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연중 제11주간 목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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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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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5-06-19 | 조회수105 | 추천수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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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1주간 목요일] 마태 6,7-15 “너희 아버지께서는 너희가 청하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신다. 그러므로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여라.“
기도는 하느님과 나 사이에 이루어지는 영적인 대화입니다. 다시 말해 하느님 들으시라고 이야기하는 것이지 사람들 들으라고 하는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찬미도 감사도 청원도 다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기도 중에 하느님의 현존을 의식하지 못한 채, 그분 뜻을 생각하지 않고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면 온 마음으로 집중하여 정제된 언어로 조심스럽게 말하기보다, 욕망이 휘두르는대로, 입에서 나오는대로 장황하게 떠들게 되지요. 그래서 예수님은 하느님께 기도할 때 그런 쓸 데 없는 ‘빈말’을 되풀이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빈말이 많아질수록 떠드는 나도 힘들어지고, 내 기도를 들으시는 하느님도 힘들어질 뿐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다 아시고 꿰뚫어보시는 하느님은 내가 당신께 청하기도 전에 나에게 꼭 필요한 게 무엇인지 다 아시는데, 그래서 그것을 기왕이면 내쪽에서 진심으로 바랄 때 주시려고 기다리고 계시는데 그런 하느님 뜻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계속 헛다리만 짚다가 제풀에 지쳐 떨어져나가곤 하는 우리들입니다. 그러면서 ‘하느님이 내 기도를 안들어주신다’며 엉뚱하게도 하느님 탓을 하지요. 참으로 답답한 상황입니다.
그러니 하느님께 기도할 때에는 내가 원하는 것을 청할 게 아니라, 하느님께서 선의로 바라시는 것을 제대로 헤아려서 청해야 합니다. 내가 욕심에 휘둘려 가지고 싶어지는 것은 최대한 배제하고, 나의 구원을 위해, 그리고 참된 행복을 위해 진정으로 필요하고 정말 중요한 것을 지혜롭게 식별해야 합니다. 또한 내가 하느님을 위해 기도해드린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학생들이 공부를 하는 것은 부모님 좋은 일 시켜드리기 위해서, 그분들께 영광을 드리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자기가 삶을 보다 의미있고 보람있게 살기 위한 참된 지식을 배우고 지혜를 깨우치기 위함이지요. 기도도 그렇습니다. 내가 드리는 기도가 ‘청원’이 아니라 ‘찬미’라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드리는 찬미가 아버지께는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으나 내가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분 뜻을 기꺼이 기쁘게 실천함으로써 구원받는데에 도움이 되기에 바치는 겁니다. 그러니 기도를 바친다고 하느님께 대가를 요구할 수 없지요.
그래서 예수님은 우리가 하느님께 기도를 드릴 때에, 그분의 영광이 거룩히 드러나기를, 우리가 그리고 우리를 통해 다른 사람들이 하느님의 뜻을 따르고 그분 계명을 실천함으로써, 이 세상이 ‘아버지의 나라’ 즉 하느님의 선하신 뜻이 온전히 실현된 완전한 세상으로 변화되게 해달라고 청하라 하십니다. 한편 인간적인 청을 할 때에도 ‘나’라는 개인이 아니라 ‘저희’라는 공동체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라고 하십니다. 또한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것은 사는데 꼭 필요한만큼만 청하고, 그 외에는 우리가 구원받는데에 필요한 것들 즉 잘못의 용서, 유혹을 이겨낼 힘과 의지, 악으로부터의 구원을 청하라고 하십니다. 그것들이 우리에게 꼭 필요하고 중요한 것들이며, 하느님께서는 바로 그런 것들을 우리 편에서 먼저 바라고 당신께 청하기를, 그래서 당신께서 그것들을 주실 때에 우리가 하나도 놓치지 않고 잘 받아 누리기를 바라시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기도를 그렇게 바치기 위해서 중요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나를 사랑하신다는 굳건한 믿음으로 바치는 것입니다. 그런 믿음 없이 기도하면 그냥 떼쓰는 일이 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즉 내가 원하는대로 되지 않으면 하느님께 실망하여 그분 말씀을 더 이상 듣지 않으려고 고집을 부리게 되는 겁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나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믿으면 기도의 과정과 결과 모두를 하느님께 맡겨드릴 수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대로 되지 않더라도 그 또한 나를 위한 하느님의 사랑이자, 놀라운 섭리라고 받아들이며 기뻐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면 기도 자체가 항상 설레고 기쁜 일이 됩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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