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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21주간 화요일, 성녀 모니카 기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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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08-27 조회수85 추천수4 반대(0) 신고

[연중 제21주간 화요일, 성녀 모니카 기념] 마태 23,23-26 "먼저 잔 속을 깨끗이 하여라. 그러면 겉도 깨끗해질 것이다."

 

 

 

 

 작업대에 앉아서 고개를 뒤로 젖힌 힘든 자세로 천장 구석구석에 그림을 그리고 있던 미켈란젤로에게 한 친구가 물었습니다. 

 

 “어차피 잘 보이지도 않는 구석까지 그렇게 정성을 들여 그릴 필요가 있나? 그렇게 완벽하게 그려 봤자 누가 알아주겠나?”

 

 그러자 미켈란젤로가 태연하게 대답했습니다. 

 

 “내가 안다네.”

 

 살다보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상황을 대충 넘기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어차피 잘 보이지도 않고 사람들이 잘 신경쓰지 않는 일을 할 때면, ‘이 정도면 충분하다’라는 생각이 들고 귀찮아져서 대충 처리하고 넘겨버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지요. 그러나 대부분의 대형사고들은 이처럼 겉만 번지르르하게 가꾸고 속은 신경쓰지 않는 ‘부실공사’로 인해 생긴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미켈란젤로가 그 넓은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에 그림을 그리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구석에까지 최선을 다해 그림을 그린 이유도 자신이 그린 그림이 멀리서볼 땐 그럴듯한데 가까이에서 보면 허점투성이인 졸작이 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자기 자신을 속이는 행동들을 참 많이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피곤하다는 이유로, 남들도 다 그렇게 한다는 이유로, 열심히 해봐야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갖은 핑계와 이유를 들어가면서 정작 깨끗하게 보존해야 할 ‘잔 속’을 더럽히는 행동을 정당화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이러한 모습들이 당시 율법학자나 바리사이들이 하는 위선자의 행동이라고 말씀하시면서, 당신을 따르는 그리스도교 신앙인은 그런 위선자의 길을 따라서는 안 된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우리의 마음 속을 깨끗이 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즉 스스로에게 떳떳한 사람이 되는 것, 그리고 ‘양심’이라는 마음의 소리로 나를 이끌어주시며 언제나 나를 지켜보고 계시는 하느님 앞에서 떳떳한 모습으로 살아가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먼저 잔속을 깨끗이 하여라. 그러면 겉도 깨끗해질 것이다.”

 

 나는 속과 겉중에 어디를 더 깨끗이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까? 남의 시선을 먼저 신경쓰는 사람들은 겉만을 깨끗하게 하려고 할 것이고, 자기 자신에게 떳떳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속을 더 깨끗이 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후자의 사람들은 일에 있어서는 사람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는 감동을 줄 수 있습니다. 우리가 미켈란젤로를 사랑하는 것은 그가 천부적인 재능을 지니고 있어서만이 아닙니다. 자기 자신에게 떳떳하고자 최선을 다하는 그의 노력과 진심을 사랑하는 것이지요. 이 미사에 함께 하시는 분들이 미켈란젤로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누가 보고 있지 않아도 하느님의 뜻대로 살아가고,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하느님의 사랑을 주변 사람들에게 실천하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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