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상징] 거룩한 표징: 성광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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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2-11-11 | 조회수2,725 | 추천수0 | |
[전례와 일상의 거룩한 표징] 거룩한 표징 : 성광 (1)
1955년 부활 주일에 뉴욕에서 선종한 테이야르 데 샤르뎅 신부는 “사랑이 크면 클수록 성체조배도 더욱더 강렬해집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자연 과학자였던 샤르뎅 신부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역사적 차원을 우주적 진폭으로 확대하였습니다.
샤르뎅 신부는 자신의 영성적 저서를 통해 여러 차례에 걸쳐 성체조배에 침잠하는 그리스도인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우주의 중심과 심연을 향한 문을 열어젖힌다고 하였습니다. 샤르뎅 신부는 자신의 저서에서 “벤슨은 한 수녀가 기도하고 있는 외딴 경당에 한 ‘예언자’가 오고 있다고 상상했습니다. 그 예언자가 경당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러자 그는 갑자기 이 낯선 장소가 전 세계와 연결되어 기도하는 가련한 여인의 뜻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로써 수도원의 경당은 동시에 지구의 중심축이 되었습니다. 기도하는 여인은 자기 주변의 모든 것을 알아챘습니다.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여인의 신앙은 더욱 효과 있게 작용하였습니다. 그 여인의 지극히 순수한 영혼이 그 여인을 하느님 가까이로 다가가게 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상은 매우 탁월한 비유입니다.”라는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샤르뎅 신부는 성체조배, 곧 조배하는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성광 안에 모셔진 성체 앞에 기도하면서 머무는 것에 관해서도 언급합니다. 신비한 체험을 통하여 성체, 곧 빵의 형상을 하고 있는 그리스도의 성체는 빛을 비추는 태양으로 변모됩니다. 이는 마치 주변 행성으로 퍼져나가 우리 지구에 생명이 살 수 있도록 해주는 태양의 타오르는 홍염과도 같습니다. [2012년 7월 8일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 경축 이동 가톨릭마산 15면, 에콘 카펠라리 주교 저, 안명옥 주교 역]
[전례와 일상의 거룩한 표징] 거룩한 표징 : 성광 (2)
성체를 현시하기 위한 도구를 성광(Monstranz)이라고 합니다. 이는 ‘보여주다’는 뜻을 지니고 있는 라틴어 단어 ‘몬스트라레’(monstrare)에서 유래합니다. 성광은 고딕 시대 이후 생겨났고, 바로크 시대에 이르러서 널리 퍼졌습니다. 이 소중한 전례 도구 가운데 매우 인상적인 성광이 프라하의 흐라차니에 소재하는 로레토 수도원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바로크풍으로 제작된 것으로 다이아몬드로 장식되어 있는 이 성광은 ‘프라하의 태양’으로도 불리는데, 약간 비대칭을 이루는 태양의 형상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성광의 테두리에는 각기 길이가 다른 53개의 햇살 모양으로 장식된 황금 살이 빛을 발산합니다. 그 살들에는 약 6,000개의 조그마한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습니다. 이 성광 제작에 사용된 다이아몬드들은 원래 보헤미아의 콜로프라트(Kolowrat) 공작 부인의 혼례복에 사용되었던 것으로 그녀가 성광 제작을 후원할 목적으로 기증했습니다. 이로써 부부 사랑의 표징이 성체조배를 위한 도구를 통해 하느님에 대한 사랑의 표징으로 변모되었습니다.
성광이나 감실 앞에서 이루어지는 성체조배가 성찬 예식의 의미를 약화시키지 않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그리스도인과 그 공동체를 먼저 성찬례를 통하여 만나시고, 그런 다음에야 성찬례 밖의 성체조배에서 만나십니다. 이러한 성체조배는 미사 때 받은 은총의 의미를 심화하고, 많은 정신적 황폐와 고독으로 지친 영혼을 위로하는 시간을 마련해줍니다. 가톨릭교회는 회중이 함께 드리는 미사 이외에도 가능한 한 자주 그리고 오래 성당을 개방하여 그러한 조배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합니다. [2012년 7월 15일 연중 제15주일(농민주일) 가톨릭마산 15면, 에콘 카펠라리 주교 저, 안명옥 주교 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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