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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고참, 그녀석 귀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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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정소연 쪽지 캡슐 작성일2001-02-24 조회수1,593 추천수7 반대(0) 신고

이즈음처럼 생활의 불편을 많이 겪으면서는

눈이 참으로 지긋지긋해집니다만

 

저는 눈보다는 내내 비를 좋아했습니다.

시원스레 내리는 비는

온갖 더러움을 씻어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가 확실치는 않아도 나이 마흔을 좀 넘어서면서

부터는 눈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눈은 모든 더러운 것을 있는 그대로

그냥 그냥 덮어만 주는 것이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비의 깨끗이 쓸어버리는 강렬함보다는

눈의 온유한 포용성을 제 스스로 갈망하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예전 삼십대의 나이를 넘어가고

사십줄의,  이젠 코 앞의 오십을 바라보는 오늘에사

눈은 눈대로,  비는 비대로 좋지만

아무래도 눈이 더 좋습니다.

이 시간 달리 느껴짐이 있다면

 

그냥 그냥 덮어주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그냥 그냥 받아들이는 것"과 통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벌써 은퇴하신 어느 노신부님의 약 20년전 미사 강론으로 기억됩니다만,  지금까지도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떤 어린 아이가 있어

매일 학교 갔다오면 성당문을 열고 머리만 들이민 채

 

" 예수님,  저 학교 다녀왔어요."

이 한마디만 하고는 집으로 달아나곤 했답니다.  

 

"주님,  저도 그 녀석처럼 되게 해주세요."-------맺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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