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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18주간 목요일, 성 도미니코 사제 기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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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08-08 조회수52 추천수5 반대(1) 신고

[연중 제18주간 목요일, 성 도미니코 사제 기념] 마태 16,13-23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

 

 

 

 

예루살렘에 올라가기 전, 본격적인 ‘십자가의 길’을 시작하기 전의 마지막 관문이라 할 수 있는 필리피 지방에 다다르시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물으십니다. “사람의 아들을 누구라고들 하느냐?” 당신의 신원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으셨던 겁니다. 예수님을 잘 모르는 군중들은 세례자 요한, 엘리야, 예레미야 같은 위대한 예언자의 모습에 비추어 그분을 바라보았지만, 그건 예수님의 진정한 신원이 아니었지요. 그래서 당신과 동고동락하는 제자로서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다시 물으셨고 이에 ‘수제자’인 베드로가 나서서 대답합니다.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 주님께서 원하시던 ‘모범답안’입니다. 이제까지 제자들과 함께 보내신 시간이 무의미하진 않았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좀 놓이셨을 것도 같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제까지 제자들에게 꽁꽁 감춰두셨던 ‘고통의 신비’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하십니다. 당신은 적대자들로부터 고난을 받고 죽임을 당할 거라고 하십니다. 그런 무기력한 모습과 절망적인 상황 때문에 마음 속에 걱정과 혼란이 생기겠지만 죽음으로 끝이 아니라고 하십니다. 당신은 돌아가신지 사흗 날에 죽음을 완전히 이기고 새로운 존재로 되살아나실테니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라고 하십니다. 고통이 그저 고통으로 끝나면 절망이 되지만, 고통이 희망으로 죽음이 부활로 승화되면 ‘신비’가 되니 그것을 믿고 받아들이라고 하십니다. 하지만 수난과 죽음이라는 단어에만 꽂혀 심각해진 제자들은 그러지 못합니다. 수제자인 베드로를 앞세워 그러시면 안된다고, 당신이 그렇게 죽어버리시면 남은 우리는 어떻게 하느냐고 원망하며 따지듯 묻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으로부터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는 불호령을 듣게 됩니다. 사탄은 하느님 앞을 가로막으며 그분 일을 방해하는 존재입니다. 예수님을 믿는 제자라고 해도 그분 앞을 가로막고 서서 하느님께서 그분을 통해 하시려는 일을 방해한다면 사탄과 다를 바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당신 눈 앞에서 썩 꺼져 버리라는 뜻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제자’로서 있어야 할 자리에 있으라는 것입니다. 즉 예수님의 뒤로 물러나서 묵묵히 그분을 따르라는 것입니다.

 

우리도 신앙생활을 하다보면 자주 베드로처럼 ‘영적 추락 체험’을 하게 됩니다. 인간이란 참으로 부족하고 약한 존재여서, 자주 생각이 바뀌고 갈대처럼 흔들리는 우유부단한 존재여서 그렇습니다. 어제만 해도 당당한 신앙고백으로 믿음 위에 굳건히 서 있었는데, 오늘은 작은 유혹 하나 이기지 못하고 속절없이 무너지는 내 모습을 볼 때 그렇습니다. 어제만 해도 뜨거운 신앙 체험을 통해 마치 구름 위를 걷는 거룩한 존재가 된 것만 같았는데, 오늘은 하는 짓이 마귀나 다름 없이 비열하고 간사한 나를 발견하게 될 때 그렇습니다. 그렇게 되는 이유는 내 마음 안에 하느님이 계시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가 하는 일에 하느님의 뜻과 계획은 온데간데 없고 내 생각 내 계획 내 욕심만 남았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에서 하느님과 그분 뜻을 이루기 위한 열망이 사라지고 그저 삼시세끼 먹고 즐기는 일에만 신경쓰다보니 나도 모르는 새 사탄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지요. 그러나 그런 우리라도 희망은 남아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베드로의 실패 체험 덕분입니다. 하루에도 널을 뛰듯 천국에서 지옥을 오갈 정도로 부족하고 약했던 그가 주님의 사랑 덕분에 용감하고 씩씩한 사도로 변화되었으니, 우리도 주님을 믿고 따르는 ‘제자의 기본’에 충실한다면 얼마든지 하느님 보시기 좋은 모습으로 변화될 수 있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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