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22주간 화요일,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 학자 기념]
이전글 9월 3일 / 카톡 신부 |1|  
다음글 다음 글이 없습니다.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09-03 조회수53 추천수5 반대(0) 신고

[연중 제22주간 화요일,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 학자 기념] 루카 4,31-37 “그분의 말씀에 권위가 있었기 때문이다.“

 

 

 

 

권위란 상대방을 나의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힘’을 가리킵니다. 우리가 어떤 사람에게 그런 힘이 있음을 느낄 때 그에게 ‘권위가 있다’고 표현하지요. 그런데 권위라고 다 같은 게 아니라 그 안에도 ‘등급’이라는게 있습니다. 상대방의 어느 부분을 움직일 수 있는지, 그렇게 움직이기 위해 어떤 수단을 동원하는지에 따라, 그가 어떤 수준의 권위를 지니고 있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겁니다.

 

물리적인 힘을 사용하여 상대방이 내 뜻대로 움직이도록 억지로 강요하는 건 가장 낮은 단계입니다. 사실 그런건 ‘권위’라고 부를 수도 없고 ‘폭력’이라고 부르는 게 옳지요. 물리적인 폭력을 동원하여 강요하니 몸으로,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으로 따르는 척 하기는 하는데 내가 왜 저 사람의 요구를 따라야 하는지 그 이유를 납득하지 못하고 그의 처사가 부당하다고 여깁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의 힘이 나보다 약해지면 내가 당한만큼 갚아주고 말겠다는 복수심을 품게 되지요.

 

논리적인 설명으로 상대방을 설득하여 내 뜻대로 움직이게 만드는 건 중간 정도의 단계입니다. 이 단계의 권위를 지닌 사람은 폭력을 휘두르지 않고 법과 질서의 테두리 안에서 다른 사람을 이끄는 자신이 대단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내 말을 따르는 것은 내 권위를 인정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하는게 맞다고 그렇게 해야 자신에게도 이득이라고 스스로 생각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머리, 즉 이성과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라 마음, 즉 바람과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이기에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권위의 가장 높은 단계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내 뜻대로 움직이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수준의 권위를 지닌 사람은 상대방에게 직접적으로 요구를 하지 않습니다. 자기 마음에 담긴 진심과 희망에 따라 일단 먼저 최선을 다해 할 일을 하다보면, 그의 행동과 삶에 감화된 다른 이들이 알아서 따라가는 겁니다. 예수님께서 지니신 권위가 그러했습니다. 굳이 사람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요구하시지 않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주시고 먼저 배려해주시며 그들을 위해 먼저 움직이셨기에, 그 모습에 감화된 이들이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자발적으로 예수님을 따른 것입니다. ‘저분 말씀에는 권위와 힘이 있구나’라고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 말이지요.

 

그런데 그와 반대되는 모습을 보이는 이도 있었습니다. 예수님 말씀에 권위가 있음을 느끼면서도, 그 권위 때문에 그분을 내 삶 밖으로 밀어내는 경우입니다. 그분 말씀에 권위가 있음을 인정하면 그 말씀을 따라야 하는데, 그 말씀을 따르는 과정에서 내가 포기해야 할 세속적인 이익들이 아까워서, 내가 감당해야 할 신앙적 의무들이 버겁고 부담스러워서, 머리로는 예수님의 권위를 인정하면서도 삶으로는 그 권위에 따르지 않는 모습으로 사는 겁니다. ‘당신께서 저희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예수님을 내 삶 밖으로 밀어내고, 그분 뜻이 나의 선택과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눈과 귀를 막은 채, 예수님과는 아무런 상관 없는 사람처럼 내 뜻대로, 내 욕망대로 사는 겁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쫓아내신 더러운 영의 모습이지요. 그 더러운 영이 안식일에 회당 한가운데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버젓이 전례에 참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우리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거룩하고 엄숙한 모습으로 주일미사에 열심히 참여한다고 해서 참된 신앙인이 되는게 아닙니다. 성당 밖을 벗어나는 순간 예수님의 권위에서도 벗어나, 그분과 상관 없는 사람처럼 욕망과 고집에 휘둘려 살다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흉측한 ‘마귀’의 모습으로 변화될 수 있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