했고,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받아들여 「전례헌장」에서도 사용했다. 여기서 리투르지아(Liturgia)라는 말이 들어감으로써 ‘예수 그리스도의 사제직 수행’(전례헌장 7항)인 전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공적 예배 중 하나가 바로 함께 드리는 공동체의 기도임을 확인하고 있다. 호라룸(Horarum)은 이 전례가 “낮과 밤의 모든 흐름이 하느님 찬미를 통하여 성화되도록 이루어져”(전례헌장 84항) 있기 때문에 필요한 용어이다. 현재 교회는 오피치움 디비눔(Officium divinum)과 리투르지아 호라룸(Liturgia Horarum)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아무래도 신앙생활의 기반을 형성하는 것은 기도다. 만약에 기도하지 않는 신앙인이라고 하면 앙코 없는 풀빵과 별반 다를 것 없이 알맹이 없는 껍데기 교우라 하겠다. 호남교회사연구소의 김진소 신부는 「민족사와 교회사」라는 책에 실은 ‘한국 천주교회의 소공동체 전통’에서 이렇게 전해준다. “초기 한국천주교회는 전통적으로 기도를 神工(神功)이라고 했다. 신공은 신앙심의 단련, 영적인 단련, 노력 등을 뜻한다. 옛날에는 성서와 교리 공부, 신심 서적의 독서, 의무적으로 바치는 기도와 청원 기도 등 모든 신앙 행위를 신공이라고 하였다. 한국교회는 초창기부터 기도서인 「천주성교공과」를 한글로 번역하여 사용하였는데, 서두에 ‘언제나 기도하라’(루카 18,1)는 말로 시작되는 이 기도서를 영혼 생명의 양식으로 사용하였다. [...] 온 가족이 모여 아침·저녁 기도, 묵주 기도, 교회가 매월 특별한 신심에 지향을 정한 대로 聖月의 기도문을 바쳤다. 또 새벽·낮·저녁에는 三鐘을 바쳤다. 삼종 시간이 되면 하던 일을 멈추고 그 자리에서 기도를 바쳤다.” 

 

기도의 중요성을 깊이 깨달은 초기 한국천주교 교우들은 “일상생활에서 주님의 기도(天主經)와 성모송(聖母頌·聖母經)을 수없이 바치는 동안 예수·마리아 신앙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었고, 입술에 ‘예수 마리아’가 옮아 언제 어디서나 자연스럽게 습관적으로 ‘예수 마리아’를 불렀다. 예수·마리아를 부르는 자체가 기도였다”고 한다. 

 

기도를 생활화하는 신앙공동체는 기본이 충실하기에 “반석 위에 기초를 놓고 집을 짓는 사람”과 같다. 이러한 신앙공동체의 중심역할은 아무래도 사제들과 수도자들이다. 그래서 교회는 이렇게 당부한다. “거룩한 사목 교역에 헌신하는 사제들은 ‘끊임없이 기도하여라’(1테살 5,17 참조) 한 바오로의 권고를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것을 더욱 생생하게 의식하면 의식할수록 더욱 큰 열성으로 시간경의 찬미를 바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사제들이 수고하는 일에는 오로지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요한 15,5)고 하신 주님께서만 성과와 발전을 가져다주실 수 있기 때문이다.”(전례헌장 86항)

 

그렇다고 사제들만이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신앙인이라면 모두가 기도해야 한다. 그런데 함께할 때 더 큰 효과가 발생하고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여 모인 교회(ecclesia)의 모습이 잘 드러난다. “사제와 함께 기도하는 신자들이 놀라운 저 찬미의 노래를 올바로 바칠 때에, 이는 참으로 자기 신랑에게 이야기하는 신부의 목소리이며, 또한 당신 몸과 함께 하느님 아버지께 바치는 그리스도의 기도이다.”(전례헌장 84항) 

 

교우들과 함께 사제가 성무일도를 바치는 아름다운 교회의 모습들이 많이 보였으면 좋겠다.

 

[가톨릭신문, 2012년 1월 22일, 윤종식 · 허윤석 신부(가톨릭 전례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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