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사람은 기다려주지 않는다(사순1주 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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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상지종 | 작성일2001-03-05 | 조회수2,750 | 추천수19 | 반대(0) 신고 |
2001, 3, 5 사순 제1주간 월요일 복음 묵상
마태오 25,31-46 (최후의 심판)
그 때에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사람의 아들이 영광을 떨치며 모든 천사들을 거느리고 와서 영광스러운 왕좌에 앉게 되면 모든 민족들을 앞에 불러 놓고 마치 목자가 양과 염소를 갈라놓듯이 그들을 갈라 양은 오른편에, 염소는 왼편에 자리잡게 할 것이다.
그 때에 그 임금은 자기 오른편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너희는 내 아버지의 복을 받은 사람들이니 와서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한 이 나라를 차지하여라.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나그네 되었을 때에 따뜻하게 맞이하였다. 또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으며 병들었을 때에 돌보아 주었고 감옥에 갇혔을 때에 찾아 주었다.'
이 말을 듣고 의인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주님, 저희가 언제 주님께서 주리신 것을 보고 잡수실 것을 드렸으며 목마르신 것을 보고 마실 것을 드렸습니까? 또 언제 주님께서 나그네 되신 것을 보고 따뜻이 맞아들였으며 헐벗으신 것을 보고 입을 것을 드렸으며, 언제 주님께서 병드셨거나 감옥에 갇히신 것을 보고 저희가 찾아가 뵈었습니까?'
그러면 임금은 '분명히 말한다.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하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왼편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 저주받은 자들아, 나에게서 떠나 악마와 그의 졸도들을 가두려고 준비한 영원한 불 속에 들어가라. 너희는 내가 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지 않았고,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지 않았으며, 나그네 되었을 때에 따뜻하게 맞이하지 않았고,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지 않았으며, 또 병들었을 때나 감옥에 갇혔을 때에 돌보아 주지 않았다.'
이 말을 듣고 그들도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주님, 주님께서 언제 굶주리고 목마르셨으며, 언제 나그네 되시고 헐벗으셨으며, 또 언제 병드시고 감옥에 갇히셨기에 저희가 모른 체하고 돌보아 드리지 않았다는 말씀입니까?'
그러면 임금은 '똑똑히 들어라. 여기 있는 형제들 중에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이 곧 나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이다.' 하고 말할 것이다.
이리하여 그들은 영원히 벌받는 곳으로 쫓겨날 것이며, 의인들은 영원한 생명의 나라로 들어갈 것이다."
<묵상>
2주전 간곡한 부탁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출신 본당에서 친하게 지냈던 선배 한 분이 간암으로 위독한 상황에서 제게 병자성사를 받고 싶어하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제 관할본당이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그곳 본당에도 신부님이 계시기 때문에 제가 병자성사를 주기는 곤란하고, 대신 문병을 가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런데 이틀전 그 선배가 주님의 품으로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한주 동안 차일피일 미루다 그렇게 간절히 저를 만나고 싶어했던 선배를 뵙지 못하고 하느님께로 보내드린 자책감이 온 몸으로 밀려들어왔습니다.
그 날 저녁에 문상을 갔었습니다. 여느 때처럼 환한 얼굴의 영정을 바라볼 수가 없었습니다. 마치 "신부님, 왜 이제야 오셨습니까? 그렇게 바쁘셨습니까? 괜찮습니다. 이렇게라도 오셨으니 고맙습니다."라고 고인이 말을 건네오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선배의 부인께서 저를 맞아주시면서 너무나도 서럽게 우셨습니다. "신부님, 이 사람이 생전에 신부님을 얼마나 애타게 찾았는지 모릅니다. 얼마나 신부님을 뵙고 싶어하셨는지 모릅니다...." 말을 잊지 못하고 흐느끼는 자매님의 손을 잡고 저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빨리 돌아가실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라고 마음으로만 읊조릴뿐.
조금만 더 부지런했으면, 조금만 선배를 생각했다면, 선배와 그 가족들의 간절한 마음을 조그만 더 헤아렸다면, 이렇게 보내드리지는 않았을텐데... 그러나 이미 엎지러진 물일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랑의 실천은 미룰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내가 사랑을 베풀려해도 그 사람은 나의 때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을, 다음이 아니라 바로 지금이 사랑을 해야할 때라는 것을 저린 가슴으로 받아안아야 했습니다.
오늘따라 악인들에게 주어진 예수님의 준엄한 말씀이 더욱 쓰라리게 다가옵니다. 바로 나를 향해 하시는 말씀으로 다가옵니다. 나를 사랑하고 아껴주었던 선배는 저에게 값진 깨달음을 주고 떠났습니다. 저에게 마지막으로 당신의 사랑을 아낌없이 쏟아주고 떠난 것입니다. 이제 예수님의 가르침과 선배의 사랑을 생각하며 진정으로 거듭나고 싶습니다.
"미카엘 형님! 고맙습니다. 죄송합니다. 부디 하늘 나라에서 평화와 안식을 누리시기를 빕니다. 제가 사제로서 부끄럼없이 참 사랑을 실천하면서 살아가도록 하늘에서 함께 기도해주십시오."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은 곧 우리의 믿음입니다."(1요한 5,4)
주님 안에 사랑담아 여러분의 벗 상지종 베르나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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