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19주간 토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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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4-08-17 | 조회수67 | 추천수5 | 반대(0) 신고 |
[연중 제19주간 토요일] 마태 19,13-15 “하늘 나라는 이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
주일학교 미사에서는 어른들의 영성체가 끝난 다음 아직 첫영성체를 하지 않아서 예수님의 몸을 모실 수 없는 꼬꼬마 친구들이 제대 앞에 길게 한 줄로 섭니다. 사제의 안수를 받기 위해서지요. 선생님이 나가라고 떠미니까 영문도 모르고 나오는 아이, 자기 형아가 나가니까 따라 나오는 아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부모님 손에 이끌려 마지못해 끌려나온 아이 등 나오는 모습은 다양하지만 안수를 받는 그 순간만큼은 차분하고 조용해집니다. 자기가 받는 ‘안수’라는게 뭔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그게 자신에게 좋은 거라는거 정도는 그들도 알기 때문입니다. 또한 자기가 사랑하는 부모가, 신뢰하는 선생님이 그렇게 하라고 이끌었기에 기꺼이 따라주는 겁니다. 하기 싫은 건 죽어도 안하려고 드는 어른과는 달리, 자기가 믿고 사랑하는 이의 말에는 기꺼이 순명하는 것이 어린의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어른들 손에 이끌려 예수님 앞으로 나아간 어린 아이들도 비슷한 상황이었을 겁니다. 예수님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부모님 손에 이끌려 무섭게 생긴 아저씨들이 잔뜩 서 있는 곳 한가운데로 나왔으니 얼마나 놀라고 당황스러웠을지 상상이 갑니다. 게다가 그 무섭게 생긴 아저씨들이 자기를 데리고 나온 부모님께 언성을 높이며 혼을 내기까지 하니 아이들이 느꼈을 공포감은 더 커졌겠지요. 그러자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제지하시고는 따뜻한 음성과 부드러운 손길로 아이들을 달래주십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그런 예수님의 손길을, 그분께서 당신 손을 통해 전해주시는 은총과 사랑을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고 제자들은 자신들도 한 때 ‘어린이’였음을 망각했나봅니다. 나이가 어려서 덩치가 작아야만 어린이가 아니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어린이란 순수한 사랑으로 당신만 바라보고 철저하게 믿으며 따르는 영적 존재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합니다. 제자들도 예수님을 처음 만났을 때, 그분의 능력과 카리스마에 압도되어 ‘나를 따르라’는 부르심에 응답해 모든 걸 버리고 그분을 따라나섰던 그 때에는 아무 계산 없이 예수님 한 분만 바라보는 ‘어린이’였을 겁니다. 예수님과 함께 있는 것 만으로도 큰 기쁨과 행복을 누렸겠지요. 그런데 예수님 곁에 있으면서 사람들에게 존경도 받고 대접도 받으며 그 안에서 나름 자기 ‘자리’도 생기다보니 자기도 모르는 새 그만 우쭐해져 버렸습니다. 순수하게 예수님만 바라보고 따르던 ‘어린이’의 모습을 잃고 예수님을 이용해 다른 것을 얻으려 드는 ‘어른’이 되어버린 것이지요. 어른인 그들의 눈에 어린이는 그저 ‘큰 일’을 하시는 예수님을 귀찮게 만드는 하찮은 존재였고, 예수님 같은 중요한 분이 그런 별 볼 일 없는 데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도록 자기가 ‘질서’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을 꾸짖으며 분위기를 삭막하게 만든 겁니다.
그런 제자들에게 예수님은 그들이 하찮게 여기는 그 어린이야말로 하늘나라의 주인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영적으로 어린이와 같은 상태를 유지하는 사람만이 하늘나라에 들어가 참된 기쁨과 행복을 누릴 자격을 갖춘 사람이라고 알려 주십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어린이처럼 당신 가까이 다가가기를 바라십니다. 이것 저것 재고 따지며 계산하지 않고, 예수님과 세상 중에 어느 쪽을 선택하는게 더 이득인지 저울질 하지 않고, 그냥 예수님이 좋아서 그분께 다가가고 예수님이 좋아서 그분 뜻을 따르기를 바라십니다. 세상이 주는 물질적 이익이나 세속적인 쾌락이 없어도 예수님만 있으면, 그분과 함께 하는 기쁨만 있으면 충분한 그런 사람이 되기를 바라십니다. 지금 나는 어떤 사람입니까? 예수님만으로는 성에 안차는 어른입니까? 아니면 예수님만으로 충분한 어린이입니까?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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