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22주간 목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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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재형 | 작성일2024-09-04 | 조회수250 | 추천수6 | 반대(0) |
예전에 선배들은 ‘판단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사제에게 필요한 덕목이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거룩하시니, 사제도 거룩함을 지향하며 성덕(聖德)을 쌓아야 합니다. 복음을 선포해야 하니 지덕(知德)을 쌓아야 합니다.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체덕(體德)을 쌓아야 합니다. 라틴어로 이 3가지 덕은 모두 S로 시작합니다. 그래서 선배들은 3S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덕목이 있는데 그것이 ‘판단력(判斷力)’입니다. 판단력은 ‘내비게이션’과 같습니다. 내비게이션은 우리가 원하는 목적지를 알려줍니다. 잘못된 길을 가면 다시 새로운 방향을 알려줍니다. 예전에 냉장고 광고 문구에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예전에 성탄 선물로 ‘목도리’를 하기로 했습니다. 총구역장님과 백화점엘 갔습니다. 저는 원하는 가격이 있으면 대충 사면 좋겠다고 여겼습니다. 총구역장님은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좀 더 좋은 목도리를 찾았습니다. 한 시간 정도 백화점을 돌아보았습니다. 그렇게 발품을 팔아서 구역장과 반장들에게 드릴 성탄 선물을 골랐습니다. 신학생 때의 기억입니다. 주일학교 교사들과 천마산으로 답사를 갔습니다. 우리는 물이 있는 곳에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저녁을 먹고 있는데 비가 조금씩 내렸습니다. 교사들의 의견이 둘로 나뉘었습니다. 하나는 비가 곧 그칠 것 같으니 그냥 물가에서 지내자는 의견이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비가 더 내리면 위험하니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자는 의견이었습니다. 교사들은 신학생인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모두 저의 결정을 따르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냥 있으면 편하기는 한데, 비가 많이 내리면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동하면 물을 구하기 어렵고, 짐을 다시 정리하는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자리를 옮겼는데 비가 오지 않으면 ‘왜 이동했느냐’고 할 것 같았습니다. 자리를 옮기지 않았는데 비가 많이 내리면 ‘왜 이동하지 않았느냐’고 할 것 같았습니다. 자리를 옮기자고 하였고, 다행히 모두 저의 이야기를 따라 주었습니다.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자리를 이동한 것에 대해서 모두 기쁘게 받아들였고, 다음 날, 답사를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본당 사제가 되면서 ‘판단력’이라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더 깊이 생각합니다. 저의 결정과 저의 판단이 최종 결정과 판단이 되는 때가 많습니다. 제 뒤에 수정하거나, 번복해 줄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어떤 것은 비교적 판단하기 쉽습니다. 차 축성, 가게 축성, 봉성체에 대한 부탁은 시간을 정해서 약속을 잡으면 됩니다. 선거 때가 되면 후보들이 찾아와서 홍보를 부탁하기도 합니다. 성당 안에서 홍보하기는 어렵다고 이야기합니다. 다만 성당 밖에서 명함을 돌리는 건 가능하다고 이야기합니다. 며칠 전입니다. 가정 미사를 해 줄 수 있는지 문자가 왔습니다. 작년에 남편이 하느님의 품으로 갔고, 1년이 되는 날이라고 합니다. 이야기를 충분히 들었고, 형제님을 위한 기일 미사를 봉헌했습니다. 형제님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는 교우들이 함께했습니다. 뉴욕에 사는 부모님이 함께했습니다. 뉴욕에서 온 부모님은 브루클린 교우들의 영상 인사를 스마트폰에 담아 왔습니다. 덕분에 반가운 얼굴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때도 있습니다. 성전 신축이나, 성전 이전과 같은 문제는 비용도 많이 소요되고, 공동체의 의견이 나뉘어 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는 판단의 기준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바오로도 아폴로도 케파도, 세상도 생명도 죽음도, 현재도 미래도 다 여러분의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그리스도의 것이고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판단의 기준은 하느님의 뜻입니다. 판단의 기준은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입니다. 판단의 기준은 내가 원하는 만큼 상대방에게 해 주는 것입니다. 오늘 갈릴래아의 어부들도 판단의 기준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 그물을 깊은 곳으로 치라고 하셨고, 어부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따랐습니다. 어부들은 많은 고기를 잡았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어부들에게 “두려워하지 말라, 이제부터 너희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어부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겟세마니 동산에서 이렇게 기도하셨습니다. “아버지 이 잔을 제게서 치워주십시오. 그러나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십시오.” 예수님의 판단 기준도 ‘아버지의 뜻’이었습니다. 9월은 순교자의 성월입니다. 순교자들은 모두 신앙의 눈으로 세상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천국에서 빛나는 별이 되었습니다. 우리들 또한 신앙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좋겠습니다. 그 신앙의 눈으로 순교자들이 걸어간 길을 따라가면 좋겠습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 그들은 배를 저어다 뭍에 대어 놓은 다음,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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