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이수철 신부님_성소(聖召)의 여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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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원석 | 작성일2024-09-05 | 조회수95 | 추천수5 | 반대(0) 신고 |
“우연(偶然)은 없다, 모두가 은총(恩寵)이다”
우연은 없습니다. 모두가 은총입니다. 모두가 성소의 여정 중에, 섭리 은총중에 살아갑니다. 이를 깨달아 아는 것이 지혜요 겸손입니다. 이런 깨달음에서 저절로 샘솟는 하느님 찬미와 감사입니다. 인간 무지와 허무에 대한 답도 이런 깨달음입니다. 성소의 여정입니다. 하루하루 날마다 살아있는 그날까지, 죽는 그날까지 성소의 여정, 부르심과 응답의 여정에 충실해야 합니다.
결코 삶을 포기해서는 안됩니다. 넘어지면 일어나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파스카의 삶이 답입니다. 넘어지는 것이 죄가 아니라 자포자기 절망으로 일어나지 않는 것이 큰죄입니다. 다음 옛 현자의 말씀이 성소의 여정에 도움이 됩니다.
“바르지 않은 길에서 멈출 줄 아는 사람이 헤매지 않고 길을 걸을 수 있다.”<다산> “만족할 줄 알면 욕됨이 없고, 멈출 줄 알면 위태롭지 않아서 오래 갈 수 있다.”
삶이 바쁘고 힘들 때, 멈춤 줄 아는 것도 참 중요한 삶의 지혜입니다. 오늘 복음이 영적 상징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주님의 고기잡이 기적과 어부들을 제자로 부르시는 과정중에서 많은 깨달음을 얻습니다. 주님께서 고기잡이 기적을 일으키시고 제자들을 부르시는 과정이 우연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모두가 하느님의 섭리 안에 이미 자리잡고 있음을 봅니다. 주님의 은총이 선행하고 있음을 봅니다. 예수님께서 어부 시몬의 배에 오르실 때 이미 예수님은 시몬을 점찍어 뒀음이 분명히 감지됩니다. 우리보다 언제나 한 발 앞서 가시는 주님입니다.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 오늘 지금 여기 내 삶의 자리가 삶의 의미와 기쁨을 잡아 끌어 올릴 깊은 데입니다. 시몬의 즉각적인 대답입니다. “스승님, 저희가 밤새도록 애써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밤새 노력했지만 허무와 무의미만 가득 길어 올렸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공허의 텅빈 가슴을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런지요! 코헬렛 고백처럼 평생을 살아도 헛되고 헛된 삶일 수 있습니다. 더불어 떠오르는 시편입니다.
“주께서 집을 아니 지어 주시면, 그 짓는 자들 수고가 헛되리로다. 주께서 도성을 아니 지켜주시면, 그 지키는 자들 파수가 헛되리로다. 이른 새벽 일어나 늦게 자리에 드는 것도, 수고의 빵을 먹는 것도 너희에게 헛되리니, 주님은 사랑하시는 자에게, 그 잘 때에 은혜를 베푸심이로다.”(시편127,1-2)
주님이 빠진 삶은 헛된 삶이요, 주님께서 사랑하시는 자에게 주시는 단잠의 은총임을 깨닫습니다. 무지와 허무에 대한 답도 주님뿐임을 깨닫습니다. 시몬은 겸손하고 지혜롭게도 순종을 택했고 그물이 찢어질 만큼 매우 많은 물고기를 잡았고 두 배에 가득 채우니 배가 가라앉을 지경이 됩니다. 놀라운 은총, 충만한 행복입니다. 시몬 베드로의 즉각적인 고백이 평생 묵상할 내용으로 참 깊은 의미를 지닙니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많은 사람입니다.”
주님 거울에 환히 드러난 죄로 얼룩진 내면을 본 시몬입니다. '스승'이자 '주님'인 예수님을 만난 것입니다. 주님을 만났을 때, 성인들의 공통적 반응이 죄인이라는 자각입니다. 아브라함(창18,27), 욥(42,6), 이사야(이6,5)의 체험도 이와 흡사합니다. 참으로 주님을 만날 때 죄로 얼룩진 참나의 얼굴을 보고 즉각적인 회개와 더불어 겸손한 마음에 참나의 얼굴을 회복합니다. 시몬뿐 아니라 모두가 놀랐고 주님의 위로와 격려가 뒤따릅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
그들은 배를 저어다 뭍에 대어 놓은 다음,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릅니다. 성소의 여정이라 했습니다. 부르심과 응답은 단번에 끝난 듯 하지만 평생 하루하루 날마다 계속됐을 것입니다. 사도 베드로와 쌍벽을 이루는 사도 바오로는 가톨릭교회의 양대 기둥입니다. 오늘 제1독서 코린토 전서 말씀은 주님을 만난 바오로의 고백입니다.
인간의 지혜가 어리석음이며 참으로 지혜롭기 위해서는 자기를 텅비운 어리석은 이가 되어야 한다는 체험적 고백에 공감합니다. 지혜롭다는 자들의 허황됨을 누구보다 잘 아시는 주님입니다. 대우(大愚)이자 동시에 대지(大智)의 역설적인 바오로 사도임을 깨닫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주님을 만난 깨달음의 절정을 나눠줍니다.
“아무도 인간을 두고 자랑해서는 안됩니다. 사실 모든 것이 여러분의 것입니다. 바오로도 아폴로도 케파도, 세상도 생명도 죽음도, 현재도 미래도 다 여러분의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그리스도의 것이고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것입니다.”
대우이자 대지의 사도 바오로는 우리 모두가 목표하는 영적 최고봉의 경지입니다. 이런 깨달음이 날로 주님을 닮아 우리 모두 성소의 여정중 참으로, 지혜롭고 겸손한 삶, 너그럽고 자비로운 삶, 자유롭고 부요하고 행복한 삶, 하느님으로 가득한 참 삶을 살게 합니다. 날마다의 거룩한 미사은총이 성소의 여정중인 우리 모두를 대우(大愚)의 사람이자 대지(大智)의 역설적 참사람이 되게 하십니다.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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