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상징] 거룩한 표징: 평화의 인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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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3-07-13 | 조회수3,679 | 추천수0 | |
[전례와 일상의 거룩한 표징] 평화의 인사 (1)
“평화여, 커다란 눈꺼풀이여. 너는 모든 소동을 너의 천상 눈썹으로 닫아버리는구나.”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시인 넬리 삭스(Nelly Sachs)는 사람들이 평화에 이르는 길을 늘 제대로 알 수도 없고, 그 평화를 얻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예상되는 비용도 지불할 수 없으면서도 갈망하는 상태를 이렇게 노래하였습니다.
‘프리데’(Friede), ‘샬롬’(Schalam), ‘에이레네’(Eirene), ‘팍스’(Pax)는 모두 지금 사용하고 있는 ‘평화’라는 말의 근원이 되는 단어들입니다. 성경의 예언자는 평화가 온다면 사람마다 아무런 위협도 받지 않고 제 포도나무와 무화과나무 아래에 앉아 지내리라고 말했습니다(미카 4,4 참조). 그러나 역사에서 그러한 평화가 오래 지속되는 일은 드물었습니다. 오히려 평화에 대한 갈망만이 더 강하게 남아 있을 뿐이었습니다. 특히 정치적 수단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더욱더 그러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작별을 고하면서 제자들에게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도, 겁을 내는 일도 없도록 하여라.”(요한 14,27)라는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그분의 제자들과 모든 세대의 그리스도인들은 이 약속이 이루어질 것이라 확신합니다. 원칙적으로 모든 그리스도인에게는 그리스도의 평화를 전달하고 건설하는 은총의 선물, 곧 성령의 은사가 주어집니다.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그리스도교 신앙의 중요한 축제에 속하는 성찬례는 평화의 축제입니다. 주교는 성찬례에서 전례에 참석하는 회중에게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라는 말로 첫 인사를 합니다. 이는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제자들에게 하신 인사를 되풀이 하는 것입니다(요한 20,19 참조). 그리고 거룩한 미사 도중 영성체 직전에 주교나 사제인 집전자는 회중을 향하여 “주님의 평화가 항상 여러분과 함께!”라고 인사합니다. 이어서 사제나 부제는 성찬례에 참여한 이들에게 평화의 인사를 나누도록 초대합니다. [2013년 7월 14일 연중 제15주일 가톨릭마산 15면, 에콘 카펠라리 주교 저, 안명옥 주교 역]
[전례와 일상의 거룩한 표징] 평화의 인사 (2)
그래서 그리스도의 신비체로 머물며 그리고 이전보다 더 확고해 지기 위해, 신자들은 빵의 형상 안에 계신 그리스도의 몸을 받아 모시기 전에 서로에게 평화와 교회의 일치 그리고 온 인류의 일치를 향한 소망을 보여줍니다. 신자들은 이러한 평화가 인간의 힘만으로 이루어지고 펼쳐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신자들은 사제가 먼저 기원하는 평화의 인사와 그리고 그 다음에 이어지는 영성체 사이 가운데 이러한 평화를 향한 소망을 자리 잡게 합니다. 사제가 기원하는 평화의 인사와 영성체는 그리스도께서 인간에게 주시는 평화를 이루고 건설하는 데 필요한 힘을 전달하는 매개체입니다.
교회의 새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의 머리말에는 “평화의 인사를 나누는 방법에 대하여는 주교회의가 민족의 문화와 관습에 따라 정한다.” 하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평화의 인사를 나누는 형태는 지금까지의 교회 역사 안에서 많은 변화를 겪어왔습니다. 원칙적으로 평화의 인사는 입맞춤이었습니다. 이것이 나중에 가서 포옹으로 제한되었습니다. 오늘날에는 지역 사회의 관습에 따라 일반적으로 악수로 평화의 인사를 나눕니다. 그러나 악수도 없이 눈인사만 나누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자신의 좌우에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사람에게 눈인사를 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하지만 사제나 신자들이 평화의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신자들을 모두 찾아내기 위하여 성당 안을 이리 저리 돌아다니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이러한 행동은 미사 진행 가운데 신자들이 영성체를 하기 위하여 마음의 준비를 하는 중요한 순간에 자칫 소란을 피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사를 드리러 성당 안에 들어서는 모든 사람은 자기 홀로 하느님 앞에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가족, 친척, 친구, 또는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에 대한 연대감을 함께 가지고 하느님 앞에 가기 때문에 미사가 온 세상의 구원을 위해 봉헌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의식해서 전례적인 평화의 인사가 너무 경직된 몸짓이 되지 않도록 유념해야 합니다. [2013년 7월 21일 연중 제16주일(농민주일) 가톨릭마산 15면, 에콘 카펠라리 주교 저, 안명옥 주교 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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