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아버지의 회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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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경원 | 작성일2001-03-08 | 조회수2,616 | 추천수17 | 반대(0) 신고 |
우리 엄마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지금까지 매일 미사를 다니시는 분이신데 반해 우리 아버지는 외할아버지 돌아가실 때 마지 못해 영세를 받으신 후 지금껏 냉담 중이신 분이셨다. 나는 엄마가 항상 매일 미사까지 다니시면서 아버지를 위해 기도를 드리실텐데 왜 아버지가 성당에 안나오실까 궁금했다. 하루는 엄마에게 물어봤다. 엄마는 아버지를 위해서 기도 드려? 하고. 근데 엄마의 대답은 황당했다." 난 특별히 아버지를 위해서 기도한 적이 별로 없단다. 항상 내 기도 지향은 모든 죄인들의 구원을 위한 것이야. 이렇게 기도 하면 우리의 소원을 다 아시는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주실거야." 솔직히 그 당시엔 내가 어렸기 때문에 엄마의 그 대답은 내 마음에 차지 않았다.
내가 성인이 되어 신앙 생활을 하다 보니 엄마의 그 말씀은 천주교의 핵심임을 알았다. 책을 봐도 그렇고 신부님 강론도 그렇고, 나와 내 가족만을 위한 신앙생활은 이기적인 것이고 별로 좋지 않은 믿음이라고 했다. 하느님의 영광과 영혼들의 구원을 위해 항상 기도 하면 모든 것을 아시는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바라기도 전에 들어 주신다고 했다. 결국 나도 엄마처럼 아버지를 위해 특별히 기도한 적이 없는 것 같다. 그저 미사 중에, 혹은 기도 중에 잠깐씩 생각했다고나 할까? 엄마가 저리도 죄인들을 위해 기도 하시는데 설마 돌아가시기 전에는 회개를 하시겠지, 아니 적어도 돌아가실 때에라도 회개를 하시겠지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그런데 내가 무슨 맘이 들었는지 점점 연세가 드시는 아버지를 위해 9일 기도를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시작했다. 엄마에게 보고를 했다. "엄마, 나 요즘 아버지 위해서 9일 기도 드린다." "어머, 너희 언니 둘도 드린다더라." 웬 우연의 일치?(우리 언니 둘은 다 외국에 있다. 부모님도.) 그 소리를 들은 지 불과 며칠 후에 우리 아버지가 스스로 그렇게 안 나가시던 성당을 나가신다는 소식을 들었다.
기도란 어느 땐가는 꼭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아버지는 우리 엄마의 몇 십년 간의 기도가 필요하신 분이셨던 것 같다.또한 딸들의 부족한 기도도 말이다. 그리고 하느님은 우리 자매들에게 기도의 필요성을 가르쳐 주시기 위해 9일 기도 중에 아버지의 회개에 대한 기쁨을 맛보게 하셨던것 같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하느님께서는 내 기도를 거의 다 들어주신 것 같다.물론 구할 당시 바로는 아니었지만 그것이 몇 년 후에 더 좋은 방향으로 나타날 때도 있었고 아니면 나중에 안들어 주신게 더 좋았구나하고 생각한 일도 많았던 것 같다.
"구하여라, 받을 것이다. 찾아라,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열릴 것이다" 주님은 우리의 기도를 간절히 원하신다. 그러나 눈 앞의 이익을 위한 이기적인 기도를 바라시는게 아니다. 죄인들에게 무참히 능욕 당하시는 예수 성심의 무한한 고통을 보상하려는 마음으로 기도하며 이 사순 시기를 보내자.우리의 사정을 우리 보다 더 잘 아시는 하느님께서는 우리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아낌 없이 주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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