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송영진 신부님_<피정> | |||
---|---|---|---|---|
이전글 | 이전 글이 없습니다. | |||
다음글 | 최원석_그래서 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기 시작하셨다. | |||
작성자최원석 | 작성일2024-07-21 | 조회수79 | 추천수2 | 반대(0) 신고 |
“사도들이 예수님께 모여 와, 자기들이 한 일과
가르친 것을 다 보고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 하고 말씀하셨다. 오고 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음식을 먹을 겨를조차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따로 배를 타고 외딴곳으로 떠나갔다. 그러자 많은 사람이
그들이 떠나는 것을 보고, 모든 고을에서 나와 육로로 함께
달려가 그들보다 먼저 그곳에 다다랐다. 예수님께서는
배에서 내리시어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기 시작하셨다(마르 6,30-34).”
1) 예수님께서 일흔두 제자를 파견하신 이야기를 보면,
활동을 마친 제자들이 ‘기뻐하며’ 돌아온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데(루카 10,17), 열두 사도의 경우에도 그렇게
‘기뻐하면서’ 돌아왔을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여러 가지 이유로 많이 지쳐 있었을 것입니다.
박해도 받았을 것이고, 여러 가지 고통도 겪었을 것이고...
그래서 정신적으로는 기쁨에 가득 차 있었겠지만,
육체적으로는 체력이 모두 소진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도들이 돌아와서 보니, 예수님도 ‘음식을 먹을
겨를조차 없이’ 바쁘게 일하고 계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바쁘게 일하시는 것을 보면서
사도들은 자기들만 쉴 수는 없었을 것이고,
쉬는 것을 포기하고, 예수님을 도와드렸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쉬면서 힘을 재충전할 수 있도록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 라고 지시하십니다.
<예수님은 일만 시키시는 분이 아니라, 즉 신앙인들을
혹사시키시는 분이 아니라, 휴식이 필요할 때에는
쉬라고 명령하시는 분입니다.>
예수님도 사도들과 함께 가셨기 때문에,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는, “우리 함께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자.”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외딴곳’은 사람들이 없는 곳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과 사도들의 휴식을 위해서, 병자들을
고쳐 주고 마귀를 쫓아내는 등의 ‘일’을 잠시 멈추셨습니다.
<사람들을 ‘버리고’ 가신 것은 아닙니다.>
2) 예수님께서 잠시 ‘일’을 멈추신 것에 대해서,
“요한복음 5장을 보면, 아버지께서 일하고 계시니 당신도
쉴 수가 없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 말씀과 지금의 상황은
모순되지 않는가?” 라고 물을 수도 있습니다.
요한복음 5장을 보면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유다인들은 예수님께서 안식일에 그러한 일을 하셨다고
하여, 그분을 박해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내 아버지께서 여태 일하고 계시니 나도 일하는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이 때문에 유다인들은 더욱
예수님을 죽이려고 하였다. 그분께서 안식일을 어기실 뿐만
아니라, 하느님을 당신 아버지라고 하시면서 당신 자신을
하느님과 대등하게 만드셨기 때문이다(요한 5,16-18).”
여기서 예수님 말씀은, “아버지께서 쉬지 않고 일하시니
나도 쉴 수가 없다. 안식일이라고 해도...” 라는 뜻입니다.
<“아버지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는 단 한 순간도 중단되지
않는다. 안식일에도 하느님께서는 인간들을 보살피고
보호하는 일을 멈추지 않으신다. 그러니 나도 안식일을
‘초월해서’ 일할 수밖에 없다.”>
이 말씀은 안식일에 병자들을 고쳐 주는 일을 하시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지, “나는 휴식이 필요 없다.”가 아닙니다.
<하느님이신 그리스도는 휴식이 필요 없겠지만,
사람이신 예수님은 보통 사람들과 같은 분이었습니다.
잘 때가 되면 자야 하고, 먹을 때가 되면 먹어야 하고,
일하다가 지치면 쉬어야 하고...>
3)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쉬는 일”을
우리 교회는 ‘피정’이라고 부릅니다.
피정은 잠시 ‘일’을 멈추고 쉬는 ‘휴식 시간’이고,
주님께서 주시는 새 기운을 얻는 ‘재충전 시간’입니다.
그 새 힘은 하던 일을 더 잘할 수 있게 해 주는 힘입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누구나 체력의 한계가 있고,
힘을 재충전하지 않으면 지쳐 쓰러지고 말 것입니다.
<쉬지 않고 일하다가 너무 지쳐서 기본적인 신앙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까지 가는 것은 어리석은 것입니다.
잘 달리는 자동차도 기름이 떨어지면 주유소에 들러서
기름을 넣어야 합니다.
잠시 주유소에 들르는 것은 달리는 것을 중단하는 일이
아니라, 더 잘 달리기 위해서 힘을 충전하는 일입니다.>
우리 교회의 전례나 기도에는 피정의 성격도 들어 있습니다.
좋은 예가 ‘주일미사’입니다.
한 주간 동안 인간 세상에서 힘들게 살다가 주일에 성당에서
미사참례를 하는 것은, 일을 멈추고 피정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분명히 미사를 통해서 새 힘을 얻고 있습니다.
그 힘은 다음 한 주간을 잘 살아갈 수 있게 해 줄 것입니다.
<주일을 지키는 것은 살아갈 힘을 재충전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주일을 안 지키는 사람은 그 힘을 받지 못해서,
점점 힘을 잃다가 결국 쓰러지게 될 것입니다. 영적으로.>
4) 예수님과 제자들이 ‘외딴곳’에 도착했을 때 많은 사람이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예수님도 제자들도
쉴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렇지만 조금 관점을 바꿔서 그 상황을 바라보면,
몰려든 군중은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마태 11,28).”
라는 예수님 말씀대로 ‘참된 안식’을 얻으려고 예수님에게 온
사람들이고, 예수님께서 그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시면서 ‘참된 안식’을 주실 때, 사도들도 그 가르침을 함께
들으면서 새 힘을 얻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 [출처] 연중 제16주일 강론|작성자 송영진 모세 신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