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다가가기(연중 5주 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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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상지종 | 작성일2001-02-09 | 조회수2,116 | 추천수21 | 반대(0) 신고 |
2001, 2, 9 연중 제5주간 금요일 복음 묵상
마르코 7,31-37 (귀먹은 반벙어리를 고치신 예수)
예수께서 띠로 지방을 떠나 시돈에 들르셨다가 데카폴리스 지방을 거쳐 갈릴래아 호수로 돌아오셨다.
그 때에 사람들이 귀먹은 반벙어리를 예수께 데리고 와서 그에게 손을 얹어 주시기를 청하였다. 예수께서는 그 사람을 군중 사이에서 따로 불러 내어 손가락을 그의 귓속에 넣으셨다가 침을 발라 그의 혀에 대시고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내 쉰 다음 "에파타."하고 말씀하셨다. '열려라.'라는 뜻이었다. 그러자 그는 귀가 열리고 혀가 풀려서 말을 제대로 하게 되었다.
예수께서는 이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엄하게 이르셨으나 그럴수록 사람들은 더욱더 널리 소문을 퍼뜨렸다.
사람들은 "귀머거리를 듣게 하시고 벙어리도 말을 하게 하시니 그분이 하시는 일은 놀랍기만 하구나." 하며 경탄하여 마지않았다.
<묵상>
어제 오전 한 자매님을 만나 한시간 반 가량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니 그 자매님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삶을 사셨을 것 같은 40대 초반의 자매님이셨지만 참으로 많은 상처를 지니고 계셨던 분이셨습니다.
지난 주 고해소에서 처음 자매님을 만났습니다. 많은 대화가 필요할 것 같아서 시간을 내서 한 번 만나자고 제안을 했었고, 자매님은 아주 기쁘게 응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편안한 만남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자매님께서 무척 고마워하셨습니다. 제가 한 것이라고는 한시간 반 정도의 시간을 낸 것 밖에는 없는데 말입니다.
아마도 자매님께서 사제인 저에게서 참으로 원하셨던 것은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줄 특별한 방법이나 앞으로의 삶에 대한 지침이 아니라, 다만 일대일의 개별적인 만남 자체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제의 짧은 만남과 대화에서 제가 굳이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아도 자매님께서 솔직담백하게 지나온 자신의 삶에 대해서 말씀을 해주셨고, 이 말씀을 통해 이제는 어느정도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고 힘차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나름대로의 준비를 이미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 입장에서는 별로 한 것이 없었지만, 자매님은 사제와의 개별적인 만남을 참으로 소중하고 기쁘게 생각하시는 듯 했습니다. 이런 만남이 자신에게는 처음이었다며 진정으로 제게 고마움을 전하시며 집을 향하는 자매님을 보면서 다시금 사제의 삶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살아가야 할 사제로서 한 사람 한 사람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모든 사람은 주님의 사랑을 받는 소중한 사람들인데 과연 사제로서 나는 이들을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 묻게 됩니다. 수많은 사람들 속에 파묻힌 이름 모를 스쳐지나가는 사람으로 만나고 있는지 아니면 한 사람 한 사람을 눈여겨보면서 이들에게 다가가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 있는지 묻게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귀먹은 반벙어리를 군중 속에 묻힌 한 사람이 아니라 특별한 한 사람으로 받아들이셨고 그 사람을 따로 불러내어 만나셨습니다. 이렇게 불러내심으로써 이미 치유의 기적은 시작되었습니다.
사제는, 신앙인은 수많은 군중 가운데 있으면서도 그들과 하나되지 못하고 그저 그 속에 묻혀 숨죽이며 살아온 귀먹은 반벙어리를 바라보신 예수님의 빛나는 눈빛을 지닌 사람이어야 할 것입니다. 사제는, 신앙인은 말을 할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기에 다른 이들은 포기하고 외면했던 귀먹은 반벙어리를 부르시는 예수님의 정겨운 목소리를 지닌 사람이어야 할 것입니다. 사제는, 신앙인은 귀먹은 반벙어리를 따로 만나 품에 안으시는 예수님의 뜨거운 가슴을 지니고 남모를 고통에 신음하는 이들에게 먼저 다가가 품에 안는 사람이어야 할 것입니다.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개별적인 만남의 기회를 갖는 것이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이를 핑계로 지금 이 자리에서 나의 따뜻한 눈빛과 정겨운 목소리와 뜨거운 마음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외면하는 잘못을 범하지 않도록 주님께서 나를 이끌어주시기를 이 시간 기도드립니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가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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