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19주간 화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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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재형 | 작성일2024-08-12 | 조회수186 | 추천수4 | 반대(0) |
제가 태어난 곳은 전라북도 완주군 구이면 안덕리입니다. 앞에는 안덕 저수지가 있고, 뒤에는 높은 산이 있습니다. 집 앞에는 채석장이 있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돌을 캐는 일은 없다고 합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모신 선산이 있고, 집안의 장손이 있어서 부모님을 모시고 가끔 다녀왔습니다. 말 그대로 해님만, 달님만 알아준다면 만족한다는 두메 꽃처럼 깊은 산골입니다. 그런데 어느날부터인가 아랫마을에 쉼터가 생겼습니다.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이라 아픈 사람들이 요양차 내려왔습니다. 입소문이 나서인지 외지에서 건강 회복을 위해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합니다. 예전에 도시는 정주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었습니다. 교통이 발달하고, 도시화 되면서 도시의 형태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사망하는 사람이 출생하는 사람보다 적어지면서 도시의 기능과 모습도 변하고 있습니다. 이제 도시는 상주인구를 기준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외지에서 찾아오는 사람들과 잠시 머무는 사람들을 기준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합니다. 강남이 개발되면서 사람들이 강남으로 몰렸는데, 요즘은 강북으로 사람들이 몰린다고 합니다. 강북만이 가지고 있는 정과 문화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강북에는 고궁이 있고, 한옥이 있고, 오래된 문화가 있습니다. 거기에 젊은이들의 취향과 입맛을 끄는 콘텐츠가 함께 어우러지면서 인적이 드문 마을들에 사람들의 생기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명동에서 8년을 살았기에 강북의 맛과 멋이 있는 곳을 찾곤 했습니다. 명동에서 나오면 바로 남산 한옥마을과 남산길이 있습니다. 을지로로 내려오면 도심 속의 쉼터인 청계천 물길이 있습니다. 종로로 나가면 광장시장이 있고, 혜화동으로 나가면 대학로와 낙산이 있습니다. 홍대, 연남동, 경의선 길, 성수동, 이태원에도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런 모습은 비단 서울에 한정된 게 아닙니다. 전주에는 한옥마을이 있고, 여수에는 벽화 거리가 있고, 남해에는 독일마을이 있습니다. 순천에는 습지가 있습니다. 양양에는 서핑 해변이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늙음과 낡음은 다릅니다. 비록 오래되었을지라도 멋지게 늙어가면, 새로운 콘텐츠가 접목된다면 사람들은 그곳을 찾기 마련입니다. 미주 지역에는 140여 개의 한인 성당이 있습니다. 이민과 유학생들이 많았을 때는 한인 성당이 늘어났고, 공동체도 활기가 넘쳤습니다. 몇 가지 이유로 한인 공동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첫째는 공동체 인원의 감소입니다. 고령화되면서 고인이 되는 분들이 늘어납니다. 젊은이들은 미국성당으로 가거나, 성당에 나오지 않으려고 합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민과 유학생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둘째는 한국에서 파견된 사제와 공동체의 갈등입니다. 사소한 이유도 있지만, 본당의 신축과 이동이 관련된 갈등도 있습니다. 사제의 독선과 권위주의가 더해지면 갈등의 폭도 커지기 마련입니다. 한국과는 다른 사목 환경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있어야 합니다. 오늘 복음은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제자들이 예수님께 이렇게 묻습니다. “하늘나라에서는 누가 가장 큰 사람입니까?”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회개하여 어린이처럼 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 누구든지 이 어린이처럼 자신을 낮추는 이가 하늘나라에서 가장 큰 사람이다. 너희는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업신여기지 않도록 주의하여라.” 그렇습니다. 먼저 회개하는 것입니다. 회개는 이제 나의 뜻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것입니다. 회개는 자신을 낮추는 겸손에서 시작됩니다. 회개는 어려운 이웃에게 손을 내밀면서 시작됩니다. “그가 양을 찾게 되면,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하는데, 길을 잃지 않은 아흔아홉 마리보다 그 한 마리를 두고 더 기뻐한다. 이와 같이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잃어버리는 것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뜻이 아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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