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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반영억 신부님_「우리는 관리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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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원석 쪽지 캡슐 작성일2024-07-26 조회수50 추천수2 반대(0) 신고

 

 

몇 개의 화분을 작은 바구니에 담았는데 물을 좋아하는 화초가 있고 물을 싫어하는 화초가 있습니다. 햇빛을 좋아하는 화초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서로 다른 성질의 것을 한 바구니에 담았더니 관리가 쉽지 않습니다. 힘이 없어 보이는 화초가 있어 물을 주고 강한 햇빛을 가려 주면 옆에 있는 화초가 힘들어합니다. 옆에 있는 화초를 위해 햇빛에 내놓으면 마찬가지입니다. 서로 조화를 이룬 겉모양은 아름답고 좋은데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너무도 다릅니다. 곧 죽을 것같이 보인 거실의 화초가 거짓말처럼 생기를 찾는 것을 보고 물 한 모금의 위력을 실감했습니다.

 

사람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서로의 성격과 취향이 같지 않아서 힘들어 할 때가 있습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 기준에 맞춰주기를 바랍니다. 내가 편하게 내 방법을 선택하면 상대방이 그만큼 양보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내 입맛에 맞으면 최고요, 내 스타일에 맞지 않으면 모두가 잘못된 것처럼 생각합니다. 겉모양은 모두가 멋진데 속을 보면 멀미 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사람이 나 자신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정말 다양성 안에 일치를 이룬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좋은 땅에 뿌려진 좋은 씨가 좋은 열매를 맺는다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백배가 될 수도 있고 예순 배, 서른 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좋은 땅에서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서 열매가 달라집니다. 우리의 삶도 그렇습니다. 개별적으로 보면 우리 마음의 밭이 다 좋은 땅인데 열매를 맺는 것은 서로 다릅니다. 그것은 마음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같은 말씀을 들어도 듣는 사람 마음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집니다. 말씀을 듣고 힘써 그대로 실천하는 사람만이 진짜로 말씀을 듣는 사람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으며 어떤 쌍날칼보다도 더 날카롭습니다. 그래서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영혼과 정신을 갈라놓고 관절과 골수를 쪼개어 그 마음속에 품은 생각과 속셈을 드러냅니다”(히브4,12).하고 말했습니다. 속을 꿰뚫어 보시는 분 앞에서 거저 얻으려 하니 부끄럽습니다.

 

좋은 열매를 기대하면서도 그만한 정성을 기울이지 않으면 결과는 너무도 뻔합니다. 수고와 땀을 남에게 미루지 말고 서로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서 풍성한 열매를 맺길 기도합니다. 그리고 서로에게 생명을 주는 한 모금의 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포도원 지기가 “주인님, 이 나무를 금 년 한 해만 더 그냥 두십시오. 그동안에 제가 그 둘레를 파고 거름을 주겠습니다”(루카13,8) 하였듯이 다른 이에게 거름을 주는 포도원 지기가 되시길 바랍니다.

 

말씀이 길에 떨어졌다는 것은 하느님의 말씀을 들었다 해도 세상의 생활방식과 가치관에 사로잡혀 그 말씀을 무시하고 배척하는 것을 말합니다. ‘신앙이 밥 먹여 주느냐?’하는 태도입니다. 돌밭에 떨어졌다는 것은 처음에는 말씀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지만 시련이 오면 말씀에 의지하기보다 세상 것들에 의지함을 말합니다. 이사 날짜를 잡으러 점집을 간다든지, 혼사를 앞두고 용하다는 사람을 찾아가 사주팔자를 보는 사람입니다. 가시덤불에 떨어진 경우는 세상 걱정과 재물의 유혹과 여러 가지 욕심 때문에 말씀을 따르려는 생각을 뒤덮어 버립니다. 한 편으로 가시덤불은 상처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세상의 오만가지 근심 걱정, 과거의 상처와 모욕으로 자신 안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좋은 땅에 떨어졌다는 것은 열매를 맺는 사람을 말합니다. 그들은 말씀을 최우선으로 받아들이고 삶의 기반과 지침으로 생각합니다. 그들은 살아가면서 말씀을 더욱더 깊이 깨닫게 되고 모든 것을 얻게 됩니다. 그야말로 “정녕 가진 자는 더 받고 가진 것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마르425). 더 큰 사랑을 담아 사랑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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