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나해 연중 제22주일 <마음을 빼앗기는 법> 복음: 마르코 7,1-8.14-15.21-23
LORENZETTI, Pietro 작,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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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들은 예수님의 제자들이 손을 씻지 않고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고 예수님께 ‘당신의 제자들은 왜 조상들의 전통을 지키지 않느냐?’고 따집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사야서를 인용하여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지만 그 마음은 내게서 멀리 떠나 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결국 예수님은 외적인 행위로 거룩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알 바꿔야 거룩해질 수 있다고 하십니다. “사람 밖에서 몸 안으로 들어가 그를 더럽힐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것이 그를 더럽힌다.” 마음은 원하고 믿고 사랑하는 능력입니다. 인간은 원죄로 자기가 신이라 믿고 소유하고 먹고 이기는 데에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이 마음을 없애고 당신의 마음을 넣어주는 일이 구원입니다. “너희에게 새 마음을 주고 너희 안에 새 영을 넣어주겠다. 너희 몸에서 돌로 된 마음을 치우고, 살로 된 마음을 넣어주겠다.”(에제 36,26) 마음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사람이 바뀌지 않습니다. ‘전갈과 개구리’ 이야기에서도 개구리처럼 착해지고 싶었던 전갈이었지만, 정작 수영을 할 수 없는 자신을 보며 자기를 태워주는 개구리를 독침으로 찔러 개구리도 죽이고 자신도 죽습니다. 마음으로 자신이 전갈이라 믿고 있으면 아무리 개구리처럼 살려고 하더라도 전갈의 본성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믿는 대로 이뤄집니다. 바오로 사도도 “그대가 예수님은 주님이시라고 입으로 고백하고 하느님께서 예수님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일으키셨다고 마음으로 믿으면 구원을 받을 것입니다.”(로마 10,9)라고 말합니다. 예수님을 우리 구세주로 믿으면 마음이 고쳐집니다. 영화 ‘김 씨 표류기’(2009)는 어떻게 자기 마음이라는 감옥에서 탈출하게 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김 씨는 회사에서 잘리고 애인과도 헤어졌는데 빚 독촉도 심해지자 한강 다리에서 뛰어내립니다. 그런데 한강 밤섬에 표류합니다. 표류한 김에 적응하며 사는데 다른 사람 간섭을 안 받고 혼자 사는 삶이 즐겁습니다. 이것이 우리 모두의 마음입니다. 자기의 마음이라는 섬에서 자신이 왕입니다. 그리고 생존에 집중합니다. 김 씨는 짜파게티 봉지를 보고 그것을 만들어 먹고자 합니다. 그를 지켜보던 극도의 대인기피증으로 방 안에서만 살아가는 김정연이라는 여자가 김 씨를 사진기로 보고는 그 섬까지 짜장면을 시켜줍니다. 김 씨는 짜장면을 거부합니다. 그것을 받으면 간섭 받아야 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이 농사지어서 결국엔 짜파게티를 만들어 먹습니다. 그러나 그 짧은 행복이 무엇이겠습니까? 그는 허무함과 그 달콤함에 눈물을 흘립니다. 그러는 중에 여자 김 씨와 소통하며 조금씩 관계를 쌓아갑니다. 결국 섬에서 쫓겨나게 되었지만, 그는 만날 사람이 있습니다. 여자 김 씨도 집 밖으로 나와 남자 김 씨에게 달려옵니다. 이제 둘은 서로의 섬이 되어줍니다. 갈 곳이 생기자 이제 이전의 자기를 지배하던 섬, 곧 마음을 버리고 탈출에 성공하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이전의 마음을 빼앗겨야 합니다. 아기가 부모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것과 같습니다. 그 방법은 피를 받음으로써입니다. 부모는 자녀를 위해 살과 피를 내어줍니다. 자녀는 마음으로 미안함과 감사함을 느낍니다. 그래서 이제 자기 마음 안에서 살지 않고 부모의 마음으로 삽니다. 부모가 기뻐하는 일을 하려 하고 마음 아픈 일은 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아이는 부모의 세계로 성장하며 나아갑니다. 예수님은 저에게 “그래, 너 나에게 많이 주었니? 난 네게 다 주었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때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이제 내 이기적인 마음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을 하고자 노력합니다. 그렇게 사제가 되고 조금씩 하늘 나라에 살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성체성사로 예수님께 계속 마음을 빼앗깁시다. 그분의 마음으로 구원될 것입니다. 전래 동화 ‘선녀와 나무꾼’에서 선녀는 나무꾼에게 자기 옷을 빼앗겨 아기까지 낳습니다. 나무꾼은 옷을 숨긴 미안한 마음에 선녀에게 옷을 내어줍니다. 선녀도 아이 둘을 데리고 올라와 나무꾼에게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그래서 방법을 고안하여 나무꾼을 하늘로 불러 올립니다. 그리스도와 우리는 서로 마음을 빼앗기는 관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