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위령] 연옥 영혼 위해 바치는 기도, 연도의 역사와 의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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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주호식 | 작성일2013-11-05 | 조회수8,119 | 추천수1 | |
[기획] 연옥 영혼 위해 바치는 기도, ‘연도’의 역사와 의미 공동체 하나 되어 부르는 ‘부활 희망’의 신앙 고백
한국 천주교회 신자들은 누구나 알지만 비신자들에게는 암호처럼 들리는 말이 있다. 바로 “연도(煉禱)가 났다”는 말이다. 신자들은 어느 신자의 집에 초상이 나면 “연도가 났다”고 서로 알리며 찾아가 끊임없이 연도를 바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긴다.
이처럼 연옥 영혼을 위해 바치는 기도, 연도는 한국 신자들의 생활 깊숙이 자리한 기도다. 전통가락으로 구성지게 기도를 읊으며 죽은 이를 기억하는 이 연도는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전통가락으로 바치는 연도가 자리 잡은 정확한 시기를 알 수는 없지만 연도의 기원은 박해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자들은 박해를 당하면서도 제사 지내기를 스스로 금했지만, 조상에 대한 효와 윤리는 더욱 철저히 지키기 위해 연도 문화를 형성했다. 유교문화가 뿌리깊이 정착된 당시 조선사회에서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는 것은 효와 대치되는 것이었지만 죽은 이를 위한 기도인 연도는 이런 갈등을 해소시킬 수 있는 돌파구였다.
1864년 출간된 「천주성교공과」는 연도의 내용을 최초로 기록하고 있다. 오늘날 「가톨릭 기도서」에 해당하는 이 책에는 연옥도문(성인호칭기도), 죽은 부모를 위한 기도, 연옥 영혼을 돕는 찬미경, 어린아이 죽은 후에 하는 찬미경 등이 연도로 수록돼 있다. 이어 1865년에는 한국교회의 첫 상장례 예식서로 연도내용이 자세히 담겨있는 「천주성교예규」가 편찬됐다. 「천주성교예규」는 1947년 「성교예규」로 재출간되기까지 100여 년간 교회의 상장례 예식서로 사용돼온 책이다.
연도하면 떠오르는 구성진 가락 역시 그 뿌리를 박해시대에서 찾는다. 1890년대 선교사들의 기록에서 신자들이 밤새도록 연도를 바치고 있었다는 내용이 다수 발견되는 점에서 그 당시에는 이미 가락이 정착됐을 것으로 여겨진다. 또 한국 전통의 리듬으로 경상 · 강원지역 동부민요의 선율이 나타나는 연도의 가락은 ‘천주가사’와도 유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주가사는 현재 신자들 사이에 전해 내려오지 않지만 연도는 입에서 입으로 오늘날까지 전해져왔다. 구전으로 내려와 각 지역마다 특색을 지니게 된 연도는 1991년 처음으로 오선악보에 수록됐고 2003년 주교회의에서 「상장예식」을 마련하면서 전국이 같은 가락으로 연도를 바칠 수 있게 됐다.
왜 신앙선조들은 특별히 연도에 노랫가락을 붙여 불러왔을까. 이는 「천주성교예규」에 실린 ‘상례문답’에 뚜렷하게 드러나 있다. 왜 소리 높여 노래하며 연도를 하는 가에 관한 질문에 「천주성교예규」는 “연도는 첫째로 노래하는 소리로서 내 생각을 들어 주께 향하게 하여 내 마음을 수렴하게 하고 더욱 구원을 향한 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밝히고 “우리가 죽음의 슬픔 가운데 있지만 우리의 슬픔은 희망 없는 믿지 않는 이들과 다르기 때문”에 노래로 연도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연도는 무엇보다도 우리의 신앙을 더욱 풍성히 한다. 150년이 넘는 역사 속에 보편교회의 전례가 한국 전통문화와 융화된 연도는 토착화의 성공적인 사례로 손꼽히고 가톨릭뿐 아니라 한국의 문화 · 역사적 자산으로서도 큰 가치를 지닌다. 하지만 신앙인에게 있어 연도는 부활의 믿음을 지니고 하느님을 찬양하며 공동체가 하나 되어 노래하는 신앙의 고백이자 기도다. [가톨릭신문, 2013년 11월 3일, 이승훈 기자]
연도의 올바른 의미 알리는 교육 시급 한국적인 고유함 · 교회사적 가치 함께 내포
연도 고유의 가치를 살리고, 일상기도로써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연도의 역사적 배경과 의미 등에 대한 올바른 교육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일정 교육을 이수한 연령회 회원만이 아니라 일반 신자들과 유가족들이 연도의 의미를 알 수 있도록 돕는 교육 매뉴얼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연도는 토착화된 신앙생활의 단면을 보이는 대표적 사례로, 한국적인 고유함과 독창적인 형식 뿐 아니라 뛰어난 교회사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무엇보다 연도는 우리의 생각과 마음을 부활신앙으로 들어 올리고, 공동체가 함께 끊임없이 기도하는 정신을 이어가는 행위의 하나로 높은 전례적 가치를 지닌다. 이에 따라 장례기간이나 기일에만이 아니라 평소 자신의 성찰과 회개, 연옥영혼들의 구원을 위해 봉헌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기도로도 꼽힌다. 평신도들의 역할을 독려하고 부모공경의 전통을 적극 살린 기도문으로서 다양한 언어로 번역, 보급될만하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하지만 실제 일상생활에서 일반신자들이 연도를 구성하는 기도문과 행위의 의미, 봉헌하는 이의 역할 등에 대해 알 수 있도록 이끄는 교육자료는 찾아보기 어렵다. 각 본당 연령회 활동도 통일된 가락을 익히고 확산하는데 무게중심을 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젊은 세대들이 일상기도로 봉헌할 수 있도록 돕는 노력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전례 전문가들은 “연도는 죽음과 삶의 바른 뜻을 묵상하고 부활신앙을 북돋우는 차원에서 더욱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며 “어떻게 연도가 만들어졌고, 왜 이런 형태로 이어져왔는지, 본래 지닌 전례적 의미가 무엇인지 아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허윤석 신부(가톨릭전례학회 사무처장)도 “예전에는 천주성교공과를 활용해 연도를 매일 바치는 일상기도문으로 사용해왔고, 천주성교예규의 상례문답 등을 통해 죽음에 대한 교회 가르침을 적극 전달해왔다”며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연도의 의미 전달보다 가락을 전수하는데 치중하면서, 형식에 비해 내면의 정신과 의미를 널리 알리는 데에는 한계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허 신부는 “전례학회에서 연구한 결과, 연도는 단순히 한국 고유의 가락으로 창작돼 독창성을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보편교회가 제시한 장례예식 규정에 어긋남 없이 각 요소들을 한국 전통과 유교적 문화 등과 조화시켜 재구성한 것이라는 면에서 더욱 돋보인다”며 “그 가치가 현대에도 적극 실현될 수 있도록 전문적인 연구 뿐 아니라 능동적인 생활 교육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나아가 최근 교회 안팎에서는 연도의 문화재적 가치를 입증하는 연구, 노력들도 활발히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요청된다. 연도는 한글로 만들어지고 전수돼 교회적 가치 뿐 아니라 그 문헌적 가치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가톨릭신문, 2013년 11월 3일, 주정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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