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체를 먹음으로써 성체가 된다(성체 성혈 대축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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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상지종 | 작성일2000-06-25 | 조회수2,970 | 추천수9 | 반대(0) 신고 |
2000, 6, 25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복음 묵상
마르코 14,12-16.22-26 (최후의 만찬)
무교절 첫날에는 과월절 양을 잡는 관습이 있었는데 그 날 제자들이 예수께 "선생님께서 드실 과월절 움식을 저희가 어디 가서 차렸으면 좋겠습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께서는 제자 두 사람을 보내시며 "성안에 들어가면 물동이에 물을 길어 가는 사람을 만나 터이니 그를 따라가거라. 그리고 그 사람이 들어가는 집의 주인에게 '우리 선생님이 제자들과 함께 과월절 음식을 나눌 방이 어디 있느냐고 하십니다.' 하고 말하여라. 그러면 그가 이미 자리가 다 마련된 큰 이층 방을 보여 줄 터이니 거리에다 준비해 놓아라." 하고 말씀하셨다.
제자들이 떠나 성안으로 들어가 보니 과연 예수께서 말씀하신 대로였다. 그래서 거기에다 과월절 음식을 준비하였다.
그들이 음식을 먹고 있을 때에 예수께서 빵을 들어 축복하시고 제자들에게 떼어 나눠 주시며 "받아 먹어라. 이것은 내 몸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잔을 들어 감사의 기도를 올리신 다음 제자들에게 건네시자 그들은 잔을 돌려 가며 마셨다. 그 때에 예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것은 나의 피다. 많은 사람을 위하여 내가 흘리는 계약의 피다. 잘 들어 두어라. 하느님 나라에서 새 포도주를 마실 그 날까지 나는 결코 포도로 빚은 것을 마시지 않겠다."
그들은 찬미의 노래를 부르고 올리브 산으로 올라갔다.
<복음>
모든 음식은 먹힘으로써 사라집니다. 그러나 단순히 없어지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먹힘으로써 사라지지만, 자신을 먹은 사람을 변화시킵니다.
예수님은 성체로서 우리에게 먹히십니다. 이렇게 먹히심으로써 성체를 받아 모신 우리를 변화시키십니다. 그렇지만 성체를 모시는 우리는 이 변화를 체험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제 사랑스러운 어린이들의 첫영성체가 있었습니다. 정작 첫영성체를 하는 것은 어린이들인데, 제 자신이 어린이들보다 더 긴장되었습니다. 성체를 성혈에 찍어 '그리스도의 몸과 피'라고 말하면서 어린이들의 입에 성체를 넣어주면서 제 손끝으로부터 전해지는 전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린이들의 진지하면서도 감격적인 표정을 보면서 참으로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린이들의 얼굴에서 성체를 모심으로서 변화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첫영성체한 어린이들의 영성체가 끝나고 다른 어린이들에게 성체를 나눠주면서, 많은 어린이들에게서 첫영성체한 어린이들과는 다른 표정을 보았습니다. 성체를 모시는 일이 일상적인 것이 되어버린, 그래서 더 이상 감격적일 수 없다는 표정을 보았습니다. 성체를 모시면서도 자신 안에 일어나는 변화를 체험하지 못하는 이들의 얼굴 표정이었습니다. 안타까웠습니다.
오늘도 새벽부터 신자분들에게 성체를 나누어주면서 신자분들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신자분들이 특별한 느낌없이, 성체에 대한 깊은 의미를 제대로 생각하지 않으면서 성체를 모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성체를 모시는 일이 이제 자신의 생활에서 떨어뜨릴 수 없을만큼, 자신의 생활의 일부가 되었기에 별 느낌을 가지지 않을 수도 있겠지 라고 좋게 해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를 생각하면 솔직히 부정적인 대답을 하게 됩니다.
성체를 어떠한 마음으로 모시든 상관없이 성체는 성체입니다. 별 생각없이 성체를 영한다고 해서 성체가 그냥 밀떡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러나 성체를 어떠한 마음으로 모시느냐에 따라 성체를 받아모신 사람의 삶의 모습은 달라집니다. 정성껏 성체를 받아모신 사람은 성체로 오신 예수님을 따라 자신을 성체로서 다른 이들에게 내어놓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느낌없이 생각없이 의례적으로 성체를 모시는 사람은 성체의 삶과는 무관하게, 아니면 정반대로 살아가게 됩니다. 자신을 내어놓기 보다는 자신의 것에 집착하게 될 것입니다.
성체로서 우리의 밥이 되신 예수님은 우리 역시 이웃의 밥으로 내어놓으라고 하십니다. 우리가 성체를 받아모시는 것은 곧 우리 역시 예수님처럼 성체가 되어 이웃의 밥이 되겠다는 다짐이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성체를 모시는 것은 어떠한 이유에서든 의례적이거나 관성적인 것이 되어서는 안되며, 예수님을 따라 자신을 내어놓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행위가 되어야 합니다.
'먹히는 삶', '자신을 내어놓는 삶', '손해보는 삶', '꼴찌가 되는 삶', '나를 죽임으로써 모두를 살리는 삶'이 바로 성체의 삶일 것입니다. 사실 이러한 삶의 모습을 인간적으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예수님께서 성체로서 우리에게 먹힘으로써 인간적인 어려움을 이겨낼 힘과 용기를 주시는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도 예수님의 몸을 받아 먹습니다. 과연 어떠한 마음으로 성체를 받아모셨는지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처럼 이웃들의 밥으로 자신을 내어놓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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