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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15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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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07-16 조회수97 추천수3 반대(0) 신고

[연중 제15주간 화요일] 마태 11,20-24 "예수님께서 당신이 기적을 가장 많이 일으키신 고을들을 꾸짖기 시작하셨다. 그들이 회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두운 곳에 오래 있다보면 눈이 그 어둠에 적응해서 처음에는 잘 보이지 않던 것들이 차츰 보이게 됩니다. 그러면 생활하는데에 크게 불편함이 없지요. 오히려 그 ‘적당한 어둠'이 더 편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왠만한 더러움은 어둠에 가려 보이지 않으니 굳이 힘들게 청소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것도 그 편한 점 중 하나일 겁니다. 그리고 그런 상태가 장기간 계속되면 오히려 빛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상태가 됩니다. 갑자기 밝은 빛이 들이닥치면 그 눈부심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며 어둠을 찾아 숨거나 빛을 보지 않기 위해 눈을 감아버리게 되는 겁니다.

 

이것이 바로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 꾸중을 듣는 코라진과 벳사이다 그리고 카파르나움 고을 사람들의 내적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세 고을은 갈릴래아 지방에 자리잡은 꽤 큰 규모의 도시들이었습니다. 동북으로 연결된 큰 도로가 지나가는 길목에 있었기에 상업과 무역이 발달했고, 호수와 맞닿아 있어 경제적인 풍요를 누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부작용도 컸지요. 오늘날 대도시들이 그러하듯 빈부격차가 극심했고 사회 전반에 걸쳐 부정과 불의가 만연했습니다. 하느님보다 재물을 더 믿었고 사람들의 마음 속엔 탐욕과 방탕이 가득했습니다. 그런 상태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그곳 사람들은 재물이 주는 편안함, 세상이 주는 안락함에 빠져 그런 문제를 바로잡을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영혼이 어둠과 악에 익숙해지고 편안해져 굳이 하느님의 뜻을, 그분께서 비춰주시는 구원의 빛을 필요로 하지 않는 상태가 되버린 겁니다. 그랬기에 예수님께서 그렇게나 많은 기적들을 일으키시며 복음을 선포하시는데도 회개할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안주하려고만 했지요. 예수님은 바로 그 점을 마음 아파하시며 탄식하십니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은 악에 대한 ‘적응'과 ‘순응'입니다. 나만 그러는거 아니니까, 다른 사람들도 다 그러고들 살아가니까, 그 길을 따라가지 않으면 나만 바보되고 뒤쳐지니까 적당히 타협하고 그런 자기 모습을 합리화하며, 어느 새 그런 태도가 습관이 되고 삶이 되어버리는 겁니다. 그리고 그런 삶이 나라는 존재를 어둠을 사랑하고 빛을 멀리하는 ‘사탄의 자식’으로 변화시키지요. 그러니 악에 순응하려는 나태함과 안일함에서 어서 벗어나야 합니다. 내 마음과 영혼이 죄악의 어둠에 익숙해져 스스로 하느님과 그분 사랑을 멀리하게 되지 않도록, 나 스스로가 ‘하느님 나라'가 아닌 ‘지옥'을 택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도록, 불편하고 힘들고 괴로워도 더 늦기 전에 주님께서 비춰주시는 진리의 빛, 구원의 빛을 바라보며 그 빛을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가 실천해야 할 참다운 회개란 주님께서 내 삶에 일으키시는 사랑의 기적들을 믿음의 눈으로 알아보는 것입니다. 그런 기적을 일으켜주신 주님을 ‘롤모델'로 삼아 나도 그분처럼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그분처럼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그 믿음과 실천이 나로 하여금 죄악의 어둠에서 벗어나 진리의 빛 속을 걷도록 이끌어줍니다. 그 길을 끝까지 걸어야만 하느님 나라로, 참된 행복의 세상으로 건너갈 수 있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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