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당신은 행복하십니까?(연중 6주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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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오상선 | 작성일2001-02-11 | 조회수2,449 | 추천수31 | 반대(0) 신고 |
가끔 사람들이 북적대는 곳을 의식적으로 지나가본다. 정동에서 광화문으로 가서 교보문고에 들러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고, 종로통에서 길이 좁아라 부대끼며 지나다니는 군중들을 보고, 소공동 지하상가를 거쳐 명동성당에 이르는 여정에서 상가사람들을 보고, 명동입구의 인종시장 같은 분위기를 뚫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가끔은 남대문 시장에 들러 소박한 우리네 시장사람들을 바라보고...
나의 휴식과 여가시간은 보통 이렇게 지낸다. 보통 휴식은 조용한 분위기에서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수도원에서의 조용함 때문에 반대로 시끌벅적한 세상 사람 한 가운데서의 휴식이 더 필요한지도 모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러한 나의 휴식 성향은 수많은 군중들의 모습 가운데서 행복이 무엇인지를 찾아나서는 작은 여정일지도 모른다. 부대끼는 수많은 군중 숲을 지나면서 나는 <당신은 행복하십니까?>하고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마음속으로 물어본다. 누가 가장 행복한 사람일까?... 이것이 나의 휴식시간 동안의 화두요 묵상 주제이다.
우리는 누구나 행복을 갈구하며 추구하며 살아간다. 행복하고 싶지 않은 자가 누구란 말인가! 그런데도 왜 참으로 행복해 보이는 자는 별로 없어 보이는가?
오늘 독서와 복음은 바로 여기에 대한 답을 찾도록 우리에게 문제를 던져주고 있는 것같다. <사람은 믿는 자들은 천벌을 받을 것이지만 나를 믿는 사람은 복을 받으리라.> <만일 그리스도를 믿는 우리가 이 세상에만 희망을 걸고 있다면 우리는 누구보다도 가장 가련한 사람일 것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아, 너희는 행복하다. 하느님 나라가 너희의 것이다. 지금 굶주린 사람들아, 너희는 행복하다... 지금 우는 사람들아, 너희는 행복하다... 사람의 아들 때문에 사람들에게 미움을 사고 내어 쫓기고 욕을 먹고 누명을 쓰면 너희는 행복하다...>
크리스천 행복론이 소개되고 있다. 내가 참으로 행복하지 않다고 여기고 있다면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사람에게서 기대하는 바가 크다. 남편이나 아내, 자식, 형제나 자매, 친구 등 내가 가까이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에 대해 거는 기대가 너무 크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모두가 자기가 타고난 그릇대로 살아가는 것이 행복일진대 그 그릇보다 큰 것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그 사람에게도 나에게도 상대적 불행감만 안겨줄 뿐이 아니겠는가? 2) 세속적인 성공을 행복의 지름길로 여기고 있다. 우리는 그리스도인이 됨으로써 우리의 본 고향은 이 지상이 아니라 저 세상, 즉 하느님 나라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우리로 하여금 이 현세 재물에 얽메이게 만든다. 모든 재물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잠시 사용토록 맡겨주신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없이 재물은 모두 내것이요, 나의 노력의 댓가요, 그리하여 나의 행복의 필수품이라고 여기는 생각은 오히려 우리를 상대적 가난한 사람으로 만들고 탐욕에 찌들게 만듦으로써 우리를 불행감에 빠지게 만든다. 3) 가난한 마음이 없다. 가난한 사람들 중에 행복한 사람이 더 많다. 가난하지만 행복한 사람들을 보다 쉽게 만날 수 있다. 부자들 가운데는 겉으로는 화려하고 행복해 보이지만 진정으로 내면 안에서 행복감을 누리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같다. 행복의 지름길은 자족함에 있다. 가난한 마음, 없으면 없는대로 사는 마음, 양주대신 소주 먹으며 행복한 마음, 화려한 빌라보다 소박한 임대아파트로도 만족하는 마음, 남을 위해, 가족을 위해 울 줄 아는 마음, 남에게 욕을 얻어 먹어도 그 때문에 남을 미워하지 않고 더욱 겸손해지려는 마음, 봉사하고 희생함으로써 보람을 느끼는 마음... 한 마디로 마음이 가난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뿔따구가 나고 실망감, 좌절감, 불행감을 더욱 깊이 느끼는 것이리라.
그대는 행복하신가? 무엇이 그대의 행복을 가로막고 있는가? 사람인가? 재물인가? 아니다... 그대의 마음이 문제가 아니겠는가?
오늘도 행복하소서! 아무도 그대의 행복을 방해할 자 없지 않소! 주님이 우리의 편이 되셨는데 무슨 걱정이 그리 많소. 그분이 나의 희망이 되셨는데 무슨 근심이 그리 많소. 어짜피 지나갈 한 세상! 생로병사는 당연한 것 아니겠소. 때로 사업에 실패하는 것도 어쩜 당연한 일이 아니겠소. 자식이 대학에 떨어지는 것도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 아니겠소. 배신을 당하는 것도 없을 수는 없지 않겠소. 허허... 당연한 것을 부둥켜 않고 왜 나만 그래야 한다고 발광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소. 거기에 집착마시게. 결국 아무것도 지니고 빈손으로 가야할 인생길 아닌가?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네. 바로 여기 있다네. 그것을 그대가 누리기만 하면 되는데... 어디서 찾아 헤메는고!!!
아, 행복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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