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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17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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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07-30 조회수57 추천수3 반대(0) 신고

[연중 제17주간 화요일] 마태 13,36-43 “남을 죄짓게 하는 모든 자들과 불의를 저지르는 자들을 거두어, 불구덩이에 던져 버릴 것이다."

 

 

 

 

오늘 복음은 지난 주 토요일에 묵상했던 ‘밀과 가라지의 비유’에 대해 예수님께서 설명하시는 부분입니다. 그 핵심 주제에 해당하는 내용은 후반부에 나오지요.

 

"가라지를 거두어 불에 태우듯이, 세상 종말에도 그렇게 될 것이다. 사람의 아들이 천사들을 보낼 터인데, 그들은 그의 나라에서 남을 죄짓게 하는 모든 자들과 불의를 저지르는 자들을 거두어, 불구덩이에 던져 버릴 것이다."(마태 13,40-42)

 

세상 종말의 때에 이루어질 엄중한 심판에 대해 언급하시는 이 말씀을 통해 세상의 주인이신 하느님 아버지께서 왜 밀과 가라지의 구분과 심판을 나중으로 미루셨는지가 분명히 드러납니다. 즉 하느님께서는 누가 ‘가라지’인지를 이미 분명하게 알고 계셨을 뿐만 아니라, 그 가라지를 어떻게 ‘처분’할지에 대한 명확한 계획을 또한 그 가라지를 당신 공정과 정의에 따라 심판하실 확실한 능력을 지니고 계셨던 것이지요. 그래서 종말의 때까지 둘 다 자라도록 내버려두라고 자신있게 말씀하실 수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특징적인 부분은 ‘가라지’에 해당하는 이들이 어떤 사람들인가 하는 점입니다. 우리는 ‘불의를 저지르는 자들’, 즉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는 죄를 지은 이들이 곧 가라지라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자기가 특별히 큰 죄를 짓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하느님께서 왜 가라지를 즉시 심판하시지 않느냐고, 왜 불의와 부정을 저지르는 악인들 때문에 선량한 의인들이 피해를 입고 상처를 받아 더 풍성한 열매를 맺지 못하는 상황을 그저 지켜만 보고 계시느냐고 불평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지요. 그런 분들은 오늘 복음을 읽으면서 뜨금하셨을 겁니다. 단지 스스로 불의를 저지르는 사람만 가라지인 것이 아니라, 알게 모르게 의도하든 그렇지 않았든 상관 없이 다른 이들을 죄 짓게 만드는 이들 모두가 다 가라지에 해당한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그 말씀을 듣고도 ‘나는 가라지가 아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남을 죄 짓게 만들지 않는 것은 나 자신이 죄를 짓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내가 죄를 짓지 않는 건 하느님의 말씀과 계명에 비추어 옳고 그름을 잘 식별하여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으면 되지만, 남을 죄 짓지 않게 하는 건 그 정도 노력갖고는 안되기 때문입니다. 옳고 그름이라는 좁은 기준에서 벗어나 내가 상대방을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하며 배려하고 사랑하고 있는지를 항상 돌아보며 늘 하느님 뜻에 깨어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그러니 ‘가라지만 안되면 된다’는 소극적인 마음에서 벗어나야겠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가라지가 아니면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게 아니라, 하느님 뜻을 충실히 따르는 생활로 그분께서 뿌리신 ‘좋은 씨’의 모습을 한결같이 유지하는 이들만이 들어갈 수 있음을 마음에 깊이 새겨야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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