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 다니엘 예언서의 말씀 7,9-10.13-14
9 내가 보고 있는데 마침내 옥좌들이 놓이고 연로하신 분께서 자리에 앉으셨다.
그분의 옷은 눈처럼 희고 머리카락은 깨끗한 양털 같았다.
그분의 옥좌는 불꽃 같고 옥좌의 바퀴들은 타오르는 불 같았다.
10 불길이 강물처럼 뿜어 나왔다.
그분 앞에서 터져 나왔다.
그분을 시중드는 이가 백만이요 그분을 모시고 선 이가 억만이었다.
법정이 열리고 책들이 펴졌다.
13 내가 이렇게 밤의 환시 속에서 앞을 보고 있는데 사람의 아들 같은 이가 하늘의 구름을 타고 나타나 연로하신 분께 가자 그분 앞으로 인도되었다.
14 그에게 통치권과 영광과 나라가 주어져 모든 민족들과 나라들, 언어가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를 섬기게 되었다.
그의 통치는 영원한 통치로서 사라지지 않고 그의 나라는 멸망하지 않는다.
복음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 9,2-10
그 무렵
2 예수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만 따로 데리고 높은 산에 오르셨다.
그리고 그들 앞에서 모습이 변하셨다.
3 그분의 옷은 이 세상 어떤 마전장이도 그토록 하얗게 할 수 없을 만큼 새하얗게 빛났다.
4 그때에 엘리야가 모세와 함께 그들 앞에 나타나 예수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5 그러자 베드로가 나서서 예수님께 말하였다.
“스승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초막 셋을 지어 하나는 스승님께, 하나는 모세께, 또 하나는 엘리야께 드리겠습니다.”
6 사실 베드로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던 것이다.
제자들이 모두 겁에 질려 있었기 때문이다.
7 그때에 구름이 일어 그들을 덮더니 그 구름 속에서,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하는 소리가 났다.
8 그 순간 그들이 둘러보자 더 이상 아무도 보이지 않고 예수님만 그들 곁에 계셨다.
9 그들이 산에서 내려올 때에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사람의 아들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날 때까지, 지금 본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분부하셨다.
10 그들은 이 말씀을 지켰다.
그러나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난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를 저희끼리 서로 물어보았다.
<자신이 변모되기를 바란다면>
오늘은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입니다.
그동안 감추어져 있던 하느님이신 예수님의 모습이 드러났습니다.
곧 하느님의 현현입니다.
비로소 제자들은 예수님의 영광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이 축일을 동방교회에서는 '빛의 축제일'이라고 부릅니다.
이 축일의 의미를 본기도에서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율법과 예언서의 증언으로 신앙의 신비를 밝혀주시고,
저희가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아드님의 목소리를 듣고 그분과 함께 공동상속자가 되게 하소서.”
그렇습니다.
우리는 궁극적으로는 그분의 목소리를 듣고 그분과 함께 공동상속자가 됩니다.
그러니 오늘 우리도 제자들과 함께 변화의 힘을 입습니다.
그 힘을 입고 우리도 변화될 것입니다.
마치 '모세가 산에 오르자 구름이 산을 덮고, 주님의 영광이 시나이 산에 자리 잡고'(탈출 24,15-16) 모세를 영광된 모습으로 변화시켰듯이 말입니다.
마치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마리아를 덮었'(루카 1,35)듯이 말입니다.
그렇게 변화를 이루시는 거룩한 영께서 오늘 우리를 그 빛나는 구름으로 덮어주십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미 하느님의 힘에 덮인 이들입니다.
이미 빛나는 믿음의 구름에 덮인 이들입니다.
아버지의 크신 자비의 구름에 덮인 이들입니다.
이토록 아버지께서는 변화의 힘을 주시고, 그 영광된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는 길을 가르쳐주십니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마르 9, 7)
이는 당신 아들의 신원을 밝혀주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곧 우리가 어떻게 살 때 변화를 입을지를 알려줍니다.
그것은 '그분의 말씀을 듣고', 말씀을 따라 사는 일이며, 그렇게 살 때 변화를 입을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이는 지금 우리가 어디에 있어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를 가르쳐줍니다.
곧 지금 우리가 있어야 할 곳은 ‘말씀 아래에 머무는 일’이요, 들려오는 말씀이 성취되도록 ‘말씀의 권능을 수락하는 일’이요, ‘말씀을 실행하는 일’입니다.
곧 자신을 하느님께서 머무시는 초막집으로 내어드리는 일입니다.
자신을 말씀이 이루어져야 할 공간이요 장소로 내어드리는 일입니다.
그러면, 사도 바오로가 말한 것처럼, ‘이 건물(초막)은 주님 안에서 거룩한 성전으로 자라나고,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의 거처로 함께 지어지게 될 것’(에페 21-22 참조)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더욱더 영광스럽게 그분의 모습으로 바뀌어 갈 것입니다.' (2코린 3,18 참조)
그렇습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중요한 것은 그분의 ‘말씀을 듣는 일’입니다.
자신이 변모되기를 바란다면, 먼저 그분의 말씀을 ‘듣고’ ‘믿고’ ‘순명’(실행)해야 할 일입니다.
아멘.
<오늘의 말·샘 기도>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마르 9,7)
주님!
말씀의 권능으로 저를 덮으소서.
구름 속에서 울려오는 당신 음성으로 저를 덮치소서.
제 자신이 말씀이 이루어지는 공간이요 장소가 되게 하소서.
저의 비천한 몸을 영광스런 모습으로 변화시키소서.
아멘.
- 양주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