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랑해야 할 원수는 옆에 있다(연중11주 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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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상지종 | 작성일2000-06-20 | 조회수2,823 | 추천수15 | 반대(0) 신고 |
2000, 6, 20 연중 제11주간 화요일 복음 묵상
마태오 5,43-48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 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네 이웃을 사랑하고 원수를 미워하여라.' 하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말한다. 원수를 사랑하고 너희를 박해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그래야만 너희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아들이 될 것이다. 아버지께서는 악한 사람에게나 선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햇빛을 주시고 옳은 사람에게나 옳지 못한 사람에게나 똑같이 비를 내려 주신다.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 세리들도 그만큼은 하지 않느냐? 또 너희가 자기 형제들에게만 인사를 한다면 남보다 나을 것이 무엇이냐? 이방인들도 그만큼은 하지 않느냐?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같이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라."
<묵상>
사제 연례 피정과 그 이후 며칠 동안의 밀린 일들의 정리로 매일 복음 묵상을 한참 동안 띄우지 못했습니다. 먼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깊이 있는 묵상도 아니고 별 내용이 없기에, 매번 복음 묵상을 올릴 때마다 쑥스러운 마음을 가지게 되지만, 그래도 어느새 복음 묵상을 올리는 것이 제게는 소중한 일과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 저런 이유로 거르게 되면 마음이 무척 무거워집니다. 오늘부터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열심히 올려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원수를 사랑하고 너희를 박해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이 말씀을 들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나에게 원수가 있나?" 원수라고 할 만한 사람이 없으니, 오늘 예수님의 말씀이 내게는 해당되지 않는 듯 합니다. 원수만 있으면 예수님의 말씀처럼 멋지게 용서하고 사랑해줄텐데....
원수가 누구일까요? 대개 원수라고 하면, 자신을 박해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무엇인가 원한 때문에 도저히 화해할 수 없는 관계에 있는 사람, 엄청난 피해를 입힌 사람을 생각하기 쉽습니다. '철천지 원수'라는 말을 쓰는 것도 이런 이유겠지요.
물론 사전적인 의미로는 맞습니다. 그러나 생활 안에서 만나게 되는 나의 원수는 일반적으로 정의내려지는 원수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원한 관계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만나면 불편한 사람, 마주치기 싫은 사람, 전화라도 걸려온다면 '이 사람이 왜 전화했지? 전화를 받지 말 것을...'이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 될수 있으면 피해고 싶은 사람들이 생활 안에서 만나는 원수가 아닐까요?
저에게도 이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겉으로는 내색을 잘 하지 않지만 말이지요. 이러면 안된다고 몇번이고 다짐하며 기도해 보지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원수를 사랑하고 너희를 박해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너희가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들만 사랑한다면 무슨 상을 받겠느냐?... 너희가 자기 형제들에게만 인사를 한다면 남보다 나을 것이 무엇이냐?"
참으로 저를 부끄럽게 만드는 말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묵상하고, 또 묵상한 것을 이렇게 글로 올리면서도 계속해서 제 마음 안에서 저를 불편하게 하는 형제 자매들이 떠오릅니다. 다시한번 이기적이고 나약한 제 자신을 봅니다. 입으로는 사랑과 서로에 대한 이해를 말하는 사제로서 저 자신은 온전히 그렇게 살아가지 못하고 있음을 고백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 마음에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이들에게 용서를 청하고 싶습니다. 물론 직접 마주한다면 또 불편한 마음을 가지게 될지도 모르지만, 이 시간 이 자리에서 만큼은 용서를 청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박해하는 이를 용서하시고 이들을 위해 기꺼이 십자가를 지고 가신 예수님께 저를 변화시켜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예수님처럼 변화될 수 있기를 말입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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