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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15주간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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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07-18 조회수77 추천수4 반대(0) 신고

[연중 제15주간 목요일] 마태 11,28-30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하던 일도 멍석 펴 놓으면 안 한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자기가 알아서 잘 하던 일도 다른 사람이 본격적으로 제대로 해보라며 판을 깔아주며 도와주면 하기 싫어진다는 뜻입니다. 순수하게 내가 하고 싶어서 하면 ‘나의 일’이지만, 남이 해보라고 시키면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게 우리 인간이 지닌 특징인가봅니다. 무엇이든 본인이 원해서 자발적으로 하면 즐겁고 힘도 들지 않습니다. 그러나 누가 시켜서 억지로 하면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힘들고 능률도 훨씬 떨어집니다. 그러니 기왕 어떤 일을 하려면 스스로 찾아서, 자기 의지로 해야 합니다. 그 일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더할 나위 없으니 신나게 하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이라도 그것이 자신에게 중요하며 꼭 해야만 하는 일이라면 기꺼이 해야 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후회가 남지 않습니다.

 

예수님께서 당신 어깨 위에 짊어지신 멍에와 짐이 바로 그런 마음으로 지신 것입니다. 하느님 아버지의 영광을 위해 순명하는 마음으로, 우리를 향한 크고 깊은 사랑으로 기꺼이 짊어지신 겁니다. 그저 시키니까 마지못해 하는 ‘노동’이 아니라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원하고 받아들이는 ‘순명’이었기에 그분과 깊은 일치를 이루실 수 있었습니다. 억지로 참아 받는 ‘벌’이 아니라 우리를 향한 사랑으로 기꺼이 끌어안는 ‘희생’이었기에 그 안에서 의미와 기쁨을 찾으실 수 있었습니다. 그런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당신 멍에를 메라고 하십니다. 그러면 삶의 무게에 짓눌려 고통받던 이들이 진정한 안식을 얻게 된다고 하십니다. 우리가 아는 ‘휴식’이란 하던 일을 멈추고 아무 것도 안한 채 쉬면서 충전하는 것인데, 어깨에 삶의 무게를 그대로 짊어진 채 쉬라고 하시니 그게 무슨 뜻인지 머리로는 도대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우리보다 먼저, 우리보다 훨씬 더 무거운 짐을 지고 가신 그분께서 하시는 말씀이니 일단 받아들이고 따라봐야겠지요.

 

하지만 누군가는 그 말씀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렇게 따질 것입니다. 왜 이런 고생을 해야 하느냐고, 왜 무거운 짐을 져야만 하느냐고, 왜 내가 다른 사람보다 더 크고 무거운 짐을 지느냐고 불평 불만을 늘어놓는 겁니다. 그러나 그런 불평 불만이 심해질수록, 내 마음이 더 부정적이 될수록 어깨에 짊어진 멍에는 더 아프고 짐은 더 무겁게 느껴지지요. 그래서 예수님은 당신이 보여주신 온유함과 겸손함을 배우라고 하십니다. 온유함은 좋고 나쁨을 내 기준으로 섣부르게 판단하지 않는 마음입니다. 그런 마음은 하느님께서 나 자신보다도 더 나를 잘 알고 계시며, 나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신다는 신뢰로부터 나오지요. 겸손함은 내 뜻과 고집을 내세우지 않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으며 받아들이는 마음입니다. 그런 마음은 하느님께서 나를 창조하신 ‘주님’이시며 나의 삶과 세상이 그분 섭리에 따라 흘러간다는 믿음으로부터 나오지요. 그런 마음으로 주님께서 건네시는 멍에를 기꺼이 어깨에 들쳐 멘다면, 지금 당장은 힘겨운 신앙의 길을 신나게 달려갈 순 없겠지만 묵묵히 그 길을 걷다가 어느 순간 ‘이래서 신앙생활을 하는구나’하는 깨달음에 빙그레 미소짓게 되는 날이 반드시 올 겁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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