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21주간 수요일, 성 아우구스티노 주교학자 기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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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 작성일2024-08-28 | 조회수56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연중 제21주간 수요일, 성 아우구스티노 주교학자 기념] 마태 23,27-32 "너희도 겉은 다른 사람들에게 의인으로 보이지만, 속은 위선과 불법으로 가득하다."
신학생 시절 계곡 근처에 위치한 수련원으로 여름캠프를 간 적이 있었습니다. 물놀이 시간이 되어 초등학생 아이들과 신나게 물장난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한 아이가 물었습니다. “학사님 물 속에 있는 저 돌멩이의 속은 말라있어요? 아니면 물에 젖어 있어요?” 그 아이의 질문을 듣고나자, 저 또한 돌멩이의 속이 어떤 모습일지 무척 궁금해졌습니다. “그건 나도 잘 모르겠는걸? 우리 저 돌멩이를 깨뜨려서 속이 어떤 모습일지 한 번 확인해볼까?” 그리고는 물 속에서 주먹만한 돌멩이를 하나 건져 내어 큰 바위를 향해 힘껏 던졌습니다. 그러자 그 돌멩이는 ‘퍽’ 소리를 내며 반으로 쪼개졌고, 가까이 가서 확인해보니 돌멩이의 속은 바짝 말라있었습니다. 그 돌멩이는 언제부터인지도 모를 오랜 시간동안 물 속에 잠겨 있었으면서도, 그 물을 한 방울도 자신의 몸 속에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돌멩이의 표면이 딱딱하면 바깥의 물질이 돌멩이 안으로 침투하지 못합니다. 반면에 돌멩이의 표면이 무르면 바깥의 물질이 쉽게 돌멩이 안으로 스며듭니다. 그것은 우리의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돌멩이가 계곡 물 속에 푹 잠겨있는 것처럼, 우리 모두는 하느님의 사랑 속에 푹 잠겨 있습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사랑 속에 잠겨 있는 것이 아무리 기쁘고 행복한 일이라고 하더라도, 우리의 마음이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져 있으면 그분의 사랑을 한 방울도 받아들이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가 꾸준한 회개와 자기 성찰로 우리의 마음을 살처럼 부드럽게 만들면,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이 하느님의 사랑을 듬뿍 받아들여 기쁨과 행복으로 충만해집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 강한 질책을 받는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이 바로 마음이 돌처럼 단단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이 613개나 되는 율법조항들 하나 하나를 글자 그대로 지키는데만 힘쓰는 사이, 그들의 마음은 돌처럼 단단하게 굳어져 버렸습니다. 그러다보니 하느님의 충만한 사랑에 잠겨 있으면서도 그분의 사랑을 마음 속에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마음 속에 하느님의 사랑이 없기에 그들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배려하기 보다는, 율법이라는 잣대를 가지고 사람들을 판단하고 평가하며 심판하려고만 들었습니다. 또한 율법 조항을 어기지만 않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살았기에, 율법에서 규정하고 금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는 부정과 불법을 거리낌없이 저질렀습니다. 언제나 자신들을 바라보고 계시는 하느님의 마음을, 자신들의 모든 잘못과 부족함을 다 보아서 알고 계시면서도 끝까지 자신들을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마음을 알지 못했기에 겉으로 드러나는 의로움에만 집착하게 되었고, 그러는 사이 그들의 마음은 점점 더 딱딱하게 굳어져서 더 이상 하느님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태가 된 것입니다. 우리는 그들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나의 잘못과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나를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마음 속에 푹 잠겨서 나 또한 그분께 받은 사랑을 다른 사람들에게 실천하며 살아야 하겠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의로움에 집착하여 경직된 마음으로 살 것이 아니라, 속에서부터 나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마음 속 깊이 받아들여서 살처럼 부드러운 마음을 간직한 채 살아야 하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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