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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을바람/이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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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김중애 쪽지 캡슐 작성일2024-09-03 조회수184 추천수1 반대(0) 신고

 

가을바람/이해인

숲과 바다를 흔들다가 이제는

내 안에 들어와 나를 깨우는 바람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를 키워놓고

햇빛과 손잡은 눈부신 바람이 있어

가을을 사네

바람이 싣고 오는 쓸쓸함으로

나를 길들이면 가까운 이들과의

눈물겨운 이별도 견뎌 낼 수 있으리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사랑과 기도의

아름다운 말

향기로운 모든 말

깊이 접어두고 침묵으로 침묵으로

나를 내려가게 하는 가을바람이여

하늘 길에 떠가는 한 조각구름처럼

아무 매인 곳 없이 내가 님을 뵈옵도록

끝까지 나를 밀어내는 바람이 있어

나는 홀로 가도 외롭지 않네.  

- 이해인 -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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