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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18주간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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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08-09 조회수62 추천수4 반대(1) 신고

[연중 제18주간 금요일] 마태 16,24-28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사람들은 주님을 믿고 따르면 자기 삶에 ‘꽃길’이 펼쳐질거라고 생각합니다. 주님께서 내 뒤를 든든히 지켜주시기에 좋은 일은 더 많이 생기고, 안좋은 일은 피해가리라고 기대하는 겁니다. 하지만 주님의 뒤를 따라 걷는 신앙생활에는 고통이나 시련 없이 행복만 있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시련 중에도 함께 걸으시는 주님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내 곁에서 나와 함께 묵묵히 고통을 견디어 내시는 주님의 존재에서 위로와 힘을 얻는 것입니다. 우리 죄를 용서하시기 위해 묵묵히 십자가를 짊어지신 주님을 따라, 나도 내 십자가를 지고 한 발 한 발 내딛는 것입니다. 힘들고 지쳐 넘어지고 무릎이 깨져도 뺨에 흐르는 눈물을 훔쳐내고 다시금 일어서는 것입니다. 그 길의 끝에 하느님 나라가 있다는 주님 말씀을 믿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우리에게 어떻게 해야 그 길을 끝까지 잘 걸어갈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알려주십니다.

 

첫째, 자신을 버려야 합니다. 자신을 버린다는건 고통 앞에 절망하여 자포자기하는게 아닙니다. 자기 생각, 가치관, 고집, 바람 등을 접고 주님께서 원하시는대로 따르는 것입니다. 인간은 자기 중심적이기에 하느님의 말씀도 내 입맛대로, 내 생각대로 끼워맞추고 합리화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경향을 거스르는 것입니다. 철저하게 하느님께 나를 맞추고, 그분 뜻에 비추어 내 모습과 삶을 돌아보며, 그분께서 베풀어주시는 은총과 축복을 가득히 받기 위해 내가 가진 작은 것들을 기꺼이 포기하는 것입니다.

 

둘째, 십자가를 ‘제 것’으로 여겨야 합니다. 남의 십자가도 아니고 주님의 십자가도 아닙니다. 철저히 나에게 속한 ‘나의 십자가’입니다. 그렇기에 괴롭다고 피할 수도 없고 힘들다고 내려놓을 수도 없습니다. 대신 좀 져달라고 남에게 맡길 수도 없습니다. 타고난 부족함과 약함, 지닌 능력과 힘이 다르기에 우리 각자가 지고가는 십자가는 크기도 모양도 무게도 서로 다릅니다. 그러니 남의 십자가를 내가 질 수도 없고 나의 십자가를 남이 질 수도 없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십자가를 왜 져야 하느냐고 불평 불만을 늘어놓아봐야 아무 의미도 소용도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베풀어주신 은총과 복을 ‘내 것’처럼 당연하게 누리듯, 그분께서 주시는 십자가도 내 것처럼 당연히 짊어져야 그나마 힘이 덜 들기 때문입니다.

 

셋째, 그 십자가를 져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지다’라고 번역된 그리스어 동사는 어머니가 아기를 가슴에 끌어안듯, ‘가장 소중한 것을 가슴에 품다’라는 뜻입니다. 즉 십자가는 마지못해, 억지로 떠맡는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사랑으로 품어 안아야 하는 겁니다. 그 안에 담긴 하느님의 뜻을, 그분 사랑을 느끼고 깨달을 때 그럴 수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가 평생동안 자신을 괴롭힌 육체적 고통을 하느님께서 자신을 교만하지 않고 겸손하게 만드시기 위해 주신 ‘가시’로 여기며 기꺼이 끌어안은 것처럼, 나도 내 십자가에 담긴 하느님 뜻을 생각하며 기꺼이 끌어안을 때 그 안에 담긴 하느님의 뜻과 의도가 내 삶에서 실현되는 것이지요. 그럴 때 비로소 십자가는 나를 괴롭히고 벌주는 회초리가 아니라, 나를 구원으로 하느님 나라로 건너가게 하는 다리가 됩니다. 주님은 다른 그 무엇도 아닌 십자가로 나를 구원하십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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