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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를 낮추자(대림1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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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조명연 쪽지 캡슐 작성일2000-12-04 조회수2,183 추천수18 반대(0) 신고

어느 회사에서 어떤 사람이 급히 복사할 서류가 있어서 구내 매점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 앞에 와서 줄을 선 사람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이럴 때 어떻게 하면 빨리 복사기를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아마 가장 빠른 방법은 맨 앞 사람에게 가서 양의를 구해서 복사를 먼저하는 것이 가장 빠르겠지요.

 

그래서 미국의 한 대학에서 이런 상황에서 "복사할 것이 5장밖에 안 되는데 먼저 좀 하면 안 될까요?"라는 내용을 어떤 식으로 표현할 때 성공률이 높은지를 실험했다고 합니다.

 

첫 번째는 "미안합니다만, 복사할 것이 5장 있는데 먼저 좀 하면 안 될까요?"

 

두 번째는 "미안합니다만, 복사할 것이 5장 있는데 먼저 좀 하면 안 될까요? 좀 바쁘거든요." 끝에 6글자 밖에 안되는 이유를 달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미안합니다만, 복사할 것이 5장 있는데 먼저 좀 하면 안 될까요? 복사를 해야 하니까요." 끝에 이유같지 않은 이유를 달았지요.

 

어떤 상황이 가장 높게 양보를 해서 복사하도록 허락할 것 같아요? 물론 두 번째였습니다.

 

내용은 모두 같은 것이었지만, 양보를 해서 복사를 하도록 허락한 퍼센트는 1은 60%, 2는 94%, 3은 93%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3번째가 아닌가 싶습니다.

 

"복사할 것이 있는데, …왜냐하면 복사를 해야 하니까요." 하는 식으로, 내용적으로는 별다른 의미가 없는데도 많은 사람이 부탁을 들어주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형식적인 것일지라도 이유다운 이유를 대며, 친절하고 정중한 말씨로' 부탁을 하면, 설사 의미 불명의 이유일지라도 부탁을 들어주는 일이 많다는 결론을 이 실험을 통해서 얻을 수가 있었습니다. 즉, 겸손한 마음으로 상대를 대할 때, 상대방은 나의 부탁이나 청을 들어준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겸손한 마음은 우리를 매우 이롭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어떠합니까? 이런 겸손한 마음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요. 그래서 우리는 종종 이런 말을 합니다. "존심 상하게 어떻게 해?"

 

오늘 복음에서 백인대장이 등장합니다. 그는 이교도이면서 로마인의 장교라고 알려져 있지요. 따라서 그는 세상에서 상당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며, 하느님의 말씀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그가 예수님을 찾아와서 자기 하인을 고쳐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사실 자기 가족도 아닌데, 그저 종일 뿐인데도 불구하고 로마 장교가 직접 찾아온다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자기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예수님 앞에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나아가고, 예수님께 도움을 청합니다. 세속적으로 볼 때, 그는 분명히 예수님보다 높은 위치에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자존심을 내세우고 싶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그것도 모두 주님 앞에 내어놓지요. 예수님께서는 바로 백인대장의 겸손함과 주님께 대한 믿음을 보시고 그의 소망을 들어주신 것입니다.

 

앞서 그 실험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말 한마디로 자기가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습니다. 결코 자존심을 내세울 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습니다.

 

자기를 높이려는 헛된 권위에서 벗어나서 주님 앞에 가장 작은 자가 되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그때 우리는 주님을 만날 수 있고, 주님으로부터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을 얻게 될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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