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보이는 것 속에 담긴 보이지 않는 것(부활 3주 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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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상지종 | 작성일2000-05-08 | 조회수2,452 | 추천수9 | 반대(0) 신고 |
2000, 5, 8 부활 제3주간 월요일 복음 묵상
요한 6,22-29 (생명의 빵)
정말 잘 들어 두어라. 너희가 지금 나를 찾아온 것은 내 기적의 뜻을 깨달았기 때문이 아니라 빵을 배불리 먹었기 때문이다.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영원히 살게 하며 없어지지 않을 양식을 얻도록 힘써라. 이 양식은 사람의 아들이 너희에게 주려는 것이다.
<묵상>
오늘은 어버이날입니다. 모두들 오늘 부모님께 특별한 사랑과 감사를 표현하셨는지요?
저는 지난 어린이날에 집에 다녀왔습니다. 자주 찾아뵙기는 커녕 전화 연락도 거의 드리지 못해서 부모님께 항상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이런 저를 부모님께서는 오히려 사제로서 충실히 살아가기 위해서는 집안 일이나 가족들에 대한 신경을 아예 끊으시라고 기회 있을 때마다 당부하십니다.
이번에 집에 갔을 때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마땅히 선물할 것을 찾지 못하여 용돈에 보태시라고 얼마를 어머니께 드리고 왔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버지께서 전화를 하셔서 말씀하시더군요. 왜 그런 부질없는 일을 했느냐고, 이제 세속의 관계는 끊고 주님의 일에만 전념해야 할 사제가 집안 걱정을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입니다. 저의 작은 정성조차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사제 생활에 걸림돌이 되는 것처럼 비췄나 봅니다.
그러나 저는 부모님의 이러한 말씀과 모습에서 오히려 당신들이 느끼실 가슴 쓰라림과 아들에 대한 한없는 사랑을 봅니다. 사랑하는 아들이 자신이 걷는 길에서 흐뜨러지지 않도록, 오히려 당신들께서 아들로부터 한걸음 물러나시는 것, 바로 이것이 사제를 아들로 둔 부모님의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렇게 하심으로써 부모님께서 주님으로부터 받은 사랑에 응답하시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제가 지금까지 자라오면서 모든 것을 부모님께로부터 받았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먹을 것, 입을 것, 잠자고 쉴 곳 등 말이지요. 그러나 이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물질적인 것들은 자식에 대한 부모님의 사랑의 표현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하느님의 도구가 되어 저에게 생명을 주시고 끊임없는 사랑으로 길러주신 부모님을 단지 물질적인 도움을 주신 분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살아오면서 이 사랑을 보지 못하고, 사랑의 표현에 불과한 것들에 집착했던 순간이 있었음을 부끄럽게 떠올려 봅니다. 그리고 오늘의 복음 말씀을 다시 읽어 봅니다.
"너희가 지금 나를 찾아온 것은 내 기적의 뜻을 깨달았기 때문이 아니라 빵을 배물리 먹었기 때문이다. 썩어 없어질 양식을 얻으려고 힘쓰지 말고 영원히 살게 하며 없어지지 않을 양식을 얻도록 힘써라."
보이는 것 속에 담긴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보이는 것을 더욱 참되고 값지고 의미있게 만드는 것은 그 안에 담긴 보이지 않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보이지 않기에 없다고 생각하고 보이는 것에만 매달린다면,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인생은 물질적인 욕망에 휘말려 추한 모습을 지닐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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