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 세상 끝날 그날까지 오직 기다림으로 / 성 알퐁소 마리아 데 리구오리 주교 학자 기념일(마태 13,47-5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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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윤식 | 작성일2024-07-31 | 조회수53 | 추천수1 | 반대(0) 신고 |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세상 끝날 그날까지 오직 기다림으로 / 성 알퐁소 마리아 데 리구오리 주교 학자 기념일(마태 13,47-53)
물은 언제나 높은데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물은 어디엔가 갇혀 있지 않고 결국엔 종착지 바다로 모인다. 이렇게 물이 한없이 낮은 곳으로만 가는 모습을 보면서, 가끔은 그 어렵다는 겸손을 떠올려 본다. 바다는 세상의 모든 물이 모이는 곳이지만, 반면에 세상의 온갖 찌꺼기들이 물에 씻기어 정화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곳은 새로움으로 태어나 그 모든 것을 견디어 내는 힘이 생겨나 그 안에 스스로 생명력을 풍부하게 만들기도 한다. 예수님께서는 하늘 나라를 바다에 던진 그물이라나. 마치 밭에 밀과 가라지가 함께 자라듯이, 바다 속에도 온갖 생물이 자라고 주님의 그물에는 좋고 나쁜 물고기가 함께 건져진다. 그중에서 주님께서는 좋은 것들은 담고 나쁜 것들은 던져 버리시리라. 밭에서도 바다처럼 밀과 가라지가 늘 공존한다. 이왕 세상 마지막 그날에는 필연 구분하실 건데 미리 좀 선별하시면 좋으련만, 주님께서는 마지막 선택을 할 때까지 기다리시라나. 아마도 밭에서도 저 바다처럼 생명의 정화 작용이 있어, 모두가 말씀으로 충만하게 되어 건강하게 자라나기를 바라시는 것 같다.
예수님께서는 그물 비유를 들어 하늘 나라에 대하여 가르치셨다. 모든 그리스도인과 교회의 지체가 모두 좋은 이들은 아니다. 세상뿐만 아니라 교회 안에도 좋은 이, 악한 이들이 공존한다. 그러나 종말에 좋은 이들은 받아들이고 악한 이들은 가려내시는 하느님의 심판이 있을 게다. 예수님의 이 준엄한 경고를 받아들일 때 우리는 나태한 삶과 그릇된 확신에서 벗어나리라. 현세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하늘 나라도 신비일 수밖에. 그 나라는 겨자씨나 누룩처럼 우리에게 와 있지만, 큰 나무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이 세상이 천국이었으면! 여기에 악이 없고 모두가 천사 같은 이들만 있었으면!’한다면 기다려야 한다. 아직은 그 때가 아니기에. 그러나 분명 그 나라가 완성될 날이 다가오리라. 언제일지 몰라도 악이 없어지고 하늘 나라가 더 이상 신비로 감추어진 채 남아 있지 않고, 모든 이의 눈앞에 환히 드러날 그날이 올 게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건 우리가 가진 문제를 없애려하기보다는 건강한 것을 지키는 것일 게다. 사실 우리 몸에는 수많은 나쁜 바이러스들이 잠복해 있지만 단지 건강하기에 그것들이 발병을 못하는 거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수많은 결점들을 갖고 있어도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좋은 점을 살리면, 우리의 결점은 더 이상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종말에는 결판된다. 그래서 종말에 대한 그 기다림은 그리스도교 신앙에서 정말 간과될 수 없는 순간이다.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이라고 기도하고 ‘산 이와 죽은 이를 심판하러 오시리라 믿나이다.’라고 고백하는 우리는, 오랜 인내심으로 그 종말의 그때를 기다리는 신앙인임을 간절히 드러낸다. 그러니 마지막 날인 그날 그 시각, 다가올 그 종말을 정말 두려워하지는 말자. 그날은 우리가 기다리고 기다린 하늘 나라의 완성이고, 구름에 감춰진 하느님의 그 신비의 드러남일 테니까.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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