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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예수님의 미어지는 마음(예수 성심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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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상지종 쪽지 캡슐 작성일2000-06-30 조회수2,157 추천수8 반대(0) 신고

2000, 6, 30  예수 성심 대축일 복음 묵상

 

 

요한 19,31-37 (예수의 옆구리를 창으로 찌르다.)

 

예수께서 숨을 거두신 날은 과월절 준비일이었다. 다음날 대축제일은 마침 안식일과 겹치게 되었으므로 유다인들은 안식일에 시체를 십자가에 그냥 두지 않으려고 빌라도에게 시체의 다리를 꺾어 치워 달라고 청하였다.

 

그래서 병사들이 와서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달린 사람들의 다리를 차례로 꺾고 예수에게 가서는 이미 숨을 거두신 것을 보고 다리를 꺾는 대신 군인 하나가 창으로 그 옆구리를 찔렀다. 그러자 곧 거기에서 피와 물이 흘러 나왔다.

 

이것은 자기 눈으로 직접 본 사람의 증언이다. 그러므로 이 증언은 참되며, 이 증언을 하는 사람은 자기 말이 틀림없는 사실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여러분도 믿게 하려고 이렇게 증언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그의 뼈는 하나도 부러지지 않을 것이다." 한 성서의 말씀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성서의 다른 곳에는 "그들은 자기들이 찌른 사람을 보게 될 것이다." 하는 기록도 있다.

 

 

<묵상>

 

상대방과 대화를 할 때, 가끔씩 제가 상대방 자리에 앉아서 저 자신이 제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을 가질 때가 있습니다. 행동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경우 어떤 때는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좋은 쪽으로 대화나 행동을 이끌어주기에 어떤 때는 의식적으로 이렇게 하려고 애쓰기도 합니다. 말하고 행동하는 저 자신을 상대방의 입장에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주 선명하게 제 자신을 보았던 경우도 꽤 있습니다. 상대방의 귀와 눈으로 말입니다. 이러한 경우에 거짓말을 하거나 위선적인 행동을 할 수 없습니다. 만약에 거짓말을 하거나 위선적인 행동을 할라치면 말하고 행동하는 주체로서 제 자신과 상대방의 자리에 앉아서 주체인 저를 바라보고 있는 객체로서의 제 자신이 충돌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지금은 이러한 체험을 자주 못합니다. 사제로서 살아가면서 이러한 체험들이 일상적인 것이 된다면, 형제 자매들과 서로 다른 삶의 방식에서 오는 차이들을 극복하고 더욱 진솔하게 만날 수 있을텐데, 알게 모르게 뱉어내는 권위적인 말이나 행동들을 자제하고 정말 흉허물 없는 만남을 가질 수 있을텐데,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좀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예수님과의 만남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끔씩 예수님의 입장이 되어서 제 자신을 돌아보곤 합니다. 복음 묵상을 하다보면 이러한 경우들이 가끔씩 생기지요. 그 내용이야 어쨌든 값진 체험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예수님과의 만남에서 저만 말하고, 저만 예수님을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인간적인 한계이겠지만, 예수님의 자리에 앉아 예수님께 드리는 제 말과 행동을 듣고 보는 체험은 이러한 인간적인 한계를 뛰어넘게 해줍니다.

 

십자가 앞에서 십자가를 바라보며 그렇게 힘없이 죽어가신 예수님께 뭐라고 단 한마디도 할 수 없어 그저 멍하니 있을 수밖에 없는 제 자신을 봅니다. 겉으로는 분명 제가 예수님을 바라보고 있지만, 십자가에 달려서 저를 바라보고 계시는 예수님을 느낄 수 있습니다. 손과 발에 못이 박혀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태, 축쳐진 몸을 지탱하기 위해서 손이 찢어지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두 팔이 힘을 줄 수밖에 없는 상태, 심장을 누르는 압박 때문에 마지막 숨 한번 고르게 내쉴 수 없는 상태에서 저만치 아래에서 당신을 바라보고 있는 저를 바라보시는 예수님의 마음은 과연 어떠했을까를 생각해봅니다.

 

예수님의 거룩한 마음보다는 예수님의 찢어지고 미어지는 마음을 더 절실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면, 그것은 저만의 불온한 느낌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제가 느끼는 예수님의 이 찢어지고 미어지는 마음, 저를 향해 한숨을 내쉬시며 안타까워 하는 마음을 제 안에 담고 싶습니다. 바로 이 마음이 저와 예수님을 하나로 이어주고 있기 때문이여, 저에게 더 간절하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바로 예수님의 이 마음이 저를 움직여 제가 다른 이를 향해 쉼없이 나갈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주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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