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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16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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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07-24 조회수70 추천수3 반대(0) 신고

[연중 제16주간 수요일] 마태 13,1-9 "어떤 것은 백 배, 어떤 것은 예순 배, 어떤 것은 서른 배가 되었다.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

 

 

 

 

오늘 복음은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입니다. 이 비유에서 중요한 것은 씨 뿌리는 사람이 좋은 땅 나쁜 땅을 가리지 않고 씨를 뿌린다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이 비유의 핵심은 지금 내 마음밭이 어떤 상태인지를 성찰하며 반성하는게 아닙니다. 나는 길바닥인가 돌밭인가 아니면 가시덤불인가를 고민하며 ‘그거 밖에 안되는’ 자기 자신을 책망하는 순간 이 비유를 이해할 길을 잃고 방황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땅을 가리지 않고 씨를 뿌리는 밭 주인의 마음을 깊이 헤아려보는 것이 중요하지요. 땅은 그 상태가 영원히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즉 지금 길바닥이고 지금 돌밭이고 지금 가시덤불이라고 해서 그 상태가 영원히 지속되는게 아니라 그 땅을 가꾸고 돌보는 이의 노력 여하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뜻입니다. 땅 주인이 아낌 없이 씨를 뿌리는 것도 그 변화의 가능성을 믿기 때문입니다.

 

그건 우리 마음이라는 밭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사람의 마음 안에는 ‘하나의 땅’만 있는게 아닙니다. 무관심의 길도 있고, 고집의 돌밭도 있으며, 욕심의 가시덤불이나 긍정적이고 열린 마음이 혼재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 때 그 때의 기분이나 감정에 따라 이런 상태들이 마음 전반을 장악하며 순서대로 나타나기도 하지요. 즉 우리 마음이 하느님의 말씀과 뜻을 받아들이기에 ‘최적의 상태'로 준비되는 때는 잘 안온다는 뜻입니다. 그걸 너무나 잘 아시는 하느님이시기에 일단 우리 마음에 당신 말씀의 씨를 뿌리십니다. 조건을 붙이지 않고 효율을 따지지 않고, 당신께서 창조하신 우리의 무한한 가능성을 그리고 당신 뜻을 따르고자 하는 우리의 의지를 믿고 일단 먼저 베푸시는 겁니다. 그러니 그분께서 주시는 말씀의 씨앗을 일단 내 마음 안에 받아 심는게 중요합니다. 내 마음 밭을 가꾸는 건 그 이후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땅'을 골라가며 씨앗을 심는 건 효율성과 이익을 따지는 세상의 논리입니다. 하지만 하느님은 그러지 않으십니다. 모든 조건이 잘 갖춰진 좋은 땅에서 풍성한 결실을 얻는 건 당연히 기대되는 결과일 뿐, 그 안에 하느님의 섭리가 개입할 여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당신에 대한 믿음과 사랑으로 척박한 땅을 좋은 땅으로 바꿔가길 바라십니다. 시련과 고통이 있을지라도 마음의 개간 작업을 멈추지 않고 끝까지 진행하기를 바라십니다. 물론 그 과정은 꽤나 오래 걸릴 것입니다. 중간 중간 맞이하게 되는 추수 때에 아무 열매도 맺지 못하여 내 삶이 망한 것처럼, 하느님의 뜻이 실패한 것처럼 보일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내 마음이 하느님의 뜻과 맞닿는 순간이 오면 그분께서 내 마음에 심어주신 말씀들이 백 배, 예순 배, 서른 배의 열매를 맺을 겁니다. 그러면 그전에 결실을 맺지 못하고 말라죽어간 씨앗들의 실패를 충분히 만회하고도 남지요. 아니 그 정도 수준이 아니라 내 영혼의 곳간을 충만한 기쁨과 행복들로 꽉꽉 채우게 될 겁니다. 그런 하느님의 섭리를 굳게 믿으며 하루 하루 내 마음 밭을 가꿔가는 과정이 바로 신앙생활인 것이지요.

 

주님께서는 이 모든 것을 ‘비유'로 말씀하십니다. 비유는 스스로 ‘자기 이야기'처럼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 안에 숨은 의미를 알 수 없는 ‘신비'입니다. 그렇기에 주님께서 우리에게 비유로 말씀하시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는 오늘 복음을 이해할 수 있는 열쇠가 됩니다. 지금 내가 주님의 말씀과 가르침을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그것을 내 삶에 비추어보고 깨달은대로 살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는지 돌아봐야겠습니다. 그 모든 고민과 노력들이 내 마음 밭을 ‘좋은 땅'으로 만드는 의미있는 과정이 될 겁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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