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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재미있는 전례 이야기22: 삼우제와 사십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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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2-02-14 조회수10,347 추천수0

[재미있는 전례 이야기 ‘전례 짬짜’] (22) 삼우제(三虞祭)와 사십구재(四十九齋)


교회 정신에 따라 영혼의 구원 비는 민족예식

 

 

한국 천주교회에서는 전통제사를 존중하여 효(孝)와 가족 공동체의 유대 차원에서 명절이나 기일에 가풍에 따라 전통제사를 드릴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제사나 명절 차례에 ‘연도’라는 우리민족 가락의 위령시편을 봉헌한다. 연도 이외에도 한국 천주교회에서는 유교의 삼우제(三虞祭)를 토착화해 수용했다.

 

한국 천주교회 「상장예식」에는 삼우제(三虞祭)를 우리 민족의 아름다운 예식으로 받아들여 토착화한 전례로 실천하도록 하는 예식이 제시돼 있다. 

 

「상장예식」 제5장 128항은 제목을 우제(虞祭)라 하여 삼우제(三虞祭)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시신을 묘소에 두고 돌아온 다음 영혼을 달래어 안정시키려고, 초우, 재우, 삼우를 지내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세상을 떠난 이보다도 살아있는 사람들이 더 안정을 찾지 못하고 방황한다. 그리스도인에게도 이런 심정은 마찬가지여서 사별의 슬픔은 견디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므로 이 기간은 세상을 떠난 이를 생각하여 기도하고 그리스도의 부활과 성인들의 통공을 믿으며 사별의 아픔을 달래고 희망을 북돋우는 때이다.”

 

성균관의 한 유학자는 “삼우제는 유교에서 시작하였으나 현재는 유교에서보다 한국 천주교회의 전례에서 토착화된 예식으로서 더 잘 드러나게 실천되고 있으며 그 토착화의 열매는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우리 조상들은 삼우날 유가족들이 묘소를 참배하고 예를 드리는 제사를 드렸다. 한국 천주교회에서는 이 삼우날 미사를 드리고 묘소에 가서 상장예식서의 삼우예식을 바친다. 초우와 재우의 예식은 신앙고백과 분향이 있는 ‘말씀전례’ 형태로 구성돼 있다는 점에서 동일하나 삼우예식에는 신경이 없다. 본당에서 ‘삼우미사’라고 해서 연미사를 봉헌하는 유가족이 있다. 그러나 삼우미사는 어떤 특별한 미사의 형태가 아니라 그날 미사에 죽은 자들을 위한 연미사 지향을 올린 것이다.

 

「상장예식」은 우제(虞祭)와 관련해 삼우제인 초우, 재우, 삼우에 연미사를 봉헌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삼우미사란 명칭은 이처럼 자연스럽게 생겨난 전례용어이다. 그러나 삼우미사는 그날 미사에 죽은 이를 위한 지향으로 미사예물을 봉헌하고 유가족이 이 미사에 참례하는 형태일 뿐 연미사의 다른 형태가 아니다(참조: 미사 총 지침 380~381항). 유럽의 가톨릭교회에서도 죽은 지 3일, 5일, 7일에 미사를 드리는 관습이 오래전부터 전승되어 있고 특히 예수님이 무덤에 묻히신 3일을 기념하는 3일 미사가 성행했다.

 

삼우(三虞)미사는 사목적 목적이 강하다. 초우, 재우, 삼우 기간에 유가족 중 냉담교우들은 교회의 부활신앙으로 돌아온다. 또 고해성사로 영혼을 정화하고 가족 공동체의 유대를 다지게 된다.

 

삼우제(三虞祭)는 천주교회에서 민족 전통 장례풍습 정신인 효(孝)의 표양으로 받아들여져 그리스도가 십자가 죽음 후 3일간 무덤에 묻히심을 기념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러나 유교의 삼우제와 삼우미사가 토착화된 전례로 수용된 것과 달리 불교의 사십구재(四十九齋)는 수용할 수 없는 것이다. 가끔 사십구재 미사를 봉헌해야 한다며 49대의 연미사 예물을 사무실에 접수하는 신자들이 있다. 이는 잘못된 관습이다.

 

사십구재(四十九齋)는 윤회하기 위한 판결을 기다리는 죽은 영혼이 7명의 각 재판관에게 7분야의 재판을 차례로 받는 형벌로, ‘심판의 기간’을 의미한다. 마지막 49일째 되는 날이 최종 심판관인 염라대왕의 심판이 있는 날이며, 그 심판으로 윤회되는 날 정성을 다하여 판결을 가볍게 한다는 불교의 윤회관을 바탕으로 하는 제례양식이다.

 

사십구재 미사를 봉헌하는 것은 불교의 제례문화가 해석 없이 천주교 연미사에 그대로 수용된 문화의 역전이(易轉移) 현상이다.

 

천주교 신자들에게 “돌아가신 부모님을 위해 연미사는 언제까지 드려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탈상(脫喪)과 관련하여 한국 천주교회는 어떠한 규정도 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각 가정에서 성경과 교회의 정신을 반영하여 스스로 정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예를 들어 삼우미사를 통해 예수님이 묻히신 3일간 연미사를 봉헌하며 연도할 수 있다. 49일이 아니라 주님의 부활 이후 성령 강림을 상징하는 50일 혹은 하느님께서 세상을 7일간 창조하고 휴식하신 7일간을 탈상기간으로 정해도 좋다. 필자의 가정은 일곱 번의 안식년 다음 해인 50년의 ‘50’이라는 숫자에 ‘완전한 회복’의 의미와 ‘희년(禧年)’의 의미를 담아 50일 미사를 봉헌했다(참조: 레위 25,18-19 탈출 21,2-6). 그 밖에 100일이나 1년을 드리는 경우도 있다.

 

현대인의 생활 안에서 이러한 탈상의 기간마저 교회가 하나로 규정한다면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한 탈상기간 외에 연미사를 봉헌하지 않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모든 연미사의 정신은 죽은 한 개인의 구원뿐 아니라 통공을 통해 모든 연옥영혼들이 하느님의 자비로 평화의 안식을 구한다는 것이다. 연미사 기간을 궁금해하기보다는 성경과 교회의 전례정신을 반영해 선택하는 자유로움이 천주교회 상장예식에 뿌리 내리길 바란다.

 

[가톨릭신문, 2012년 2월 12일, 윤종식 · 허윤석 신부(가톨릭 전례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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