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주일을 거룩하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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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오상선 | 작성일2001-03-03 | 조회수2,873 | 추천수21 | 반대(0) 신고 |
<나의 거룩한 날에 돈벌이하느라고 안식일을 짓밟지 마라. 안식일은 ’기쁜 날’, 주님께 바친 날은 ’귀한 날’이라 불러라. 그 날을 존중하여 여행도 하지 말고, 돈벌이도 말고 상담같은 것도 하지 마라. 그리하면 너는 주님 앞에서 기쁨을 누리리라.>(이사 58, 13-14ㄱ)
<묵상>
어릴 적에 아주 친한 친구가 있었다. 아주 열심한 개신교 신자였다. 삯바느질로 살아가는 홀머니와 함께 살았다. 한번씩 그 집에 가보면 어머니는 손틀에서 재봉질을 하고계셨는데, 내 기억에는 어머니 옆 방바닥에 ’성경전서’가 펼쳐져 있었고 매일 표시하는 성서읽기표 노트가 가지런히 있었다. 나는 소박하면서도 늘 미소를 읽지 않으시던 그 어머니를 마음 속으로 깊이 존경하고 있었다. 벌써 고인이 된 지 오래되셨지만 이 기회에 그분의 영혼을 위해 잠시 기도한다. 헌데 이 친구에게서 이해하지 못할 일들이 있었는데 그 중의 하나는 월요일에 수업에 필요한 과제를 위해 필요한 문구들을 구입해야 하는데 꼭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일에는 절대로 돈을 써서는 안되기 때문에... 오늘 독서 말씀을 읽으며 바로 이 대목 때문에 오랜 옛 친구를 다시 기억하게 된 것이다.
우리 크리스천들에게 있어 일요일은 쉬는 날이 아니라 주님의 날, 곧 주일이다. 우리가 지켜야 할 계명은 분명 <주일을 거룩하게 지내라!>인데 <주일미사를 빼먹지 말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주일날 어떤 식으로든 미사만 했다면 문제없고 또 반대로 주일날 어떤 일이 있었던 간에 미사를 빠졌다면 <죄인 아닌 죄인>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독서에서 <그날을 존중하여 여행도 하지 말고, 돈벌이도 말고 상담 같은 것도 하지 마라> 하시는 것은 그만큼 주일을 <기쁜 날>, <귀한 날>로 삼아란 이야기이지 정말 생업에 종사하지 마라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주일날 주일미사를 했다 안했다가 판단 기준이 아니라 주일을 얼마나 거룩하게 지냈느냐가 문제이리라. 물론 주일미사를 통해 한주간의 삶을 돌아보고 또 한주간 살아갈 양식을 마련한다는 일은 주일을 거룩하게 보내기 위한 가장 중요한 방법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미사만 마치고 나면 나머지 시간은 거룩함과는 관계없이 보낸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주일날 내가 만나게 되는 모든 사람들, 또 내가 사랑 때문에, 생업 때문에 하지 않으면 안될 일들, 다른 날과는 다른 방식으로 만나고 나누고 일하는 날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가령, 택시기사라면 주일날 손님에게는 다른 날보다도 더 밝고 기쁘게 모시리라는 원칙을 세워 그들에게 좀더 기쁨이 되고 밝은 날이 되도록 도와 준다면 주일을 더욱 거룩하게 지내는 것이 아닐까? 그날은 맑고 밝은 성가를 조용히 틀어주며, 신앙에 대한 이야기를 오가며 잠시라도 나눈다면...
직장에서든 계모임에서든 주일날 어디를 놀러가게 되었다손치더라도 미사에 갈까 말까 망설이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보다는 함께 놀러가서 그들에게 주님의 아들, 딸임을 몸과 행동으로 보여줄 수는 없을까? 오늘은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날로 주님께서 이들과 함께 하도록 허락하셨다고 생각하면 안될까?
주일은 분명 안식과 휴식의 날이다. 그것은 한 주간동안 우리는 육신을 먹여 살리는 일, 특히 나 자신을 먹여 살리는 일에 급급하였으니, 거룩한 휴식을 하면서 영혼을 먹여 살리는 일, 그리고 이웃을 먹여 살리는 사랑의 실천을 통한 <기쁨의 날>, <귀한 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 내일이 주일이다. 내일은 보다 거룩한 휴식을 하는 날이 되도록 해보자. 주일미사는 물론,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자녀다운 모습으로 사랑과 기쁨을 전해주자. 내가 해야 하는 모든 일, 정의와 공정, 자비와 사랑, 기쁨과 활기로서 하도록 하자. 그리하면 <너는 주님 앞에서 기쁨을 누리리라>는 말씀이 그대 안에서 이루어지리라.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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