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왜 피하십니까? 주님!(연중 2주 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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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상지종 | 작성일2001-01-18 | 조회수2,222 | 추천수15 | 반대(0) 신고 |
2001, 1, 18 연중 제2주간 목요일 복음 묵상
마르코 3,7-12 (호숫가에 모여든 군중)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게 호숫가로 물러가셨을 때에 갈릴래아에서 많은 사람들이 따라왔다. 또 유다와 예루살렘과 에돔과 요르단 강 건너편에 사는 사람들이며 띠로와 시돈 근방에 사는 사람들까지도 예수께서 하시는 일을 전해 듣고 많이 몰려왔다. 예수께서는 밀어닥치는 군중을 피하시려고 제자들에게 거룻배 한 척을 준비하라고 이르셨다.
예수께서 많은 사람을 고쳐 주셨으므로 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앞을 다투어 예수를 만지려고 밀려들었던 것이다. 또 더러운 악령들은 예수를 보기만 하면 그 앞에 엎드려 "당신은 하느님의 아들이십니다!"하고 소리질렀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당신을 남에게 알리지 말라고 엄하게 명령하셨다.
<묵상>
"예수께서는 밀어닥치는 군중을 피하시려고 제자들에게 거룻배 한 척을 준비하라고 이르셨다."
당신을 잡아 죽이려고 달려드는 강도들도 아니고, 시비를 걸어오는 바리사이파 사람들도 아닌데, 예수님께서는 당신께 찾아오는 무수한 사람들을 피하시려고 하십니다. 이 사람들은 다름아닌 예수님께서 가장 사랑하시던 고통에 신음하는 민중들, 병마와 싸우는 환자들, 악령에 시달리던 사람들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왜 이들을 피하시려고 하셨을까요? 굳이 안식일을 지키지 않는다고 시비를 걸어오던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한판 싸움을 벌이시면서까지 아픈 사람을 고쳐주신 분이 바로 예수님이신데 말입니다.
군중들이 귀찮아서 일까요? 더 이상 당신의 일을 계속하다가는 신변에 위험이 생길까봐 두려워서 일까요? 당신의 일에 대해 의문과 회의가 생겨서 일까요? 아니면 심신이 몹시 피곤하였기 때문에?
아닙니다. 보다 완전하고 참된 만남을 위해서 예수님과 군중 사이에 어느 정도의 거리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과 만나 올바른 관계를 가지기 위해서는 예수님을 만나려는 사람들에게 그에 맞는 준비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행하신 여러가지 기적들, 절대적 권력을 지닌 것처럼 호령하던 바리사이파 사람들 앞에서도 주저하지 않는 당당함, 이 모두가 사람들을 끌기에 충분하였고, 사실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께 모였습니다. 분명 이들은 예수님께 끌려서 찾아왔지만, 자칫 예수님께서 행하신 외적인 일에만 현혹되어 예수님의 전체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그로 인해 빗나간 만남을 이룰 위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당신께 찾아오는 사람들이 좀더 진실되게 당신을 바라보고 생각하며 당신과의 만남을 준비할 수 있도록, 예수님께서는 마음이 아프지만 이들로부터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려고 했던 것입니다.
예수님의 마음을 "당신은 하느님의 아들이십니다!"라고 소리지르는 악령들에게 당신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명령하시는 것을 통해서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예수님의 피신은 군중에 대한 거부나 회피가 아니라 참된 사랑의 배려입니다.
아무리 열심한 신앙인이라 하더라도 어쩔 때는 예수님께서 자신에게서 멀리 떠나 가버리셨다는 불안한 체험을 하고 실망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바로 그 순간이 '나는 과연 예수님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나는 과연 어떤 마음으로 예수님께 다가가고 있는지, 내가 예수님께로부터 원하는 것이 참으로 올바른 것인지' 를 되돌아 보도록 주님께서 베푸신 사랑과 은총의 시간입니다.
주님의 등을 본 순간 그 자리에서 포기하지 않고, 주님의 넓은 가슴을 떠올리며 등을 돌린 주님의 깊은 뜻을 헤아릴 수 있는 성숙한 신앙인으로 매일 거듭 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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