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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22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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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4-09-04 조회수62 추천수5 반대(0) 신고

[연중 제22주간 수요일] 루카 4,38-44 "날이 새자 예수님께서는 밖으로 나가시어 외딴곳으로 가셨다."

 

 

 

 

대부분의 전자 제품에는 ‘리셋’ 버튼이 있습니다. 시스템에 오류가 생겨 작동을 멈추거나, 오작동을 일으키거나 하는 문제가 생기면 그 버튼을 길게 꾹 눌러주지요. 그러면 그 전자 제품 내부가 그것을 처음 샀을 때의 상태로 되돌아갑니다. 그렇게 제품을 쓰는 과정에서 생긴 오류나 문제들을 해결하고 다시 온전한 상태로 계속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 리셋 버튼의 기능을 보고 있노라면, 가끔 우리 인생에도 그런 버튼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눈 앞에 닥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방법이 보이지 않을 때, 복잡하게 엉켜버린 오해와 갈등의 실타래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그것을 제대로 풀어낼 수 있긴 한지 몰라 막막하기만 할 때, 모든 상황을 ‘문제’가 일어나기 이전으로 강제로 되돌리고 싶은 겁니다. 그렇게 모든 것이 깔끔하게 정리된 상태로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땐 같은 실수나 잘못을 반복하지 않고 모든 걸 잘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지요.

 

그러나 우리 삶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습니다. 운좋게 상황을 ‘리셋’할 수 있다고 한 들 또 다시 같은 문제에 걸려 넘어질 수도 있고, 그 전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던 다른 것이 예기치 않게 골치를 썩일 수도 있는 겁니다. 그렇기에 중요한 건 물리적 리셋이 아니라 정신적, 영적 리셋입니다. 내 마음 상태를 하느님께서 원하시고 바라시는, 그분께서 나를 창조하셨을 때의 그 평화롭고 완전한 상태로 되돌릴 수만 있다면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문제들을 보다 원만하고 지혜롭게 풀어나갈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영혼의 리셋 버튼을 누를 수 있을까요? ‘기도’를 통해 가능합니다. 예수님께서도 그렇게 하셨습니다. 이른 아침 외딴 곳을 찾아가 기도하는 시간을 가지심으로써,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고 사람들을 하루 종일 치유하시느라 지친 몸과 마음을 리셋하셨습니다. 사람들의 칭찬과 감사를 듣는 사이 자기도 모르게 교만해진 마음을, 열심히 노력하여 본 궤도에 오른 ‘내 일’을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가고 싶은 욕심을, 편안하고 안정된 상태에서 쉽고 편한 삶을 살고 싶은 안일함을 리셋하셨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뜻으로, 그분께서 당신을 파견하실 때 먹었던 첫 마음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자기들을 떠나지 말아달라고 붙드는 군중들에게 얽매이지 않고 떠나야 할 ‘때’에 떠나실 수 있었습니다. 당신의 뜻과 욕심을 내세우지 않고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다른 고을에도 전해야 한다’는 당신 사명에 끝까지 충실하게 임하실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기도의 힘입니다. 기도란 내가 원하는 것을 하느님께 청하여 받아내기 위해 하는 게 아니라, 나의 뜻과 바람, 욕심과 집착들까지 온전히 하느님께 봉헌하고 내 안에 그분 뜻을 온전히 담기 위해 하는 것입니다. 인간인 나는 부족하고 약한 존재이기에, 내 욕심과 뜻만 따라가다보면 언젠가 심각한 ‘오작동’을 일으키게 됩니다. 그런데 나 자신은 내가 만든 게 아니기에 그 오작동은 스스로 고칠 수 없고 오직 하느님만이 바로잡아 주실 수 있지요. 그러니 매일 꾸준히 기도를 통해 하느님과 대화함으로써 그분께서 나의 지친 몸과 마음을 당신 은총으로 리셋하시도록, 나도 모르는 사이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내 삶의 방향을 바로잡으시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구원의 여정을 끝까지 잘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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