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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기다림은 나쁜 놈보다 착한 분이 더 많기에 / 연중 제16주간 토요일(마태 13,2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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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4-07-26 조회수54 추천수0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기다림은 나쁜 놈보다 착한 분이 더 많기에 / 연중 제16주간 토요일(마태 13,24-30)

 

밭에 밀만 뿌렸다는데 웬일인지 가라지도 다소 섞였단다. ‘저희가 가라지들을 거두어 낼까요?’ 라는 그 자신의 꼬락서니는 뒤로 한 채, 버티는 어느 잘난 이의 말에 하느님은 그냥 기다리잔다. 가라지를 뽑다 어쩌다 잘못되어 밀을 뽑으면 안 된다는 걸까? 사실 가라지는 처음에는 밀과 비슷하여 구별이 어려우나, 이삭이 패면 밀과 구별된다. 그리고 자랄 때는 그 뿌리가 밀과 일부 감기어, 자칫 버린다는 가벼운 맘으로 잘못 뽑을 때, 일부 밀도 함께 뽑힐 수가 있단다.

 

알고 보면 어쩜 우리네 인생에도 밝은 쪽과 어두운 게, 대게는 반반으로 있는 모양이다. 어느 쪽에 비중을 두고 보는지에 따라, 대충 삶의 기본자세가 달라진다. 어디 악인 없는 세상이 과연 어디 있을까? 모르긴 몰라도 어느 조직이든, 말썽 피우는 이가 고문관마냥 있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쭉 따지고 보면 나쁜 놈보다는 착한 이가 더 많은 게 우리네 사회다. 그래서 믿는 우리는 자비의 그 하느님과 함께하기에, 그나마 여유롭게 멀리 내다보는 자세로 살아야 한다.

 

그렇게 좀 넓게 보며 산다는 우리지만, 가끔은 살면서 남의 단점을 고쳐 주지 못해 애태우는 때가 간혹 있다. 백지 위에 검은 점 하나 잘못 찍혀도, 그것 하나에다 온통 신경을 둔다. 결국 그 점 하나에 그 종이는 못 쓰게 될 수도. 사실 종말까지 선과 악은 함께 할 게다. 어둠의 요소는 없어지지 않으리라. 그렇더라도 처음부터 좋은 씨가 많이 뿌려졌다는 것을 기억하자. 누가 뭐래도 그럴 수밖에. 잡초인 가라지가 더 많았더라면 하느님은 벌써 밭을 갈아엎었으리라.

 

거듭 말하지만 악인들이 많은 것 같이 보여도 주위에는 착한 분이 훨씬 더 많다. 우리의 삶에도 고통이 많을 것 같지만 실은 쉽게 잊어버리고 있는 행복이 더 많다. 우리를 변화시키고 심판하시는 분은 주님이시다. 그분을 따르는 우리는 이웃을 들추어서 심판하는 이는 아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은총을 발견하고 그것을 스스로가 가꿀 뿐이다. 심판은 오직 그분만이 할 게다.

 

그러기에 밀과 가라지의 비유는 우리에게 큰 위로와 희망을 준다. 그분께서는 밭에 뿌려진 씨앗 가운데 밀뿐만이 아닌 가라지가 있는 것을 아시고도, 이를 뽑아 버리자는 못된 우리의 청에 수확 때까지, 둘 다가 함께 자라도록 그냥 모른 채로 내버려두잔다. 이렇게 하느님께서는 우리네 어머님처럼 매사에 늘 자비하실 뿐만 아니라, 그 인내심이 정말로 엄청난 분이시기에.

 

인간적인 마음으로는 하루라도 빨리 가라지를 잘라 버리고 정리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지 않나 생각될 때가 시도 때도 없이 있으리라. 그러면 밀도 방해받지 않고 훨씬 더 풍성한 결실을 맺을 것 같기에 그리 여길 게다. 그러나 하느님의 사랑은 우리에게는 아주 어리석게만 보일지라도 효과적인 그 방법을 결코 바라지 않으신다. 대신에 모두가 다 함께 구원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갖기를 원하시는지는 몰라도, 마지막 그날까지 마냥 참고 기다리시는 것만을 선택하신다.

 

사실 오래 참고 모든 일에 기다리는 것은 사랑의 또 다른 한 모습일 게다. 지금은 비록 잘못된 채 버려두지만, 언젠가는 변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긴 안목으로 열어 두는 것이기에. 세상이 더 발전하고 복잡해질수록 우리는 신속한 것에만 익숙해져 간다. 훨씬 편하게 산다지만, 동시에 옛날의 그 인내심은 줄고 단순해지려는 조급증만 는다. 그러기에 수확 때까지 밀과 가라지 둘 다가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 두어보자는, 주님의 그 인내와 기다림을 깊이 묵상해보자.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가라지,기다림,수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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