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송영진 신부님_『계명보다 사람이 먼저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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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원석 | 작성일2024-07-19 | 조회수98 | 추천수3 | 반대(0) 신고 |
“그때에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밀밭 사이를 지나가시게 되었다. 그런데 그분의 제자들이 배가 고파서, 밀 이삭을 뜯어 먹기 시작하였다. 바리사이들이 그것을 보고 예수님께 말하였다. ‘보십시오, 선생님의 제자들이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다윗과 그 일행이 배가 고팠을 때, 다윗이 어떻게 하였는지 너희는 읽어 본 적이 없느냐? 그가 하느님의 집에 들어가, 사제가 아니면 그도 그의 일행도 먹어서는 안 되는 제사 빵을 먹지 않았느냐? 또 안식일에 사제들이 성전에서 안식일을 어겨도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율법에서 읽어 본 적이 없느냐?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성전보다 더 큰 이가 여기에 있다.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 하신 말씀이 무슨 뜻인지 너희가 알았더라면, 죄 없는 이들을 단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실 사람의 아들은 안식일의 주인이다.’(마태 12,1-8)”
1) 탈출기와 신명기에 있는 십계명을 보면, “안식일에는 어떤 일도 해서는 안 된다.” 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탈출 20,10; 신명 5,14). 그리고 안식일을 어긴 죄는 ‘사형을 받아야 하는 죄’였습니다. “엿새 동안은 일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렛날은 거룩하게 지내야 하는 안식일, 주님을 위한 안식의 날이니, 이날 일하는 자는 누구나 사형을 받아야 한다(탈출 35,2).” 유대인이 아닌 사람들 가운데에는 밀 이삭을 조금 뜯어 먹은 것을 ‘일’이라고 생각할 사람이 별로 없을 텐데, 유대인들의 기준으로는, 배가 고파서 그랬든지 아니든지 간에 그것도 ‘일’이었습니다. <그것은 바리사이들만의 규정이 아니라 유대인들의 일반적인 ‘율법 해석’이었습니다. 예수님 당시에도 그랬고, 오늘날까지도 그렇습니다.> 어떻든 제자들이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고 있다는 바리사이들의 말은 그 당시에는 ‘맞는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바리사이들은 제자들의 행동에서 ‘일’만 보았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배고픔’을 보셨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답변은, “내 제자들이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했지만, 배가 고파서 그런 것이니 그들을 단죄하지 마라.” 라는 뜻입니다. <만일에 제자들이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아무 생각 없이 밀 이삭을 뜯어먹었다면, 또는 심심해서 그랬다면, 예수님께서 먼저 제자들을 꾸짖으셨을 것입니다.> 사무엘기 상권 21장에 기록되어 있는 다윗의 일을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은, 배가 고파서 율법을 어겼다는 점 때문입니다. 하느님께 바친 제사 빵은 사제들만 먹어야 한다는 것은 레위기에 있는 율법입니다(레위 24,9). 따라서 다윗의 행동은 ‘거룩함’을 모독한 죄, 즉 사형을 받아야 하는 죄였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에서는 아무도 다윗을 비난하지 않았습니다. 다윗이 처했던 상황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2) 다윗이 한 일을 비난하지 않는다면, 예수님의 제자들이 한 일도 비난하면 안 됩니다. 만일에 다윗은 왕이니까 그냥 넘어가고, 예수님의 제자들은 보잘것없는 사람들이니까 엄격하게 율법을 적용한다면, 그것은 사람을 차별하는 일입니다. 사람을 차별하는 일 자체가 하느님의 계명을 어기는 일입니다(탈출 23,1-9). 지금 예수님의 가르침은, “배가 고프면 안식일을 안 지켜도 된다.”가 아니라, “안식일 준수를 강조하기 전에 먼저 이웃의 사정을 헤아려 주어야 한다.”입니다. 안식일을 안 지키는 것인지, 못 지키는 것인지, 그것을 먼저 보라는 것이 예수님의 가르침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제자들은 그날이 안식일이라는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을 정도로, 정말로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배가 고팠던 것일까? 아마도 그랬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사정을 잘 알고 계셨기 때문에 그들을 변호해 주셨습니다. 그러면 그 ‘참을 수 없을 정도’ 라는 ‘기준’은 누가 정하는가? 각자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습니다.>
3) 사제들이 안식일 예배를 준비하기 위해서 하는 일들은 안식일 계명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또 안식일보다 더 위에 계시는 하느님을 위해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사제들이 안식일에 그 일들을 하는 것은 안식일을 어기는 것이 아닙니다. “성전보다 더 큰 이가 여기에 있다.” 라는 말씀은, “나는 안식일보다 더 위에 있는 존재다.” 라는 뜻이고, 당신이 하느님과 동등한 위치에서, 하느님과 같은 권한을 가지고 계신다는 것을 선언하신 말씀입니다. <안 믿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 말씀 자체를 하느님을 모독하는 발언으로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예수님을 죽이려고 했습니다(마태 12,14).>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자비다.” 라는 말씀은, “하느님의 뜻에 따라 자비를 실천하는 것이 곧 하느님을 제대로 섬기는 것이다.” 라는 뜻입니다. 계명들과 율법들을 잘 실천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하느님의 뜻에 따라서’ 실천해야 합니다. “죄 없는 이들을 단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라는 말씀은, 당신의 제자들이 안식일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했지만 배가 고파서 그랬던 것이니 ‘죄 없는 이들’이고, 그러니 그들을 단죄하면 안 된다는 뜻입니다. 동시에 “진짜 죄인은 바로 너희다.” 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배고픈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주지는 않고 안식일을 지키지 않는다고 비난하기만 하는 ‘자비 없는 태도’가 곧 죄입니다. “사람의 아들은 안식일의 주인이다.” 라는 말씀은, 당신이 안식일 계명을 해석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계명보다 사람을 먼저 보라는 가르침이기도 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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