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14주간 수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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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4-07-10 | 조회수78 | 추천수3 | 반대(0) 신고 |
[연중 제14주간 수요일] 마태 10,1-7 “가서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하고 선포하여라.”
예수님께서 당신과 함께 할 ‘제자’들을 부르실 때에는 지금 그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그가 어떤 능력을 갖고 있으며 사회적으로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보시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가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가 당신과 함께 머무르는 시간 동안 어떤 사람으로 변화될 수 있겠는지를 보셨지요. 여기서 중심이 되는 분은 바로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 온전히 머무르며 그분의 말씀을 듣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 하느님의 뜻을 먼저 생각하고 그분 뜻을 충실히 따를 각오가 되어 있는지, 그리고 자신이 가진 모든 것들을 하느님께 내어드리고 그분을 위해, 그분 뜻에 따라 쓸 의지를 지니고 있는지를 보신 겁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에서는 그렇게 당신 곁으로 부르신 제자들 중 열 둘을 ‘사도’로 뽑으십니다. 사도는 제자와는 엄연히 다릅니다. 제자는 스승과 함께 머무르며 가르침을 받고 따르는 이를 뜻하지만, 사도는 그 스승으로부터 신뢰를 받는 이로써 특별한 소명을 받고 파견되며, 그 소명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과 권한까지 받은 사람을 가리키지요.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면 각 나라를 대표하는 ‘대사’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 나라의 대사는 파견되어 근무하는 그 나라에서만큼은 본국의 대통령과도 같은 권한과 책임을 지닌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예수님은 당신 또한 하느님 아버지로부터 세상의 구원이라는 특별한 소명을 받고 파견되신 존재임을 천명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신 바 있습니다. “아버지와 나는 하나다.”
이처럼 사도들은 자신이 파견되어 활동하는 그곳에서만큼은 주님께서 맡기신 특별한 책임과 소명을 다하는 존재로서 그분과 ‘하나’로 일치되어 있기에, 그들은 영광스럽게도 주님께서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시는 과정에서 보여주신 것과 동등한 권한과 능력을 부여받게 됩니다. 즉, 예수님은 그들에게 더러운 영들을 쫓아내고 병자들을 치유하며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선포함으로써, 그것을 보는 이들로 하여금 곧 다가올 ‘하느님 나라’를 준비하며 회개하도록 이끌라고 하시는 겁니다. 그렇기에 사도들은 자신들이 부여받은 능력과 권한을 과시하거나 뽐내서는 안됩니다. 그것을 마치 권력처럼 휘두르며 자기 욕심을 채우려고 들어서도 안됩니다. 자신에게 그런 권한과 능력을 주신 주님의 뜻을 생각하며 사람들을 사랑으로 섬기고 봉사하는데에 전념해야 하는 겁니다.
우리는 매 미사가 끝날 때마다 사제를 통해 하느님의 축복을 받고 세상으로 ‘파견’됩니다. 즉 우리 그리스도인 한 사람 한 사람이 말과 행동으로 주님과 그분 뜻을 알려야 할 ‘사도’로서의 소명을 받았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주님과 상관없는 사람처럼 적당히 대충 살아서는 안되지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여 주님의 뜻을 헤아리고 따라야 하는 겁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활동을 하는가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는가가 아니라, 하느님 마음에 드는 일을 하는 것입니다. 내가 가고 싶은데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로 가는게 아니라, 나아갈 길을 잃고 방황하며 슬픔과 절망에 빠진 이들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우리를 보는 사람들이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음을 온 마음으로 느낄 수 있도록...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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